▲ 907기후정의행진. ⓒ라이프인
▲ 907기후정의행진. ⓒ라이프인

시민이 모여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시작한 기후정의행진이 올해로 3년째를 맞이했다. 이상기후로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9월 7일, 서울시 강남 일대에 기후정의를 원하는 시민 3만여 명이 모였다. 이는 한국의 기후관련 시민운동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인다.

운동을 기획하고 중심에 선 '907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기후정의행진의 의미를 되짚기 위해 지난 17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후정의행진과 기후정의 운동의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기후정의 운동을 더욱 넓고 단단하게 만들어가기 위한 방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토론회는 정록 907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의 발제를 시작으로, 조진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안승찬 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 운영위원장, 임준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국장, 조순형 충남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특위 위원장이 참여해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형식으로 이어졌다.
 

ⓒ기후위기 비상행동
ⓒ기후위기 비상행동

정록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3년간의 기후정의행진이 그 자체로 중요한 대중운동의 자리를 잡았고, 기후위기 대응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강조했다. "2022년에 처음 시작할 때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할지 몰랐지만, 이제는 9월 행진이 안정적으로 열리고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기후정의행진이 '관성화'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매년 2~3만 명이 모이는 대중적인 집회가 관성화된다고 해서 그 의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이러한 꾸준한 참여가 기후정의 운동의 성과임을 밝혔다. 

그리고 기후정의 운동이 여러 시민사회 단체가 모여 공동의 요구를 제기하고, 대중의 힘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조 국장은 "9월 행진이 단지 매년 열리는 이벤트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하나로 묶어내는 중요한 장이자 기회"라고 전했다. 

정은정 연구자는 농업과 농민의 관점에서 기후정의 운동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는 농민들이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정작 기후정의 행진에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벼멸구 피해와 같은 최근의 농업 문제를 언급하며, 농민들이 실제로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현실을 꼬집었다. 정 연구자는 "농민들은 기후위기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농약과 비료 사용으로 인해 기후위기의 책임을 지는 가해자라는 이중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라며, 이러한 농민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방식의 기후정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안승찬 운영위원장, 정은정 연구자, 조진 사업국장, 이영경 907기후정의행진 기획팀장, 정록 공동집행위원장, 임준형 사무국장, 조순영 위원장. ⓒ기후위기 비상행동
▲ (왼쪽부터)안승찬 운영위원장, 정은정 연구자, 조진 사업국장, 이영경 907기후정의행진 기획팀장, 정록 공동집행위원장, 임준형 사무국장, 조순영 위원장. ⓒ기후위기 비상행동

이어서 안승찬 운영위원장은 울산 지역의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지역 단위에서의 기후정의 운동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설명하고, "기후위기에 관한 대중의 관심은 높지만, 주요 논점을 충분히 전달하지는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렇기에 앞으로 기후정의운동이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서, 노동권, 생존권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다른 패널인 조진 사업국장은 기후정의행진을 세밀하게 평가하고, 많은 단위가 모였기에 구체화 된 요구를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정리했다. 하지만 "각자 가진 기후위기에 관한 문제를 하나로 종합할 수 있는 운동장을 제공한다는 것만으로 큰 기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공노조 내부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에 주목하고 있으며, 기후정의 운동과 발전 노동자의 요구 사이 간극을 어떻게 채워야할지에 관한 고민도 나눴다. 

발표 후에는 질의응답 세션이 이어졌다. 패널들은 기후정의 운동이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연결되어야 하며, 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해 더 많은 사람이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또한 기후정의 운동은 이제 대중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하며, 체제 전환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번 토론회는 기후정의행진이 앞으로 체제를 바꾸고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내기 위해 어떤 과제를 풀어낼지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각자 위치에서 기후정의라는 더 큰 틀 안에서의 협력과 연대를 이어가자는 것에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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