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보다 먼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를 맞은 일본은 '관계인구'를 지역활성화와 인구 대책의 중요한 개념으로 제시했다. 관계인구는 특정 지역에 이주·정착하지는 않았으나 해당 지역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관계하는 외지인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 또한 현실화된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자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했다. 기존의 정주인구(주민등록인구 및 외국인등록인구)뿐 아니라 해당 지역에 통근·통학·관광 등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 또한 지역에 활력을 더할 중요한 인구로 상정하는 것이다. 인구 자연증가율은 점차 줄고 수도권 집중 현상은 심화되는 상황에서, 비정주인구인 생활인구는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역들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라이프인은 지역활성화의 새로운 해법으로 다양한 구성원들이 어우러지는 도시의 유연한 변화와 지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비정주인구를 늘리고 있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기획명은 다른 지역의 정주인구를 우리 지역의 관계인구로 만든다는 의미를 담아 '빌리다'와 마을을 뜻하는 영단어 '빌리지(Village)'를 중의적으로 사용했다. [편집자 주]

 

"고향세는 기부액에 대한 답례품 증정이 가능하다. 이런 점을 잘 활용해서 각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이장우 피스윈즈재팬 커뮤니케이션부 부장, 관련 기사: [고향사랑기부제 대담] 후루사토초이스는 어떻게 日고향세 정착에 기여했나)

ⓒ경기도청
ⓒ경기도청

시행 2년 차에 접어든 고향사랑기부제는 시민들이 주민등록상 거주지 외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고 세액공제와 기부액 30% 범위 내의 답례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들이 기부금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고 관계인구를 형성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도록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자 법률과 시행령을 개정하여 향우회 등 사적 모임이나 지자체가 직접 여는 행사에서 모금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지정기부를 허용했다. 행정안전부는 그동안 민간 플랫폼을 활용한 모금을 제한해 왔으나 민간 플랫폼을 통한 기부 또한 허용할 방침이다(다만 일각에서는 개정 방향이 여전히 지자체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주무부처의 통제가 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행안부가 운영하는 공공 플랫폼 '고향사랑e음'과 사회적기업 공감만세에서 운영하는 민간 플랫폼 '위기브'(Wegive)를 통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 광주극장 외관. ⓒ광주극장
▲ 광주극장 외관. ⓒ광주극장

고향사랑기부제를 지역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차적으로는 모금된 기부금을 주민 복리와 지역 발전에 사용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은 법률에 따라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및 청소년 육성·보호, 지역주민의 문화·예술·보건 증진, 시민 참여와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그 밖에 주민의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 추진 등을 목적으로 써야 한다.

지정기부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시급한 당면 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알릴 수도 있다. 최근 전라남도 곡성군은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프로젝트를 통해 옥과통합보건지소에 소아과를 열었다. 이는 곡성 지역에 소아과가 개원한 첫 번째 사례다. 광주광역시는 존폐 기로에 놓인 광주극장을 위해 '광주극장의 100년 극장 꿈을 응원해주세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시민들의 호응으로 극장은 활력을 되찾았다.

답례품 또한 지역 문제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는 답례품을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물론 답례품은 시민들이 기부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강력한 유인(誘引)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 지역 특산물을 답례품으로 제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도 있고 지역 관광 명소를 방문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인구 자연 증가율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주인구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단, 수도권에 대부분의 인프라가 쏠려 있으니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당장 해결할 방법이 요원하다. 또한 정주인구를 늘리는 데 집중해 봤자 결국 다른 지자체와 인구 유입을 두고 제로섬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상생 방안이다. 바로 여기에서 관계인구, 생활인구라는 새로운 인구 개념이 주목받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하는 기부자들은 최근 새롭게 생겨난 관계인구다. 관계인구는 고향사랑기부제와 불가분의 관계로, 고향사랑기부제가 무관심층을 관계인구로 이끌기도 하고 관계인구가 곧 제도 성공의 열쇠이기도 하다. 기부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지역과 접점을 만드는 일이 된다. 더욱이 지자체는 지역의 관광 명소 입장권이나 숙박시설 이용권을 답례품으로 제공하여 자연스럽게 기부자들이 지역을 방문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템플스테이에 관심이 있다면 경상북도 김천시에 기부하고 직지사 템플스테이 할인권을 받아보면 어떨까? 강원도 동해시에 기부하면 삼화사 템플스테이 체험권을 받을 수 있다. 담양의 명소인 죽녹원 내 한옥체험관을 방문한다면 담양군에 기부하고 숙박권을 받아보도록 하자. 대전 유성구에 기부하고 농산물 수확 체험과 쿠킹클래스에 참여해볼 수도 있겠고, 경상북도에 기부하고 울릉크루즈를 타러 가도 좋겠다.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다면 충청북도에 기부한 후 청풍호에서 카누·카약을 타보자.

▲ 고향사랑e음 누리집 화면 갈무리.
▲ 고향사랑e음 누리집 화면 갈무리.

이처럼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고 지역과 시민 사이에 연결선 하나를 놓는다. 조금 느슨해도 괜찮고, 관심의 무게가 많이 무겁지 않아도 괜찮다. 상술한 바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느슨한 연대로 맺어진 새로운 인구가 인구 과소화 문제의 새로운 해법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지역에 행하는 기부는 느슨한 연대를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다.

평소 관심을 두던 지역이 있는가? 혹은 색다른 기부를 해보고 싶은가? 우선 거기에서 시작해보자. 그 작은 관심이 곧 나와 지역을 연결하는 선이 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이프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