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은 물론 농민들의 생존 문제까지 위협받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 시대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친환경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때이다.

 

▲ 지난 30일 '기후위기의 대안, 농업의 미래: 친환경 농업의 활성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진행됐다. ⓒ한살림연합
▲ 지난 30일 '기후위기의 대안, 농업의 미래: 친환경 농업의 활성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진행됐다. ⓒ한살림연합

8월 30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기후위기의 대안, 농업의 미래: 친환경 농업의 활성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를 축하하며 "양평군수 시절 친환경 농업의 어려움을 목도해 왔다. 정부 및 광역자치단체,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한 친환경 농업을 이루기 어렵다. 오늘 토론에서 논의된 사항을 알려주시면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며 인사를 전했다.

이어 김상기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은 "지금까지 친환경협회 및 생산자들은 어려운 부분을 감내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여기에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진다면 생산에 더 열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토론회의 핵심을 짚었다.

첫 번째 사례로 곽현용 한살림연합 전무이사가 '기후위기시대 친환경 농업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곽 전무이사는 친환경 농업의 핵심은 '생태계 보전'이라며, 친환경 농업이 기후위기 시대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덧붙여 "친환경 농업은 농민들만의 과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공동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5차 친환경 농업 발전계획'을 발표하며 친환경 농업 확대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친환경 생산 농가 수와 면적, 농가 소득은 외려 줄어들고 있다. 곽 전무이사는 "관행농업 소득 대비 친환경 농업 직불금이 70%에 불과하다. 농가 생산비는 증가하는데 생산량은 감소하고, 전체 농가 수도 감소하면서 친환경 농업 농지 자체가 약화했다. 또 비의도적 농약 검출의 부담을 친환경 생산자가 전담해야 한다"며 현 상황의 원인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그는 친환경 농업 확대를 위해 ▲2020년 이후 동결된 228억 원의 친환경 직불예산을 100% 증액하고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유기농업 스마트팜 체계 결합 ▲기후재난에 따른 농업 피해 보상으로 회복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부연했다. 특히 재해 보험의 보상 범위가 풍수에 한정된 점을 짚으며 "고열, 폭염, 병충해 등으로 보상 범위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친환경 농업은 우리의 생존 환경을 보존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민 사회가 공동의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교육, 소비 경험 증대, 공공 급식 확대 등 소비자 인식제고에 힘써야 한다"라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 문종욱 (사)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부회장.​​​​​​​​​​​​​​​​​​​​​​​​​​​ⓒ한살림연합 
▲ 문종욱 부회장.​​​​​​ⓒ한살림연합 

다음으로 문종욱 (사)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부회장이 '경기 친환경인증 임차 농가의 피해 현황'에 대해 발표를 이어갔다. 문 부회장은 "농업·농민이 지속 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농지 문제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경기도 내 직불금 부정 수령 단속과 친환경 인증 취소를 언급하며 "의원들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는 이상, 이 토론회는 계속될 것"이라며 서운함을 표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영체등록증 없이도 친환경인증을 받을 수 있다. 임차농 비율이 높은 친환경 농업인 다수가 이 방법을 택하고 있지만, 문제는 부재지주로부터 임대차계약서를 체결하지 못한 채 영농 활동을 하는 경우다. (현 제도로 8년 이상 자경 시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이에 부재지주는 직불금 수령을 통해 경력증명을 받고자 임차농과 임대차계약서를 미체결하게 된다) 이들은 경영체등록은 물론 직불금도 받지 못한 채 부재지주의 직불금 부정수령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또 임대차 친환경 농지의 경우, 실경작자와 직불금 수령자(부재지주) 불일치로 부정수령이 적발되기 때문에 임차농은 부재지주에게 친환경 인증 포기 압박을 받게 된다.

문 부회장은 "제도나 정책이 친환경 농업을 지속 가능하게 뒷받침하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 전면 폐지(실제 농업생산을 위한 용도로 활용할 경우 세금을 감면해 주되, 기간을 30년 등 장기로 설정하자는 의견도 제안) ▲실경작 사실확인서만으로도 직불금 수령과 경영체등록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 ▲친환경특례법 제정 등 현장농민의 의견을 반영한 제도개선 방안을 전했다. 

■ 기후변화에 직면한 친환경 농업, 이제는 농정의 목표를 '환경보전'으로 전환해야 할 때

토론에 앞서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한국유기농업학회 이사)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친환경 농업의 혁신 전략과 과제'에 대해 발제했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를 두고 이전과 다른 새로운 현상에 직면한 상태라며, 친환경 농업 또한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친환경 농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친환경 농업이 국민의 생활이나 국가 발전 등에 기여할 수 있는 목표가 알려지지 않았다"며 국민의 인식을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질 좋은 농산물만이 친환경 농업의 궁극적 가치가 되지 않으며,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환경 보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친환경 농업이 생태계를 복원하는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한국유기농업학회 이사)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한국유기농업학회 이사)

김 교수는 주장을 혁신 전략으로 펼쳐나가기 위해 다음과 같은 토론 과제를 제시했다. ▲'환경보전'을 주요 농정 과제로 제시해 친환경 농업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것 ▲소비자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소비 확대 정책을 추진할 것(생산비 지원, 바우처 지급, 소비자 상점 확대, 생협 활동 강화 등) ▲명확한 영농기록을 작성해 직불금 부정수령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 지원을 위한 근거를 마련할 것 ▲인증제도 운영체계 개선 및 불가피한 사항(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허가에 의한 일부 화학적 방재 허용, 친환경 농업 특성을 반영한 재해 보상 및 재해 보험 등 산업적 발전을 추진할 것 ▲생산 면적, 품목, 가격에 대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통계를 확보해 발전 기반을 조성할 것. 

■ 효율적인 농지 이용은 '농지임대차제도'를 통해 개선할 것

▲ 박석두 이사. ⓒ한살림연합

마지막 발제로 박석두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사가 '친환경 농업 활성화를 위한 농지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박 이사는 현 농지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경자유전을 원칙으로 한 '농지임대차 활성화 방안'에 주목했다.

- 대한민국헌법 제121조 -

①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②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을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

그는 대한민국헌법에 따르면 '경자유전의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농지의 소작제도를 금하고 있지만, 예외 조항 2항에서 농지 임대차를 허용하고 있다며 모순을 짚었다. 이어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은 경자유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적·제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농지임대차제도'를 개선하고, 이를 위한 농지임대차 신고제도 및 관리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리고 이 개선 방안의 핵심은 '임차자(경작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 '기후위기의 대안, 농업의 미래: 친환경 농업의 활성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한살림연합
▲ '기후위기의 대안, 농업의 미래: 친환경 농업의 활성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한살림연합

이어진 토론에서 송원규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정책실장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으로 시작해 민관과 함께 중장기 과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농업계 내에서도 친환경 농업이 기후위기 대응의 확실한 대안이라는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영근 변호사는 "경자유전의 원칙 문제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소유주와 임차인, 현세대의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라며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자원보전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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