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본 비영리, 우리가 기대한 비영리의 미래'(2015), '비영리, 위기인가? 기회인가?'(2016), '변화의 시대, 사라지는 경제, 비영리는?(2017), 'N개의 연결, N개의 세상 : 비영리 어떻게 연결하고 협업할 것인가?'(2018), ... '비영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함께 만든 변화, 함께 만들 변화'(2024)
N포럼은 비영리 분야의 혁신적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본다는 목표 아래 2015년 시작되어 올해로 10회를 맞이했다.
아산나눔재단의 비영리 리더 양성 프로그램인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AFA)' 동문으로 구성된 네트워크 N스퀘어(N SQUARE)가 주최하고 아산나눔재단이 후원하는 '2024 엔포럼(N_FORUM)'이 8월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올해 엔포럼은 '비영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함께 만든 변화, 함께 만들 변화'라는 주제로 학회 석학, 전문가, 비영리, 소셜임팩트 종사자들이 모여 비영리스러운 진화를 한다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적인 가치는 무엇인지, 공익을 위한 고민과 사회적 가치 실현의 길에서 순수한 목적만을 추구하는 비영리 형태만 고집해야 하는지 등 비영리의 지속가능성과 가치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윤미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열 번째 N포럼 개최를 축하한다. 오늘 주제가 '비영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다소 알 듯 말 듯한 주제여서 문의했더니 기존 범주와 체계를 넘어서 상상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답을 들었다"라며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가진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세상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포럼이 나와 같은 상상을 하려는 사람들을 만나서 힘도 얻고 나와는 다른 주파수로 상상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자극도 받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기조연설과 세 개의 세션에 걸쳐 진행됐다. 세션은 발제자들이 발표하고 이후 패널로 참여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조연설은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사람들_우리는 누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서울대학교 김승섭 교수(보건대학원)가 진행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본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과 이 사회가 내게 주입한 가치관 위에서 바라보는 일이라며 우리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사회적 환경의 맥락 속에서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인간은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을 수 있으며, 인간의 질병이라고 하는 것들은 그가 살아온 환경과 맥락 속에서 만들어지고 생겨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사례 발표를 통해 '나는 ( )과 이웃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물음에 답변한 제7차 세계가치조사(2017~2021) 자료를 소개했다. 이 자료는 OECD 소속 16개국 국민이 사회적 약자인 '다른 인종', 'AIDS 환자', '이주민/외국인', '동성애자', '다른 종교인', '술고래(Heavy Drinker)', '비결혼 동거커플', '다른 언어 사용인'에 대해 얼마나 다르게 생각하는지 수치로 비교한 데이터다. 우리나라는 OECD 16개국의 평균 답변과 비교해, 다른 인종, AIDS환자, 이주민, 동성애자 등에 대한 차별 심했으나 술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이 데이터는 한국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라나고 교육받고 일하고 있는 이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김 교수는 고병권 에세이 <묵묵>의 '세상에 목소리 없는 자란 없다. 다만 듣지 않는 자, 듣지 않으려는 자가 있을 뿐이다.'를 인용, "개인의 고통과 상처라고 하는 것들이 사회적인 것이 되고 공동의 일이 되는 것들은 누군가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 때이다"라며 "타인의 고통이 개인의 것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긴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우리는 귀를 기울이고 응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통 받는 사람의 개별적인 고통이 어떻게 해야 개인의 몸 안에 머무르지 않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되는가는 그들의 곁에서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해 온 역사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며 "그게 비영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첫 번째 세션의 강연은 파타고니아 코리아 김광현 환경팀 팀장과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대표가 맡았다. 김광현 팀장은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파타고니아의 비즈니스 전략'이란 주제로 파타고니아코리아가 지구 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비즈니스를 어떻게 전개하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했다. 파타고니아는 사업이라는 기업 활동이 환경보호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파타고니아는 현재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환경보호를 위해 쓰고 있다. 파타고니아코리아는 1% For The Planet(캠페인)으로 지난해 매출액 845억 원의 1%인 8억 5천만 원 정도를 환경단체에 모두 기부했다. 특히 '세종보 농성 지원',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시위 지원' 등 비영리 조직과의 연대를 통한 환경보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기우진 대표는 '영리 조직이 비영리 조직으로 전환'이란 주제로 창업부터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비영리로 전환한 지금까지 러블리페이퍼가 걸어온 길을 이야기했다. 비영리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러블리페이퍼는 지난해 국내 최초 자원재생활동가(폐지수거 어르신) 컨퍼런스를 개최했으며, 올해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에 국내 최초 자원재생활동가 센터를 설립했다. 기 대표는 러블리페이퍼의 소셜 미션과 핵심 가치, 비전 등을 소개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를 굳이 나눌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어 세션 1의 주제였던 '닥친 일에 내몰린 본질과 가치의 상실, 가치를 가지고 일한다는 것은?'에 대해 고민을 나눠보고 더 알아보고자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패널토론에는 발제자 두 명이 패널로 참여했으며, 아산나눔재단 사회혁신팀 박성종 팀장(AFA 7기)이 모더레이터로 참여해 기업의 본질적 가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산되고 있는지와 최종 기업 목표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파타고니아 업의 본질은 의류를 판매하는 기업활동이면서 그 활동 안에서 환경 보호를 위해서 기업의 사업을 활용한다. 러블리페이퍼는 폐지 수거 어르신들의 문제를 전문적이고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업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우리를 버티게 한 힘, 그리고 우리를 나아가게 할 힘?'이란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세션의 강연은 YWCA 구정혜 사무총장과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김정태 대표가 맡았다. 구혜정 사무총장은 '한국 YWCA 100년을 이어온 원동력, 이후에도 가능할까?'란 주제로 시민단체가 100년간을 지속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과 앞으로 다가올 100년의 행보를 위해 새롭게 다가오는 도전 상황들을 어떻게 바라보며 준비하고 있는지를 전달했다. 김정태 대표는 '사회 변화 촉매제로서의 투자와 비즈니스'란 주제로 임팩트 투자와 육성, 새로운 지원이 만들어가는 변화를 바탕으로 임팩트 투자가 바꾸고 있는 일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세션 2 패널토론에는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AFA) 12기인 정승아 서울특별시사회복지사협회 과장과 조유영 경기북부한부모가족지원거점기관 과장이 모더레이터로 함께 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다음세대재단 방대욱 대표가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자세는'이란 주제로 모더레이터를 맡았다.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세계 최초 수어로 노래하는 아이돌 '빅오션' : 어떻게 가능했나'를 주제로 아이돌 구성원 3명 모두가 청각장애가 있다는 것을 오히려 스토리텔링으로 풀고 이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멋지게 보여줌으로써 장애의 한계를 극복하고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강점으로 승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현익 스튜디오 하프-보틀 그래픽 디자이너 겸 발행인은 '세상은 망했는데, 내 업무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주제로 '전국투표전도'라는 유권자를 위한 투표 가이드북(단행본 시리즈)을 통해 6년의 세월 동안 사회가 어떻게 변화했고 그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어떻게 책의 기획이 바뀌었는지 소개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은 그대로인데 다른 사람들 생각이 바뀌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생각이 바뀌었다면 바뀐 당대 사람들과 연결하려는 방법을 새로 짜는 것이 주요하다. 이어 이은희 베이크 대표는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새로운 변화'란 주제로 기부와 행동에 기술을 가미하여 변화를 끌어내고 있는 경험을 공유했다. 모든 사람이 사회적 가치를 통해 참여하는 경험 속에서 성장하고 변화하며 세상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영리와 비영리는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_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김정태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