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래 사회의 주역인 대학생은 우리 사회의 문제와 현상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라이프인은 대학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회혁신 고민을 살펴보기 위해 한양대학교 '사회혁신을 위한 미디어의 이해' 과목을 수강한 대학생들이 발로 뛰며 만들어 낸 결과물을 소개합니다. ▲지역활성화를 위한 프랑스 '제3의 장소' 정책 ▲사회적기업 '코끼리공장' ▲2024 파리 하계 올림픽과 그랑파리 프로젝트 ▲장애인 고용 기업 등 청년의 시선으로 본 사회혁신 관련 기사를 총 4회에 걸쳐 게재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청년들의 고민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는 현재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고용의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주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담금을 납부하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대상인 중앙정부 및 지자체, 상시 노동자 50명 이상 사업체 등에서 장애인을 고용한 비율은 평균 3.17%에 그쳤다(지난해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공공 3.6%, 민간 3.1%). 또한 '2023년 하반기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같은 해 상반기 만 15세 이상 등록장애인 중 경제활동 참가율은 37.4%로, 동기간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65.3%)과 두 배가량 차이 난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노동자의 약 60%가 단순 노무직, 제조업 등 특정 업종에 집중돼 있어, 장애인들이 다양한 직업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제한받음을 보여준다. 이는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 참여를 크게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비장애인들은 청각장애가 외형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장애와는 달리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의사소통 제한으로 인해 정보 습득이 어려우니 직장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이 때문에 이직을 자주 하게 된다. 2023년 6대 장애 유형별 경제활동상태('2023년 하반기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 중)만 봐도 청각장애인의 고용률은 27.3%로 시각장애인(43.3%)이나 지체장애인(43.0%)보다 낮다. 즉, 청각장애인은 직업 안정성이 낮은 편이며, 주로 수어와 구화, 필담으로 의사소통하기 때문에 직무와 관련된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하고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쉽지 않아 한정된 직업에만 종사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차이'가 '차별'이 되는 장애인 고용 현실 속에서 장애인들은 어떠한 문제를 직면하고 있을까? 또한, 그들은 어떤 시선을 통해 고용되고 있을까? 청각장애인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새로운 직업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섬섬옥수, 이디야 커피, 고요한 M(모빌리티) 등의 사례를 통해 청각장애인 현황을 파악하고 지속 가능한 공존 사회를 위한 방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 '네일'로 맞이하는 새로운 내일, '섬섬옥수'

▲ '철도역을 활용한 장애인 일자리 플랫폼 섬섬옥수 PROJECT' 자료 갈무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 '철도역을 활용한 장애인 일자리 플랫폼 섬섬옥수 PROJECT' 자료 갈무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국 주요 철도역 10개의 역사에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네일숍, '섬섬옥수'가 있다. 섬섬옥수는 한국철도공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국가철도공단, 민간기업 등이 손잡고 기차역이라는 공간을 활용해 경력보유 여성 청각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익사업이다. 지난 2019년 부산역에서 시작했으며 최근 광명역에 섬섬옥수 10호점을 열었으며, 해당 사업을 통해 전문 네일 아티스트 교육을 수료한 청각장애 네일 아티스트가 당일 승차권을 소지한 고객에게 무료로 네일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섬섬옥수 사업에 참여하는 조직들의 역할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은 장소(기차역)를 제공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공고를 통해 지원자를 모집하고 직업 훈련을 시행한다. 이후 참여기업에서는 매장을 구축하고 채용을 진행한다. 이와 같은 시스템으로 여성 중증 청각장애인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네일 케어는 서비스를 받는 과정에서 네일 아티스트와 고객 사이의 언어적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수어를 하지 못하는 비장애인이 청각장애를 가진 네일 아티스트와 어떻게 소통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섬섬옥수의 경우, 매장 내에 다양한 상황에 맞는 대사가 입력된 태블릿PC, 음성과 문자 간 변환이 가능한 앱이 있는 핸드폰 등 다양한 디지털 보조기기가 있다. 또한, 수어 통역이 가능한 근로 지원인이 상주하면서 네일 아티스트와 고객과의 원활한 소통을 돕고 있기에 누구나 이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섬섬옥수는 기차역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이용하여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보내거나 장거리 이동으로 휴식이 필요한 고객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여 철도 이용 만족도를 높인다. 당일 승차권을 가진 승객이라면 누구나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손톱 관리와 영양을 비롯한 기본 네일 케어를 제공하며 울산역, 부산역, 익산역은 컬러 및 아트 시술까지 가능하다.

섬섬옥수는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에 편중되어 있던 기존의 청각장애인 직업 환경을 더욱 확장하여 직업 다양성을 확보한다. 청각장애를 가진 경력보유여성들이 재취업하기도 하고, 디자인 직무를 꿈꾸던 20대 여성 청각 장애인이 꿈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이 사업에 함께하는 참여기업이나 지자체는 장애인 고용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며, 사회공헌 활동의 장을 마련하여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 청각장애인 일자리 다양성에 기여하는 '이디야 커피', '고요한 택시'

▲ 이디야커피가 청각장애인 바리스타를 대상으로 진행한 드림팩토리 투어. ⓒ이디야커피
▲ 이디야커피가 청각장애인 바리스타를 대상으로 진행한 드림팩토리 투어. ⓒ이디야커피

청각장애인의 직업 다양성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로, 이디야 커피의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자립 지원 프로그램과 코액터스가 운영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고요한 택시(고요한M)가 있다.

이디야 커피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포괄적인 자립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부터 이어 온 해당 사업을 통해 청각장애인 바리스타를 양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교육부터 실제 취업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그 과정에서 청음복지관과 협력하여 청각장애인들에게 바리스타 직업 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필요한 장비와 원두 등을 지원함으로써 전문성을 키울 수단을 제공한다. 

또한 자사 매장에 직접 고용하여 주문부터 음료 제조, 재고 관리까지 주 업무를 맡겨 실질적인 직업 경험을 얻고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전국 바리스타 대회 후원을 통해 그들이 실력을 발휘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한다. 그리고 '드림팩토리(이디야커피 자체 생산시설) 투어'를 통해 커피 생산 과정을 소개하며, 청각장애인 바리스타들이 업계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도록 돕는다.
 

▲ 고요한M 차량에 설치된 승객용 태블릿PC. 승객들은 태블릿PC를 통해서 음성인식, 타자 입력, 터치 펜 필기 등의 방식으로 기사와 소통할 수 있다. ⓒ코액터스
▲ 고요한M 차량에 설치된 승객용 태블릿PC. 승객들은 태블릿PC를 통해서 음성인식, 타자 입력, 터치 펜 필기 등의 방식으로 기사와 소통할 수 있다. ⓒ코액터스

고요한 택시(고요한 M)는 유니버설 모빌리티 서비스로, 청각 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 범죄 이력 여부 확인, 운전능력 검사, 택시운전자격 면허 취득 등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통과한 택시 기사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요한 택시의 주요 특징은 승객과 운전사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다양한 도구와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다른 택시 서비스와 같이 예약, 호출, 목적지 설정, 예상 금액 확인 등 기본적인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차량 내부의 태블릿을 통해서는 목적지를 설정하고 택시 기사와 대화할 수 있다.

또한 택시 기사는 청각장애인 전용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과 스마트 워치 등의 보조기기를 사용해 안전하게 운행하며, 비장애인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처럼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승객의 필요에 따라 병원 이동, 결혼식장 이동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고요한 택시는 청각장애인도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자리 잡아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을 해소함으로써 사회 통합에 기여하고 있다.
 

■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위해

위에서 제시한 사례들처럼 장애인의 경제 활동과 일자리 다양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노력이 존재하지만, 장애인 고용 문제에는 여전히 좀처럼 풀리지 않는 여러 가지 난제가 남아 있다.

첫 번째는 바로 임금 차별, 최저임금 미보장 문제이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장애인과 전체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격차는 117만 1천 원에서 175만 7천 원으로 벌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제도에서 장애인은 제도권 밖에 존재한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은 2014년 5919명에서 2022년 1만 43명으로 증가했다. 장애인들은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생계 수단을 보장받지 못하며 그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 역시 심화되고 있다.

두 번째는 노동 시간 문제다. 한국 사회의 노동 시간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 장애인들은 여전히 열외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 노동 시간을 하루 8시간, 1주 4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내는 분담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는 경우 장애인 2명을 고용하는 것과 동일시하는 '더블 카운트 제도'를 이용하여 1일 4시간 단위로 중증장애인들을 고용하기도 한다. 불규칙한 혹은 부족한 노동 시간으로 장애인은 일과 생활의 균형이 깨지고 노동자로서의 직무 만족도가 저하된다.

비정규직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장애인 취업자 중 76.8%가 임금노동자로, 장애인 임금노동자 63만 2782명 중 67.6%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장애인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전체 인구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의 약 1.8배로 나타났다. 이는 장애인의 안정적인 고용 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장기적인 경력 개발을 저해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방향성이 제시된다. 우선, 장애인에게 필요한 기술 교육과 직무 훈련을 강화하여 이들이 현대 직장 환경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워크플레이스에서의 의사소통 지원을 위해 첨단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직장 내 포용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부와 민간기업은 협력하여 장애인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장애인의 직업적 만족도와 사회 통합 수준을 크게 높일 것이다. 무엇보다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장애인이 그들의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제는 단순히 고용 기회의 확대뿐만 아니라 직업 다양성, 고용 안정성, 지속 가능성 차원의 질적 개선을 통해 장애인 고용률을 실질적으로 높이도록 제도적 강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장애인 고용의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여러 주체의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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