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래 사회의 주역인 대학생은 우리 사회의 문제와 현상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라이프인은 대학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회혁신 고민을 살펴보기 위해 한양대학교 '사회혁신을 위한 미디어의 이해' 과목을 수강한 대학생들이 발로 뛰며 만들어 낸 결과물을 소개합니다. ▲지역활성화를 위한 프랑스 '제3의 장소' 정책 ▲사회적기업 '코끼리공장' ▲2024 파리 하계 올림픽과 그랑파리 프로젝트 ▲장애인 고용 기업 등 청년의 시선으로 본 사회혁신 관련 기사를 총 4회에 걸쳐 게재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청년들의 고민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매년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은 4억 톤이 넘으며, 2000년 1억 600만 톤이었던 폐플라스틱은 지난 20년간 두 배가량 증가했고,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2060년에는 10억 톤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떨까. 2022년 환경부와 환경공단이 발표한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은 총 11,932천 톤이 발생했다. 이는 2010년과 비교하면 약 2.5배 폐기물이 증가한 수치이다. 2021년 이전 가장 증가량이 가팔랐던 2017년과 비교하여도 약 1.5배 증가하여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증가량뿐만 아니라 재활용 여부도 심각한 사안이다. 버려지는 모든 플라스틱 폐기물 중에서 10% 미만만이 재사용되고, 나머지 90%는 매립, 소각, 또는 폐기된다. 그중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장난감의 문제도 눈여겨봐야 한다. 장난감은 보통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전선, 기판, 금속, 고무 등 복합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 플라스틱 폐기물이 아니라 보통 폐기물로 분류된다. 이렇게 보통 폐기물로 버려지는 장난감은 재활용할 수 없기에 환경오염 문제에 더욱 악영향을 끼치는 것.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그중에서도 버려지는 장난감에 주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바로 '코끼리공장'이다.
■ 사회적기업 '코끼리공장'
코끼리공장은 사회적경제 혁신 성장 사업을 진행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장난감 플라스틱의 환경오염 문제와 취약 계층 아동들의 장난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경영 철학은 '아이들과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기업'이다.
취약 계층 아동들은 장난감을 새로 갖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장난감이 쉽게 버려진다. 코끼리공장은 이 점에 주목했다. 일반 가정과 아동 기관에서 버려지는 장난감을 수거하여 수리하고, 취약 계층 아동, 취약 아동기관, 그리고 해외 난민에게 전달했다.
코끼리공장에서 수거하고 기부받는 장난감의 약 70%는 멀쩡한 장난감이다. 이 장난감들이 수리, 소독 과정을 거치면 거의 새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수리, 소독 과정을 거친 장난감들이 아동복지기관이나 기부를 통해 취약 계층 아이들에게 전달이 되는데, 장난감의 상태가 너무 좋다고, 감사하다는 연락을 자주 받는 편입니다." 코끼리공장 이채진 대표의 말이다.
수거된 장난감 중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장난감은 아이들에게 전달되지만, 재활용할 수 없는 장난감도 있다. 코끼리공장은 재활용할 수 없는 장난감을 분류하여 이를 재생소재로 새롭게 생산한다. 생산된 재생소재는 가방, 키링, 교구 등 새활용 제품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새활용은 '업사이클링'의 우리말 표현으로, 기존에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디자인을 가미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폐장난감 기부를 통해 수거된 플라스틱을 재생 원료로 사용하기 위한 분해 공정을 수립했고, 폐플라스틱을 분해하여 열전도율이 높은 플라스틱 원료 개발을 위한 컴파운드 기술을 확보했다. 재생 플라스틱의 활용처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코끼리공장은 장난감 확보와 나눔을 위해 여러 협력 기관과 함께하고 있다. 장난감 수거 및 고객기관 확보로 지역 내 500개소, 전국 보육 기관 40,000개소와 협약을 진행 중이다. 협력사업으로는 현대자동차 협력 그린무브 공작소, KB 국민은행과의 친환경 ESG 사업, 그리고 동서발전 새활용 연구소 등을 진행 중이다.
이채진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끼리공장의 창업 계기, 경영 철학, 구체적인 활동 및 성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코끼리공장이 처음에는 '아빠 장난감 수리단'에서 시작했다. 장난감 수리단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아동복지시설에서 일하던 시절, 장난감이 너무 많이 고장나고 버려지는 것을 보게 됐다. 고장난 장난감을 수리해서 취약 계층 아동들에게 나눠주고, 운영하는 복지기관 내에 있는 장난감을 수리해서 취약 계층 아동들에게 나눴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에 더해서 아버지들이 직접 장난감을 고치게 해서 아버지들의 양육 참여를 끌어내고자 하는 목표도 있었다.
Q: 자원봉사 단체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어떤 가능성을 보았나?
수익사업을 창출해서 사회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방식이 복지사업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을 했다. 또한 사회 가치의 확장과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공감했고, 본격적으로 사회적기업으로 시작하게 됐다.
Q: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거나 업사이클링 하는 사회적기업은 코끼리공장 외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코끼리공장이 장난감 재활용, 즉 취약 계층 아동의 장난감 보급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장난감을 재사용해서 취약 아동의 발달을 돕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그리고 재사용이 불가능한 장난감을 폐기하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재사용이 불가능한 폐장난감에서 재생 소재를 뽑을 수 있도록 기술을 확보하고 폐기물 공장을 만들게 됐다. 그러나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취약계층 아이들을 돕는 것이었다.
Q: 사회적기업은 공공선과 사회적 가치를 위해 운영하는 기업이기에 단순히 이윤만을 바라보고 운영하기 어렵다. 회사를 성장시키고 유지하신 비결이 궁금하다.
사회 가치를 진정성 있게 추구하다 보니 공감해 주는 기업, 개인들이 있었고, 그들과 협력한 수익 창출 방안이 발생했다. 별도로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 연간 3,000곳 이상의 아동·사회복지시설들을 방문하고 복지시설 관계자를 만나 계약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다.
Q: 코끼리공장의 사회공헌 활동(취약 계층 일자리 창출, 노인/청년 일자리, 저소득층 장난감 지원 등)이 많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하는지 궁금하다.
저소득층 장난감 지원은 보통 아동복지기관을 통해 전달된다. 전국의 아동복지기관, 사회복지시설과 연계되어 있는 취약 계층 아동들을 대상으로 장난감이 나눠진다. 기관과의 연계는 저희 쪽에서 연락을 하거나 기관에서 먼저 연락을 주는 경우도 있다. 장난감 지원의 수혜 대상은 오직 취약 계층 아동과 난민 아동이다.
전달되는 아동복지시설은 그룹홈, 보육원, 지역아동센터, 드림스타트, 국공립어린이집 등이 있다. 또한 해외 난민들에게 전달하는 루트는 해외에 지원사업을 하는 재단들과 협력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의 경우, 발생시키는 수익으로 장애인, 저소득 청년 등 취약 계층을 우선으로 고용한다. 또한 노인 일자리 창출은 은퇴한 중장년, 노년층을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직접고용, 간접고용을 모두 하고 있다.
Q: 장난감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고 알고 있다. 어려움이 어느 정도로 해결되었는지, 그리고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방안을 어떻게 마련하였는지 궁금하다.
현재 연간 300여 톤의 폐장난감이 기부되고 있다. 더 많은 장난감 순환을 위해 공공기관 및 기업들과의 협업 유치를 위해 노력했고, 임직원 자녀들의 장난감, 임직원 사회공헌을 통한 장난감 기부 활성화 등 지속적으로 다양한 노력을 했다. 또한 장난감을 가진 개인분들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오프라인 공간 구축 사업과 홍보, 이벤트 등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진행할 계획이다.
Q: 코끼리공장의 폐플라스틱 재활용과 업사이클링을 통해서 창출된 경제적, 환경적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하다.
우선 환경적 측면에서는 2023년의 경우, 300여 톤의 폐장난감이 수거되었고, 전국 50,000여 개의 아동복지시설에 장난감 나눔을 진행했다. 또한 폐장난감의 재생 소재 생산량이 50톤 정도 된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환경교육도 진행 중인데, 작년 기준 2,400개 기관 대상 약 30,000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참여했다. 경제적 측면 시니어층의 고용건수가 직접고용 40명, 간접고용은 490명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 새롭게 진행하고자 하는 추가적인 사업 계획은?
현재 전국에 자원순환 거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자원순환 거점을 100군데 정도로 늘리면 30배 이상의 폐장난감을 수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도 장난감을 수거해달라고 요청하는 곳은 많은데 공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우선 2년 내로 수도권에 폐장난감 수거 공장을 세우는 게 목표이며, 이후에는 경북, 세종 등으로 확장하고 싶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국가들과의 교류도 검토 중이다. 일본 대기업, 태국, 동티모르 등 개도국 환경부처 등에서 직접 울산 코끼리공장을 방문해 공장 견학을 하기도 했다. 해외에는 폐장난감 순환 사업에 관심 있는 기관 및 국가가 많다. 우선 관심을 두고 검토하고 있는 지역은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다.
Q: 마지막으로 대표님께서 생각하는 사회 혁신이란 무엇인지.
사회 혁신이란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사회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끊임없이 도전해서 작은 성과 값들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코끼리공장은 버려지는 장난감과 취약 계층 아동이라는 사회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주목했다.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폐장난감을 재활용하고 수리하여 취약 계층 아동을 위해 나누고, 재활용할 수 없는 폐장난감은 재생 소재로 재탄생시켜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으로 생산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취약 계층,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며 사회적 기여도 이어가고 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던 작은 노력이 확대되어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는 파급효과를 이룬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 혁신이 아닐까. 코끼리공장이 앞으로도 이뤄갈 사회 혁신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목표를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