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소비자에게 Non-GMO사료를 먹인 축산물임을 알리는 것 "소비자의 알 권리에 부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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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법, 소비자에게 Non-GMO사료를 먹인 축산물임을 알리는 것 "소비자의 알 권리에 부합"
광주고등법원, "유전자변형성분(GMO)이 포함되지 않은 사료로 키운 축산물이라는 정보를 표시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 우려가 없다"고 판결
법원,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
  • 2021.02.09 12:29
  • by 이진백 기자
광주고등법원 판결문.
▲ 광주고등법원 판결 요약.

제품에 '유전자변형식품(GMO)을 사용하지 않은 사료로 키운 축산물'이라고 표시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일까? 소비자에게 식품의 생산과정에 유전자변형식품(GMO)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표시하는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에 부합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이하 아이쿱생협)는 유제품의 겉면에 축산물의 사육환경 정보를 제공하는 "Non-GMO콩으로 키웠다"는 표시(안내) 문구를 삭제하라는 행정 시정명령과 1심 판결에 대해 광주고등법원이 "소비자의 알 권리에 부합한다"며 1심 판결과 행정 시정명령을 취소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2월 전라남도는 아이쿱생협의 협력기업인 유제품 제조사 '농업회사법인 (주)밀크쿱'(이하 밀크쿱)이 생산하는 우유, 요구르트 제품에 표시한 'Non-GMO콩으로 키운'이라는 문구가 식품표시광고법에 의하여 금지되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라는 이유로 삭제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밀크쿱'은 'Non-GMO콩으로 키운' 이라는 표기는 젖소에 급여하는 사료가 GMO인지를 비롯하여 축산물의 사육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며 시정명령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13일, 광주지방법원 제1심은 "GMO표시 대상이 아닌 제품에 Non-GMO표기를 할 경우 소비자 기만, 오인 및 혼동의 소지가 있는 표시광고에 해당한다" 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광주고등법원은 제1심의 판결을 뒤집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5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열린 '밀크쿱 시정명령취소'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1심 선고를 파기하고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아이쿱생협 측은 이번 결과에 대해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한 식품표시광고법의 본래 취지를 살린 당연한 결정"이라며, 광주고등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 자연드림 '전 축종 Non-GMO 곡물 도입 2주년' 이벤트 광고 이미지.
▲ 자연드림 '전 축종 Non-GMO 곡물 도입 2주년' 이벤트 광고 이미지.

밀크쿱은 아이쿱생협 매장에 우유, 요구르트 등 유제품을 제조·납품하는 회사로서 아이쿱생협의 물품정책에 따라서 GMO가 포함되지 않은 콩을 원료로 한 사료를 급여하는 낙농가로부터만 원유를 수집하여 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밀크쿱의 제품에는 'NON-GMO콩으로 키운'이라고 표시하여 소비자에게 젖소 사육 과정에 유전자변형식품(GMO) 사용했는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광주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이 사건의 표시는 젖소의 사료에 쓰이는 콩이 Non-GMO라는 의미이지 우유가 Non-GMO라는 의미가 아니다. 콩은 표시대상 유전자변형농산물에 해당하여 Non-GMO 표기를 할 수 있고, 이 사건 표시는 유제품의 생산과정에 관한 정보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므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라고 볼 수 없다"라며 "오늘날의 소비자는 식품 등을 단지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서만 소비하지 않으며 식품 등의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이나 가치관, 신념 등을 드러내고자 한다. 할랄푸드(Halal food)나 채식주의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유전자변형식품을 소비하지 않는 것도 그러한 사례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는 식품 등이 유전자변형식품인지 또는 식품 등에 유전자변형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뿐 아니라, 식품 등이 생산되는 모든 과정 중에 유전자변형식품이 사용되었는지 등도 고려하여 소비할 선택할 자유가 있다. 또 식품 등을 선택함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도 있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Non-GMO 등 표현을 유전자변형식품 표시대상이 아닌 유제품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사용할 수 없다고 본다면, 식품 등의 생산자 또는 판매자의 입장에서 해당 식품 등의 생산과정에 유전자변형식품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하면서, 이 사건 시정명령의 근거가 되는 식품표시광고법은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과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번과 같이 생산과정에 유전자변형식품이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표시하는 것은 법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해석했다. 또한 유전자변형식품이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에 대하여, 아직 과학적으로 분명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그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식품 자체에 유전자변형성분이 남아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식품의 생산 과정에서 유전자변형식품이 사용되었는지 여부가 식품의 품질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라고 판단했다. 

한편 한국은 식용 GMO 수입 1위이자 매년 수입량이 증가하는 추세며, 수입 GMO 가운데 70~80%가 사료용으로 쓰이고 있다. 전국의 생협과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 알권리 증진 및 선택권 보장을 위하여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해 왔으며, 아이쿱생협은 2017년부터 소비자 조합원에게 공급되는 모든 축산물에 '전 축종 Non-GMO 곡물사료로 키우기'를 추진해 왔다. 

이와 함께 지난달 28일에는 식약처가 Non-GMO 표기 기준을 국제적 기준에 맞추고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 보완하기 위해 유전자변형식품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 행정예고를 진행한 바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Non-GMO 표기 활성화를 위해 ▲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의 국외 기준을 고려, GMO성분의 비의도적 혼입을 인정 ▲Non-GMO 등의 표시 대상을 명확화 ▲표시 요건 개선을 통한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이다. 밀크쿱의 유제품 표시는 Non-GMO표시에 관한 식약처의 전향적인 태도와도 합치하는 것이다. 

GMO완전표시제 개정을 주장해 온 소비자단체 '소비자기후행동'의 최미옥 공동대표는 "원재료에 기반한 유전자변형식품 사용 표시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한 제도가 되어야 한다. 식용 GMO 수입 1위 수준의 한국에서 유전자변형식품 사용여부가 표기된 식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이번 판결은 해외 GMO표기 기준에 맞춰 소비자 알 권리를 강화하려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물려 있다"고 밝혔다.  

밀크쿱의 항소심 소송대리인 김종보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이번 판결의 핵심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식품표시광고법의 목적과 취지에 따라서 구체적 사안에 맞는 타당한 해결이 되도록 법을 해석,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식품표시광고법의 입법취지를 경시하고 법령을 협소하고 경직되게 적용해 온 행정의 관행에 경종을 울린 획기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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