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적인 토론회가 열렸다. 연간 100만원이 넘는 어린이 병원비에 대해서는 국가가 완전하게 책임지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토론회였다. 전 국민 무상의료로 가는 단계적인 과정으로 해석될 수 도 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인 과제들이 많아 풀면서 가야 한다고 토론했다.
어린이병원비 상한제 도입요구는 문재인 정부의 의료보장 정책인 '문재인 케어'에 대한 기대와 비판이 함께 담겨 있는 토론회이기도 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가 주최했다. 토론회는 12월 5일(화) 오전 10시 한겨레신문 청암홀에서 진행됐다.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고, 15세 이하 어린이 입원비의 법정본인부담률을 현행 10~20퍼센트 수준에서 5퍼센트 이하로 낮추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인 선택진료제 폐지(2018),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급여로 전환한다. MRI, 초음파도 급여화 한다. 그러나 3800여종의 비급여 항목에 대해 당장 급여화하는 것은 아니다. 비급여 항목들에 대한 실태 파악을 통해, 급여화 할 수 있도록 '예비급여제도'를 거친다. 이는 급여화할 수 있는 것인지 평가하고, 리스트 작업을 하면서 비급여 부문의 실태를 파악해 규모를 측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예비급여제도 기간 동안에 급여화하지 못하는 항목, 즉 건강보험으로 보장하지 못하는 부분은 '재난적 의료비' 제도를 통해 보완하고, 이 제도로 포괄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추진 중인 '과부담의료비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추가로 보완하겠다는 복안이 함께 하고 있다.
문재인케어, '예비급여제도' 과도기 거쳐 비급여의 급여화 추진
'재난적 의료비'는 가처분 소득의 40퍼센트를 의료비로 지출하는 경우, 연간 2천만원 수준에서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 의료비는 그간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만 지원했지만, 문재인 케어에서는 모든 질환으로 확대했다. 다만 2천만원 상한제는 유지했고 적용대상도 소득수준 하위 50퍼센트까지로 한정해 차등적용한다. 재원마련 때문이다. 한편, 재난적 의료비 제도는 의료비 지원 2천만원 상한제로 인해 과다 의료비가 발생하는 가구의 문제를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한 보완으로 진행되고 있는 법안이 '과부담 의료비 지원 법률'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상희 의원실의 김명신 보좌관은 과부담 의료비 지원법안은 문 캐어를 보완해 모든 국민, 모든 질환에 적용하는 법안이고, 다만 재정을 감안해 중위소득 50퍼센트까지 적용하는 것을 시행령을 규정해, 향후 확대하도록 여지를 두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재인 케어는 이러한 단계적 절차를 통해 현해 63.1퍼센트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성 비율을 임기 내에 70퍼센트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두고 있다.
반면 '아동부터 연간 100만원 상한제 의료비 국가보장'을 요구해 온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이하 추진연대)측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퍼센트로 잡는 것은 다른 의료 선진국(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 독일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80퍼센트 수준까지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입원 보장률과 외래보장률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입원보장률 59.8%, 외래보장률 57.7%, 약제비보장률 60.8%인 반면, OECD평균은 각 85.5%, 76.7%, 56.9%였다. 2013년 OECD 의료비 보장 국제비교 자료이다. 추진연대 측은 어린이병원비에 대해 18세 아동 기준으로 적용해야 하고, 우리나라 수준에서 여전히 본인부담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연간 100만원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린이병원비 100만원 상한제 도입...취지에는 동감하나, 재정문제 및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한 대안 마련 필요
은상준 충남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그간 비급여항목에는 불필요한 항목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안전성, 효과 등 검증을 통해 추출하는 과정으로 예비급여제도는 유용하다고 말했다. 100만원 상한제 도입에 대해서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아 어린이 집단에 대한 우선순위 고려를 하는 것과 함께 제도 수용성, 재정 부담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한계레신문 의료담당 기자는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100만원 상한제 도입시, 입원이 남발되는 문제나 병원의 과잉진료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보장성 70퍼센트에 대하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1퍼센트씩 높여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재원의 문제와 함께, 보장성 확대에 대한 국민적 동의 여론도 중요하다며, 문재인 케어는 보장성 확대 즉, 비급여의 급여화를 서두르는 동시에, 다른 보완적 제도개선을 병행해가면서 국민적 체감도를 높여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100만원 상한제 도입에 따른, 입원 과다 혹은 과잉진료 등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인내수준이 있을 것이고, 그 수준에 따라 찬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급여제도의 경우, 운용 주체가 국가인 점을 감안하면, 그 제도를 운영하는 동안 발생되는 본인부담금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의 문제 역시도 논점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어린이부터 100퍼센트 상한제를 적용함으로서 실손보험 성격의 건강보험 적용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타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발제를 맡은 김종명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 정책팀장은 예비급여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보완책으로서 병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예비급여제도의 본인분담금 부과 기준인 50%,70%,90% 수준을 적용함에 있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100만원 상항제 도입에 대해서도 도덕적 해이 문제가 제기될 수 있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는 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장을 담궈 가면서 구더기는 제거하자."고 주문했다. 또 민간 수익 중심의 한국 의료체계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면서도, 비급여 과잉진료 문제에 대해 의사들도 전문가로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의사들의 자부심을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케어를 통해 임기 내 70퍼센트까지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목표에 도달한다면 큰 성과라며, 동시에 문재인 정부 이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