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죽음 부른 의문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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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죽음 부른 의문 5가지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 사회적 타살 진상규명위원회 역할과 과제' 간담회
  • 2019.01.18 19:41
  • by 공정경 기자

지난 15일 故 김용균씨가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발표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어난 김용균씨의 컨베이어 사망사고와 관련해 같은달 1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4주 동안 '특별안전보건감독'을 벌인 결과, 1029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은 관리상 조처가 미흡한 284건에 대해 총 6억67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태안화력발전소 책임자인 본부장 등에게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사법처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용균씨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고용노동부가 하청노동자 안전에 대한 책임을 원청인 서부발전이 아니라 태안화력발전소 본부장에게 묻는 것은 진짜 책임자인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대책위는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낼 수 있도록 현장 노동자,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진상규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검찰 조사, 근로감독, 안전보건진단으로는 포괄적인 진상규명과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어렵다며, 사고조사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 시민대책위는 지난 15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 사회적 타살 진상규명위원회 역할과 과제' 간담회를 열었다.


노동건강연대 한지훈 활동가는 지난해 12월 27일에 진행한 노동안전보건 예비 실태조사와 시민대책위 자료 및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해결되지 않은 의문점을 정리했다.

의문 1. 기본적인 컨베이어 안전수칙은 왜 지켜지지 않았는가?

2018년 대한산업안전협회와 한국산업위생협회가 공동으로 시행한 안전보건 진단 결과를 보면, 태안화력발전소 안 일부 컨베이어벨트가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상태로 가동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018년 10월 컨베이어벨트 안전점검에서는 김용균씨가 사망한 컨베이어벨트를 포함해 모든 컨베이어벨트가 합격판정을 받았다. 사업장 내 컨베이어에 대한 안전검사와 안전인증이 형식적이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컨베이어 점검·수리·청소 작업 중 대부분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던 구조적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신입사원 교육 또한 3개월, 2개월, 1개월, 3일 정도로 줄었고, 공식적인 교육도 문서상 교육(회람교육)으로 대체됐다. 관리자가 현장을 모르기에 실제적인 교육을 할 수 없고 오히려 현장 노동자가 관리자를 교육한다고 한다.

의문 2. 옥내저탄장, 트랜스퍼타워 등 사고 발생 장소 및 작업에 대한 위험성 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한국서부발전이 사고 발생 장소 및 작업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그 위험을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옥내저탄장의 경우 일산화탄소를 기준으로 30ppm 이상이면 현장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 하지만 기준치가 넘는 상황(100~260ppm)에서도 현장 노동자들은 구토와 어지러움을 참으며 점검 확인기까지 가야 한다. (서부발전 제어실에는 일산화탄소 농도 측정기와 농도 표시기가 있다.)

하청노동자 산재 은폐로 작업장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현장 노동자 인터뷰에 따르면 "손톱이 빠지는 정도가 경미한 사건이다. 일하다 다쳐서 병원에 가면 한국발전기술 관리자가 다른 곳에서 다쳤다고 말하라고 한다. 산재처리를 하면 다음 입찰 평가에 영향을 미쳐 일을 못 딸 수도 있으니 공상처리 하는 방식으로 한다"고 한다. 

또한 원청은 위험을 알고 있음에도 하청노동자를 위험에 내모는 작업지시를 내리고 그에 따른 책임은 노동자에게 전가한다.

옥내저탄장 내부 사진. 현장 노동자들은 아파트 15층 높이의 설비 위에 올라가 낙탄을 제거해야 한다. 사진만 봐도 아찔한 곳이지만 안전난간이나 상부로 올라가는 사다리조차 없다.


의문 3. 문제를 사전에 해결할 수 있었던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이유는?

고용노동부는 2017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및 하청업체에 대해 중대재해 정기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총 68건의 법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 27건을 사법처리 했으며 총 39건의 법 위반 사실에 대해 1억1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추가로 안전보건진단을 명령하여 2018년 3월에 안전보건진단 결과보고서를 서부발전에 전달했다. 하지만 정기감독과 안전보건진단에서도 옥내저탄장과 트래스퍼타워 위험에 대한 언급이 없거나 매우 부족해 정기감독과 안전보건진단이 부실하게 진행됐던 것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

한 현장 노동자는 "제가 근로감독관에게 어디 어디를 꼭 봐야 한다고 말해도 근로감독관은 엘리베이터만 타고 다니고, 가장 편한 곳, 라인도 짧고 깨끗한 곳, 분진이 나지 않는 곳만 다녔다"고 말했다.

의문 4.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한국서부발전 비정규직의 안전관리에 대한 지적이 있었는데도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2017년 국정감사에서 국회는 한국서부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서부발전은 매우 피상적인 조치만 취해 사전에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쳤다. 이 과정에 누구의 책임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

의문 5. 고 김용균씨 수행 업무는 외주화가 부적절한 것임에도 외주화 정책을 고수했던 이유는?

발전소 연료환경실비와 경상정비 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이나 복잡성이 요구되는 업무라기보다 단순 노무 도급에 가깝고 작업 위험성이 높아 외주가 부적절한 업무이다. 특히 위험 관리를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한 업무인데, 외주화와 그에 따른 잦은 인력 교체는 의사소통 체계를 교란해 위험을 더 증폭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이 사전에 파악됐을 가능성이 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주화 정책이 지속되었던 이유가 밝혀져야 한다.

"저희는 하역부터 보일러까지 운송설비 전체를 담당한다. A~Z까지 전체 공정을 담당한다. 저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한국서부발전 감독은 석탄설비부, 자재부, 그린환경팀 등 무수하게 존재하고 담당자들은 업무실적을 위해 자기 업무를 우선으로 처리하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부서마다 상반된 입장이고, 힘 센 부서의 입장이 우선시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갈등이 끝이 없다." (현장 노동자 인터뷰 중)

현장 노동자들은 위험설비와 안전에 대한 시정요구가 묵살되는 요인에 대해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퇴직자들이 하청 한국발전기술에 팀장, 실장으로 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부발전에서 정년퇴직한 후 한국발전기술로 들어온 OB(Old Boy)들이 가장 큰 문제다. OB들 인원이 너무 많다. 정작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 현장을 모르니까 동떨어진 이야기만 한다. 컨베이어벨트의 헤드랑 테일도 구분 못 하면서 현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무시하고 자기들 생각대로 한다." (현장 노동자 인터뷰 중)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구의역 진상조사단 활동의 성과와 한계를 예로 들며 "위험의 외주화라는 핵심적 원인을 밝혀냈음에도 예산 문제에 부딪쳐 이행과정에서 난항을 거듭했다. 조사결과에 대한 이행의 담보를 위해서는 진상규명위원회에 정책 담당부처(산자부)와 예산 담당부처(기재부)가 꼭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의 시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대상으로 5개 발전사와 민간 발전소 중 1개, 조사 범위는 안전 관리 시스템, 원·하청 등 운영 및 고용 구조, 조직 문화, 작업 환경 및 노동 조건 등을 포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태안발전 9~10호기는 영흥발전 5~6호기와 동일한 설계도로 건설했다. 영흥발전 노동자가 직접 확인한 결과 설비에서만 10가지가 넘는 미비점이 발견됐다. 9~10호기가 더 열악한 조건에서 운영되고 있다. 건설과정에서 빠진 설비, 그 원인만 찾아도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 도면 자체가 보안문서이다. 정부, 유가족, 시민대책위원회가 공동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구조적,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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