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포 매거진은 '엄마의 잠재력을 주목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2019년에 창간한 매거진이다. 포포포 POPOPO는 connecting PeOple with POtential and POssibilities의 약자로 가능성, 그중에서도 엄마의 잠재력에 주목한다. 아직 조명되지 않은 누군가의 잠재력과 서사를 발굴하고 연대해 나가는 여정을 지면으로 기록해 나가고 있으며, 라이프인은 7개국 포포포 매거진 에디터의 글을 함께 연재 중이다. [편집자 주]
뜨거운 태양이 온몸을 따갑게 내리쬐는 계절, 다시 한번의 여름이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에 찾아왔다.
이 바람 부는 섬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수많은 전설들이 바다와 함께 숨 쉬고 있다.
반은 인간, 반은 바다의 신비를 품은 인어 이야기부터, 옛 해적들이 숨겨 놓았다는 보물들, 그리고 거대한 용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동굴까지.
그렇게 지중해의 작은 섬, 그 신비로운 전설들을 따라가다 보면 해안가 끝자락에 자리한 아주 오래된 등대들을 만날 수 있다.
수백 년 동안 묵묵히 바다 위를 항해하는 이들의 길잡이가 되어 준 수많은 등대들을.
사실 등대의 모습은 어딜 가나 비슷비슷할 것이다.
긴 건물 위 꼭대기에 불빛이 나는 램프가 달려 있는 모습.
어쩌면 식상할지도 모를 그 등대를 보러 간 것은 순전히 아이들의 의견 때문이었다.
그렇게 별 기대 없이 방문한 카프테페라의 등대는 매우 낡고 초라한 등대였다.
화려하지도, 위풍당당하지도 않은 그 모습은 오히려 군데군데 세월의 상처가 깊이 배어 있는 소박한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등대에게서 내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수십 년 동안 혼자서 거센 비바람과 싸워 가며 이곳을 지켜 낸 담대한 모습,
자식을 위해 자신의 성채가 상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태운 뜨거운 사랑과 희생의 모습 말이다.
옛날 옛적, 이 등대에는 한 명의 헌신적인 등대지기가 살았다고 한다.
그는 매일 밤 등대 불빛을 밝혀, 폭풍우 속에서도 배들이 암초와 위험한 해안선을 피해 안전하게 항해하도록 애썼다.
어느 거센 폭풍이 몰아치는 밤, 작은 어선 한 척이 등대 근처 암초로 다가왔다.
등대지기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생명을 아끼지 않고 달려가 등불을 더 환하게 밝혔다.
그렇게 그 빛을 따라 어선은 가까스로 안전한 항로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폭풍이 지나간 후, 등대지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가 바다에 희생되었다고 믿었고, 이후로도 폭풍우가 몰아칠 때면 그의 영혼이 등대를 지키며 배들을 안전하게 인도한다고 전해진다.
이 이야기는 내 마음 깊은 곳을 울린다.
낡고 초라해 보여도, 누군가의 끝없는 사랑과 희생이 있어 이토록 오래도록 빛날 수 있었던 등대.
그 불빛은 어머니가 밤새워 지켜 준 그녀의 따뜻한 품과 닮아 있다.
온 세상이 거센 바람에 흔들려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켜 낸 사랑과 믿음.
내 어머니가 밝혀 놓은 빛을 따라 걷던 나도,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젠 누군가의 어머니가 되었고
내 어머니의 어머니가 밝히던 등대의 불빛을 이제는 내가 이어받아 꺼지지 않을 빛으로 지켜 보려고 한다.
인생의 폭풍우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길잡이를 해 주는 등대처럼, 너의 인생에 꺼지지 않을 사랑과 응원의 마음을 담아.
뜨거운 태양 아래, 끝없는 파도 앞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나를 태워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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