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강당(지하 1층)에서 사회연대경제 방식으로 전세피해를 치유한 탄탄주택협동조합의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전세피해 대책을 논의하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염태영·김우영·복기왕 국회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 탄탄주택협동조합, 한국사회주택협회,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화성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탄탄주택협동조합(이하 탄탄쿱)은 2023년 한국사회주택협회가 화성시 동탄지역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들과 함께 설립한 주택협동조합이다. 탄탄쿱은 피해주택을 인수해 월세로 전환하고 보증금을 일부 반환했으며, 이후에는 해당 주택을 사회주택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추진해왔다.

조합은 주택 시세의 90%를 보증금, 10%를 출자금으로 설정해 기존 임차인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단계적으로 월세 전환을 추진해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일부 반환했고, 결혼이나 이직 등으로 이주가 필요한 조합원에게는 전체 전세보증금 반환과 적시 이주를 보장했다. 

2024년 말에는 1채를 제외한 모든 주택의 보증금을 최우선 변제금(4,800만 원) 이하로 맞추며 전세사기 피해 치유를 선언했다. 지난 5월에는 나머지 피해액 10%에 대한 지급 능력을 확보해 일부 조합원이 조기 탈퇴 후 출자금을 반환받았지만, 여전히 일부는 임대차계약을 유지하며 거주하고 있다.

탄탄쿱을 통한 피해 치유 수준은 최초 피해액의 94%로, 정부의 피해주택 매입과 경매 차익 보장방식(회복률 80%)보다 높다. 절차 간소화와 신속한 회복 덕분에 조합원들의 만족도 역시 다른 대책보다 크게 높았다.

 

ⓒ한국사회주택협회
ⓒ한국사회주택협회

 

성과공유회는 관계자에 대한 감사패 전달식과 토론회로 구성됐다. 감사패는 당시 경기도 부지사였던 염태영 국회의원, 이성 행정특보,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화성특례시, 화성한마음신협, 경향신문 김태희 기자 등에게 전달됐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협동조합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며 설립과 피해 치유 과정에서 겪은 애로사항과 제도적 장벽을 증언했다. 이어 최경호 감사는 월세전환기금을 통한 피해 치유의 핵심 구조를 설명하며, 협동조합 모델이 피해 치유뿐 아니라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국가기관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토론은 세종대학교 임재만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이철빈 공동위원장,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조정흔 감정평가사,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박정환 기반조성부장, 경기연구원 박기덕 연구위원, 도시보증공사 임대보증처 정기백 처장, 국토부 엄지희 전세피해조사과장이 참여해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이철빈 위원장은 탄탄쿱이 신뢰 회복과 신속한 피해구제 차원에서 큰 강점을 지닌 모델이라고 평가하며, 법 사각지대 피해자·외국인 피해자·후순위 임차가구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조정흔 위원장은 임대차 시장의 가해자·피해자 이분법에서 벗어나 다수 임대인에게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전세 제도의 한계와 책임 범위에 대한 명확한 인식 속에서 재무적 지원제도가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환 부장은 탄탄쿱이 여러 유관기관의 협력을 이끌어낸 점을 높게 평가하며, 사회적금융 도매기금의 제도화와 재정 안정성 확보를 통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기덕 연구위원은 탄탄쿱 모델을 통해 피해자가 단순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의 주체로 전환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하며, 향후 전세 제도의 구조개혁 속에서 협동조합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기백 HUG 부장은 "보증금 반환 사고를 낸 일부 임대사업자가 대위변제 이후 다른 주택의 보증 가입이 어려워지자 법인을 새로 설립하는 등 제도를 우회하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보증 제도의 신뢰성과 재원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엄지희 과장은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며 임대주택을 공급·운영해온 긍정적 측면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전세 피해 예방과 주거복지 강화를 위해 협력할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사회주택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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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어 질의에 나선 박상윤 안심주택임대협동조합 대표는 소규모 임대사업자들이 상호부조를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협동조합 모델 역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이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 번의 대위변제로 임대인의 모든 주택 보증이 막히는 것은 선량한 임대인의 재기를 막아 더 큰 전세 피해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김수동 이사장은 "탄탄주택협동조합의 길은 무모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누군가가 시도해야 새로운 길이 생긴다는 사명감과 사회의 연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며, 이번 자리가 전세피해를 사회적 아픔으로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해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경호 감사는 "보증금 반환보험이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며, 월세 전환 과정에서 임차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기저리 공급자 금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신인 대한주택보증이 2015년부터 공적 기금 운용을 맡게 된 사회적 합의를 재설정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공사의 소극적 자세를 비판했다.

토론을 정리하며 임재만 교수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전세 선호와 월세 전환의 어려움 속에서 탄탄쿱 같은 해법의 이행 과정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토론회는 탄탄쿱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고 실질적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되새기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총평했다.

이날 토론회는 전세 문제 해결이 피해자 구제를 넘어, 시장 참여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시스템적 전환이 시급하다는 과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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