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의 열악하고 소외된 지역사회를 찾아다니며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글로벌이너피스 단체를 만났다. 동티모르의 빈곤한 어린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영양개선 지원사업과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글로벌이너피스의 활동은 현지 지역 주민들과의 협력과 자립 기반 마련을 통해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9일 글로벌이너피스의 고은경 대표를 만나 동티모르의 활동에 대해 들었다.
■ 우선 글로벌이너피스 단체에 대해 소개해달라
글로벌이너피스는 제주도에서 자생한 국제개발협력 단체로 국가, 인종, 종교,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지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교육을 통한 내적 성장으로 해결하고 지구의 평화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비영리 시민사회단체다. '세계 평화의 섬' 제주에서 국제사회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하며 동티모르, 스리랑카, 부탄 등 해외 여러 지역에서 평화 실천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동티모르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해오고 있는데 2017년 제주특별자치도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을 시작으로 동티모르와 인연을 맺기 시작해 2019년 글로벌이너피스 동티모르 지부가 현지 정부 국제 NGO로 등록돼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됐다.
■ 동티모르 아따우루 섬에서 진행 중인 '동티모르 아따우루 유아영양개선 지원사업'에 대해 소개해달라
아따우루 섬은 동티모르 본토에서 완행 여객선으로 3시간, 쾌속선으로 1시간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섬으로 본토보다도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한 지역이다. 열악한 도로 사정과 전기, 식수 등 기본 인프라조차 부족한 상황이고 영양부족으로 어린이들의 발육부진의 비율이 높은 곳이다. 글로벌이너피스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시민사회협력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22년부터 현재까지 이 섬의 약 1,000명 이상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영양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아따우루 섬에 있는 전체 유치원(11개)의 어린이들과 여러 가지 사정으로 유치원을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영양보충식을 지원하고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영양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은 650여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하면서 영양식과 교육활동을 지원했다.
■ 이 사업의 주요 성과는 무엇인가?
먼저, 아이들에게 필요한 영양보충식을 제공하면서 영양 결핍 문제를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성과는 정기적인 신체계측 데이터를 WHO와 동티모르 국가 기준에 맞춰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한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는 각 지역 보건지소에 전달돼 향후 보건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기존 1단계 사업에서 학교 주방 환경을 개선한 이후 아이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준비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는 단순히 영양보충식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영양교육을 실시해 아이들의 영양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2024년부터는 생태 텃밭 운영을 통해 주민들에게 식이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고, 자립적으로 영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을 지역 관계자와 행정당국과 함께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사업의 최종적인 목표는 지역사회의 영양 보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사업 추진 중 어려운 점은 없었나?
아따우루 섬은 기본적인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다. 섬 자체가 험준한 산지 지형으로 한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이동할 수 있는 육로가 없어 쪽배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한다. 우리 활동가들은 영양보충식과 교육 물품들을 쪽배에 싣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보급과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마을에 전기와 식수도 부족한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영양 개선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식수 상태도 좋지 않아 정수기 보급 활동도 함께 하고 있고 우리 활동가들이 마을 곳곳을 다니며 주민들과 소통하고 신뢰를 쌓으면서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 이 사업이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가장 큰 변화는 지역사회의 인식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교사와 학부모, 보건 관계자들이 어린이 영양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그 중요성을 조금씩 인식하고 있다. 교사들을 중심으로 유치원 내에서 생태 텃밭을 운영하며 어린이들에게 토마토 등 야채를 직접 길러서 먹을 수 있게 함으로써 스스로 건강한 음식에 대한 체험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이 활동을 통해 환경이 열악한 섬에서 식이다양성에 대한 자립의 일환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보건 관계자들은 이전에는 구할 수 없었던 정기적인 신체계측 정보를 통해 아이들의 발달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고, 그 데이터를 보건당국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인 개선에 그치지 않고, 지역 보건 시스템 전반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사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응은 어떠한가? 또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아따우루 주 전체 유치원(11개)의 유치원협의회장인 젤리아 엘리자베스 원장은 이 사업을 통해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크게 개선되고, 깨끗한 환경에서 음식을 조리할 수 있게 된 점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그는 특히 정기적인 신체계측 데이터를 활용해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게 된 점을 높이 평가하며, 우리와 KOICA에 큰 감사를 전했다.
2024년부터 시작된 2단계 사업에서는 생태 텃밭 운영과 식이다양성 교육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자립적으로 영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또한, 계속해서 아동 신체계측 데이터를 보건당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하며, 이를 통해 지역 보건 정책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 동티모르 아따우루 섬은 한국의 제주도와 같은 지역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
제주도에 기반하는 글로벌이너피스가 동티모르와 인연을 맺고 활동하며 동티모르에서도 제주도에 대해서 알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따우루 주 정부는 아따우루를 '동티모르의 제주도'로 만들고 싶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가장 가난한 변방의 섬이었던 제주도가 농수산업과 관광산업으로 발전했듯이 아따우루도 그렇게 발전하고자 희망하고 있다. 동티모르 아따우르 지역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품고 있어 오염되지 않은 다양한 수산자원이 있지만 어업용 선박과 냉동고, 위생적으로 가공 포장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한 상황이다. 수산업 발전의 잠재력이 있는 동티모르에서 글로벌이너피스는 영양개선과 식량안보를 위한 수산분야 협력,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는 아따우루 섬에서 관광분야 협력 등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글로벌이너피스의 활동은 단순히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