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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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정치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서로가 필요하다. 과학은 정치의 후원이 필요하고, 정치는 과학의 해결책이 필요하다. '정치의 과학화'와 '과학의 정치화'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 과학은 스스로 한계를 명확히 하고 끊임없이 성찰하는 분야로 재탄생해야 하며, 정치는 종종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과정으로 빠져드는 과학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만큼 충분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_ 제프 멀건 교수의『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 (원제:WHEN SCIENCE MEETS POWER)』에서.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초청 특강에서 '사회혁신가들의 혁신가'로 평가받는 제프 멀건(Geoff Mulgan)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는 "혁신이라고 하는 것은 기술뿐만이 아니라 사용자 혁신, 디자인 주도의 혁신, 데이터 기반의 혁신, 서비스 혁신, 공공섹터 혁신 그리고 사회혁신까지도 포함된다"라며 "혁신을 더 폭넓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 멀건 교수는 사회혁신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그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는 ▲혁신 기금 ▲정치에서의 사회혁신 ▲생활경험의 공유 ▲디지털, 플랫폼과 인공지능 ▲사회적 연구개발, 실험과 증거 ▲금융, 기업의 혁신 ▲사회혁신과 병합하는 집단지성 ▲'시간'과 같은 새로운 이슈 ▲장기적 관점을 제공하기 위한 사회적 상상 ▲공공기관 설계 등에 관해 설명했다.

멀건 교수는 "경제가 성장하고 기술이 아주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세상에 많은 문제들이 사회혁신을 통해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그 이유를 정부가 투자하는 '예산'에서 찾았다. 

그는 "지금까지도 정부가 투자하는 예산의 규모를 봤을 때 여전히 20세기의 위계질서가 그대로 남아 있다. 제일 먼저 군에 예산이 배정되고 그다음에 기업, 마지막에 사회 관련 연구가 진행된다"라며 "어떤 국가도 혁신을 연구하는 예산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는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국가들이 사회문제에 있어서는 별로 진전을 보이지 못해 왔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며 "한국의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4.93%(2021년 기준)로 OECD 주요 국가들 가운데 최고 수준이지만 사회혁신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에 가까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멀건 교수는 "40년 후에 복지나 보건, 민주주의의 모습이 어떨 것인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회혁신은 앞으로 계속해서 시간을 들여서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사회혁신 기구, 연구·개발(R&D) 또는 디지털 혁신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제프 멀건(Geoff Mulgan)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
▲ 제프 멀건(Geoff Mulgan)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

제프 멀건(Geoff Mulgan)은 '사회혁신'이라는 키워드로 비영리와 공공 부문, 싱크탱크를 오가며 영국 내 사회혁신을 주도하고 생태계를 키워온 사회혁신 전문가이다. 영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진보적 민간 싱크탱크 '데모스(Demos)'를 창립했으며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 영국 총리실 산하 미래전략위원회의 전략기획관을 지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과학·기술·공학·공공정책학부의 집단지성·공공정책·사회혁신 담당교수이자 데모스헬싱키 연구원이다. 그동안 네스타, 영파운데이션, 영국 정부 전략국장으로 일하며 오랫동안 사회적 상상 분야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왔다. 새로운 단체들과 정책적 접근법을 만들고, 소셜 디자인과 전략의 실천적 측면을 다루는 팀을 이끌었다. 2020년 호주를 비롯해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로 미래 비전을 작성하는데에도 참여했다. 지은 책으로는 『사회혁신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하며, 어떻게 추진하는가』, 『좋은 권력과 나쁜 권력(Good and Bad Power)』, 『공공 전략의 기술(The Art of Public Strategy)』 등이 있다.
 

▲ 사회혁신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 제프 멀건 교수가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과학이 정치를 만났을 때:사회혁신을 위한 정치의 역할'이란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 사회혁신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 제프 멀건 교수가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과학이 정치를 만났을 때:사회혁신을 위한 정치의 역할'이란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행사 관계자는 "이번 특강은 지난 10여 년간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해온 사회혁신을 되돌아 보고 글로벌 환경에서 사회적경제나 사회혁신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같이 살펴보기 위해 마련했다"라며 "한국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실 것으로 생각해서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국회 사회혁신포럼과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가 공동 주최·주관했으며, 모두의 포럼과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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