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지원인 제도란 핵심적인 업무 수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신체적 제약으로 부수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운 중증장애인 노동자를 지원하는 제도로, 정부가 활동보조 서비스(중증장애인 대상으로 일상 및 사회생활 전반 지원) 및 업무지원인 서비스(중증장애인 기업인을 대상으로 경영 활동 지원)와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다. 목표는 장애인의 자립과 일자리 안정. 구체적으로는 '부수적인 업무 수행'을 지원하는 '근로지원인'을 배치하여 중증장애인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직업 생활을 영위하도록 돕는 제도다.
하지만 현행 제도가 장애인들이 노동 현장에서 마주하는 구체적인 어려움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월만 하더라도 시각장애인 안마사 고(故) 장성일 씨가 지자체로부터 '지원금 환수' 경고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고인은 홀로 안마원을 운영해 오고 있었는데, 안마원 운영과 관련한 일에 활동지원사의 조력을 받은 것이 부정수급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하에서 1인 사업주인 중증장애인이 업무에 관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업무지원인 제도를 활용해야 부정수급 행위가 되지 않는다.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어쩌다 이런 비극으로 이어졌을까. 제도를 어떻게 바꾸어야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난 6일 오전 서울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근로지원인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는 장애인 노동자들의 업무 수행을 지원하는 현행 제도들을 살펴보고, 장애인 노동자들이 불필요한 제약 없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주제 발제는 강민수 쿱비즈협동조합 연구소장이 맡아 '바람직한 시각장애인 근로지원인 제도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시각장애인 근로지원인 제도에 관해 설명하고 한계를 짚은 뒤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강 소장은 주요한 이해관계자인 장애인 노동자, 사업주, 시행기관 모두가 제도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근로지원인이 수행하는 업무 범위에 관한 해석의 문제 때문에 갈등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 장성일 씨의 사건에서 보여지듯이 근로지원인의 업무 범위는 현행 제도의 주요 쟁점이다. 근로지원인이 수행할 수 있는 '부수적 업무'의 범위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며, 장애인의 업무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규정한 근로지원인 서비스 유형과 직무 예시는 다음과 같다(정부24 참고).
| 근로지원인 서비스 유형 | 직무 예시 |
| 제1유형(업무보조형) | · 업무 수행과 관련된 컴퓨터 활용 등 부수적 지원
· 핵심 업무 수행 중 신체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장애로 인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물건을 들거나 이동할 때 지원 |
| 제2유형(의사소통형) | · 서류 대독(代讀), 점역(點譯), 수기(手記) 등 업무와 관련한 지원
· 비장애인 동료 또는 상관과의 대화 시 수어 통역 지원 |
| 제3유형(적응지도형) | · 물품 불량 확인, 수량 확인 등 생산 지원
· 의사소통, 고객 응대 및 대인 관계 업무 지도 등 |
이를 두고 강 소장은 "1~3유형은 개념적 구분일 뿐"이라며 "복합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장애인은 어떤 특수성을 갖고 있고 어떤 업무에 종사하며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법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등 현행 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일례로,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고객 예약을 받거나 침대 및 안마실을 정리하는 등의 일도 수행해야 하는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지침에 따르면 이상의 업무는 사업자의 업무 영역이므로 근로지원인의 조력을 받을 수 없다. 장애인 노동자들이 겪는 현실과 제도가 유리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 근로지원인 제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이와 관련해 강 소장은 ▲시각장애인의 장애 유형 및 업무 형태를 고려한 제도 개정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근로지원서비스 매뉴얼 개정 ▲고용인 10인 이하 중증장애경제인 사업장은 업무지원인 개념 적용 ▲지원 제도를 수요자(장애인) 중심으로 정비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에는 법을 몰라서 어기는 일이 없기를, 제도가 도입될 당시 담지 못했던 내용을 차차 법에 반영해 가면서 고 장성일 님 같은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참손길지압힐링센터 수원점 안마사인 장승연 씨는 근로지원인 제도의 문제로 △근로지원인의 불분명한 업무 영역 △안마원의 영세성을 반영하지 못한 사업자와 노동자의 구분(안마원은 사업주와 직원 모두 장애인 노동자) △가혹하고 빈번한 단속과 장애인 노동자가 받는 지원을 부정수급으로 규정하고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벌금을 추징하는 문제 등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도 보완을 통해) 시각장애인 안마원의 사정을 반영하고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바뀌기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신혜경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휴먼서비스부 차장은 수행기관 입장에서 근로지원인 제도의 개선 방안을 이야기했다. 특히 근로지원인 처우가 2007년 제도 시작 시점과 비교해 나아진 점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현재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가 지급되고 그 외 복리후생은 수행기관에 일임하면서 실질적으로 근로지원인 처우는 나빠진 상황이다"며 "그 결과 장애인 노동자에게 배치된 근로지원인의 근속률이 떨어진다. 손발을 맞춰 가며 오랫동안 협업해야 하는 근로지원인이 자주 바뀌면서 장애인 노동자 또한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하며 근로지원인의 처우 개선을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박수연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과장은 주무부처 입장에서 의견을 전했다. 그는 근로지원인 업무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내년 중 업무 범위에 대한 연구 용역을 시행하여 제도가 실질적으로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사업주 지원과 관련해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별도 법률에 따라 업무지원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부처 간 협업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근로지원인 처우와 관련해 "제도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근로지원인이 확보돼야 한다는 데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처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필요한 경우 다른 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