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마지막 주 목요일은 '막걸리의 날'이다. 국산 쌀의 추수 시기에 맞춰 우리나라 고유의 술인 막걸리를 기념하고 우리 농산물 소비촉진과 막걸리의 세계화를 위해 201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정했다. 10월 31일 막걸리의 날을 맞아, 우리 전통주의 맛과 멋을 알리는 전통주 바틀샵 '술며든다'의 오승준 대표를 만났다. 청년 전통주 소믈리에인 오 대표는 로컬의 매력을 담은 섬세한 전통주 큐레이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 전통주, 6차 산업의 새로운 주역으로

전통주는 1차 농산물 생산, 2차 가공, 3차 서비스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농촌융복합산업)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6차산업이란, 농업을 중심으로 한 융복합산업으로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새로운 제품으로 가공하며, 생산된 제품을 바탕으로 체험 프로그램이나 관광 상품으로 연계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여 농촌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산업이다.

오승준 대표는 "전통주는 단순한 술이 아닌, 지역의 특색과 문화를 담은 종합 예술품"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각 지역의 특산물과 양조 기술이 만나 독특한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농촌 경제의 활력소"라고 설명했다.
 

▲ 오승준 대표
▲ 오승준 대표

■ MZ세대 '남과 다른 취향'을 저격, '가심비'를 충족시키는 전통주

최근 전통주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MZ세대의 유입이다. "MZ세대는 자신의 개성을 소비로 표현하길 원해요.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그들의 성향이 다양한 종류와 개성을 자랑하는 전통주와 딱 맞아떨어진 거죠." 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SNS에 올릴 만한 예쁜 병 디자인부터 시작해, 지역 특산품으로 만든 독특한 맛까지, 전통주에는 MZ세대의 '힙한' 취향을 저격하는 요소가 많아요. 그러면서 비싼 와인이나 위스키보다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나만 아는 술'을 즐길 수 있어 소위 '가심비 있는 소비'가 가능한 셈이죠"라고 덧붙였다.
 

▲ 지역의 다양한 농산물과 재료로 만든 매력적인 패키지의 전통주들을 소개하고 있는 술며든다의 SNS 피드(@into_the_sool).
▲ 지역의 다양한 농산물과 재료로 만든 매력적인 패키지의 전통주들을 소개하고 있는 술며든다의 SNS 피드(@into_the_sool).

■ 영세한 지역 양조장과 전통주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를 연결하고파

'술며든다'는 영세한 지역 양조장과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오 대표는 "많은 소비자가 전통주에 관심은 있지만, 어떤 술을 어떻게 즐겨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한편 지역 양조장들은 영세한 규모에 고령인 대표님들이 대부분이라 홍보나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죠. 좋은 전통주가 전국에 엄청나게 많은데, 그 틈새를 메우는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경기 고양시 삼송역 인근에 있는 '술며든다'의 바틀샵 매장은 이러한 수요를 해결하는 공간이다. 오 대표는 "매장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라며 "전통주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를 결정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저희 매장에서는 다양한 전통주를 직접 시음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맥주나 와인은 바틀샵이 상당히 대중화되어 있지만, 오프라인 공간에서 전국 각지의 다양한 전통주를 한자리에서 체험하고 맛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전국의 전통주 양조장 투어를 하는 것처럼, 다양한 지역의 특색 있는 전통주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는 전통주를 소개하고, 동시에 오프라인에서 체험 중심의 접근을 병행해 소비자들이 전통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술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 다양한 전통주.
▲ 다양한 전통주.
▲ 술며든다 입간판.
▲ 술며든다 입간판.

오 대표는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부심도 함께 높아진다"라며 전통주가 단순한 주류를 넘어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니 농가 소득 증대와 농촌 경제 활성화로 연결되며, 양조장 운영부터 유통,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더불어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전통주를 즐기는 것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체험하고 계승하는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 '술며든다'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하고 사단법인피피엘이 운영한 '2023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발되기도 했다. 오 대표는 "전통주로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 전통주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막걸리의 날 맞이 전통주 3종

마지막으로 오 대표에게 막걸리의 날을 맞아 추천하는 전통주 3종을 물었다. 오승준 대표는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3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경기술페스타 국민심사위원 등 전통주 분야의 차세대 전문가로서 두루 활약하고 있다. 

오 대표는 우선 자신의 매장이 위치한 경기도 고양시의 자부심을 담아 '냥이탁주 화이트'를 첫 번째로 꼽았다. "고양시에서만 생산되는 가와지쌀을 원재료로 누룩과 물로만 빚은 곡주예요. 병에 그려진 고양시 마스코트인 고양이 그림도 매력적인 데다 2023년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상을 받기도 했죠."

두 번째로는 경기도 용인의 '두두물물 약주'를 추천했다. "두루두루 만물이 잘 이루어지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처럼, 고문헌 속 제조법을 그대로 지켜 옹기 숙성을 거친 깔끔하고 밸런스 잡힌 약주입니다. 2023년 우리술 품평회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죠."

마지막 추천주는 경북 김천의 '배금도가 찹쌀막걸리'다. "3대째 누룩을 직접 딛고, 효모의 생리를 고려해 새벽 3시부터 술을 빚는 부부 대표님의 정성이 담긴 막걸리예요. 바디감과 산미가 돋보여 식전주로도 잘 어울립니다."
 

ⓒ사단법인피피엘
ⓒ사단법인피피엘
▲ 오승준 대표 추천 전통주.
▲ 오승준 대표 추천 전통주.

오승준 대표의 바람처럼 전통주가 단순한 주류를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 농산물 소비 촉진, 일자리 창출, 그리고 전통문화 계승이라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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