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제15회 호혜를 위한 아시아민중기금 정기총회'(Asia People's Fund for Mutual Benefit, 이하 'APF')가 한살림 주관으로 열렸다. 이번 총회에는 네팔, 일본,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에서 온 49명의 회원 조직 대표들과 한국의 한살림, 두레생협, PT COOP 등 대표진 50여 명이 참여해 국제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APF는 2009년 한국, 일본, 네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7개국의 소비자생활협동조합, NGO, 공정무역 기업들이 조성한 기금으로, 현재는 42개 회원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이 기금은 아시아 생산자들의 지속 가능한 생산과 자립을 위해 소규모 대출을 제공하며, 생산자와 소비자 간 협력을 통한 민중 교역을 실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민중 교역은 단순한 공정무역을 넘어 아시아 지역 민중의 경제적 자립과 연대를 목표로 하는 방식이다.
올해 총회에서는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상황에 대한 특별 보고와 각국의 기후 위기 대응 활동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다. 팔레스타인 농업개발위원회(UAWC)와 농업구호위원회(PARC)의 대표들은 가자지구에서 진행 중인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위기를 전하며, 이로 인해 4만여 명의 사망자 중 75%가 어린이와 여성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한, APF 이사회는 지난 3월 가자지구의 긴급 구호를 위해 700만 엔의 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총회에서는 2023년 사업 보고와 결산, 감사 보고 및 2024년 사업 계획과 예산이 승인되었다. 특별안건으로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방안이 논의되었으며, 이를 위해 '기후 위기 대응 특별 융자금'이 신설되었다. 융자 금리 인하, 상환 기간 연장 등의 조건을 마련해 기후 위기 대응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필리핀 네그로스 지역에서는 태풍과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사탕수수 수확에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 보고되었다. 얼터트레이드 필리핀(ATPI) 회장은 기후 위기로 인해 농업 생산이 파괴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속한 지원과 유기농 농업 컨설턴트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네팔, 한국, 일본 등 다른 나라의 대표자들도 폭염, 폭우, 홍수로 인한 피해를 공유하며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PF는 1980년대 후반 필리핀 네그로스 지역의 사탕수수 산업 붕괴로 인한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의 소비자 협동조합과 시민 단체들이 시작한 직접 교역에서 비롯되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팔레스타인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민중 교역과 자립 지원 사업을 확대해왔다.
이번 총회를 주관한 한살림은 지속 가능한 농업과 소비를 실천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소비자생활협동조합으로, 필리핀의 알터트레이드 재단(ATPI)과 협력해 '지속 가능한 생산 공동체를 위한 생태순환농업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한살림은 마스코바도 설탕 판매 수익 일부를 적립해 필리핀 농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제15회 정기총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으며, 다음 회의는 2025년 필리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