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역은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을까? 경제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지만, 그 외에도 청년과 인구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사회의 활력을 유지하는 일도 시급하다. 또한 지역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으로 공동체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이런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 해결에 몰입하고 있는 현장과 공공에서 지원하는 주체가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6일 경상북도 의성에서 '2024 로컬 땡땡 생태계 포럼'이 막을 올렸다.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가 주최한 이번 포럼은, 각 지역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구체적인 영감을 주고 다양한 접근 방식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첫날 주제는 '로컬의 혁신가와 공공의 짝꿍이 만드는 지속가능한 혁신 생태계'로, 다양한 사례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포럼 진행 주체인 멘토리 권기효 대표는 의성에서 정책 간 컬렉티브 임팩트를 통해 혁신 생태계를 조성한 사례를 전했다. 그는 청년들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기회를 찾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도전과 성과를 이야기했다. 특히 그는 지역에서 청년 혁신가를 육성하는 '로컬프러너십(local+entrepreneurship)' 프로그램을 통해 어떻게 지방에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권 대표는 "로컬에서 혁신을 만들어내는 것이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치열한 현실 속에서의 생존 문제와 맞닿아 있다"라고 말하며, 실제로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청년들을 위한 현실적인 스킬과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울에 집중된 자원과 기회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방안으로 '지방에서의 창업을 통해 경제적인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노력이 단기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2년에서 3년 이상 긴 시간 동안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특히 지역 내 공공 부처와의 협력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의 ESG 활동을 연계하여 청년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서 1부에서는 '혁신가와 짝꿍이 만드는 로컬의 생태계'를 주제로 대전, 충남 공주, 부산의 사례에 주목했다.
윙윙 이태호 대표는 대전시 유성구에서 로컬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정부 부처와 민간 혁신가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유성구에 특화된 창업 공간을 조성하고, 다양한 혁신가가 협력해 성과를 끌어낸 경험을 소개했다. 특히 대덕특구의 연구소와 학교, 그리고 창업자들이 협력할 수 있는 '담장 없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전은 청년들이 많이 유입되지만, 동시에 청년들의 순유출 인구도 많은 도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다양한 자원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창업 관련 정책들이 분절된 상황을 극복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업을 통해 분산된 자원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퍼즐랩의 권오상 대표는 공주에서 진행한 마을 스테이 사업을 중심으로 지역 자원들을 활용해 관광업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공유했다. 그는 "지역을 관광 목적지로 변모시키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하며, 공주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과 숙박업을 통해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관광업이 단순한 손님맞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소상공인들과 협력하여 지역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부산의 '이바구 마을'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공공플랜의 이유한 대표는, 지역 공동체의 자원을 활용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혁신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방법을 공유했다. 이 대표는 "대의가 아닌, 그저 지역에서 살고 싶어서 이 사업을 시작했다"라며, 지역 기반의 사업이 경제적 목표를 넘어 지역 사회와의 깊은 관계 형성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전했다. 이 사례는 단순한 창업 공간 조성을 넘어서, 지역의 스토리텔링과 문화적 자원을 활용하여 주민들과 협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어진 2부에서는 '한 명의 혁신가를 키워내는 공공의 방법'에 관해 논의했다. '크리에이티브 성수'를 이끈 메타의 최도인 본부장은 성수동이 어떻게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도시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성수동은 단순한 지역이 아니라, 창조적인 사람들과 기업들이 함께 모여 혁신을 이루어가는 곳으로 발전하고 있다"라며, 성수동이 미국 텍사스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같은 글로벌 창조산업 축제를 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제주 더큰내일센터의 김종현 전 센터장은 그간 청년들이 제주에서 정착하고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그 성과를 소개했다. 그는 "제주는 청년들이 도전하고 자립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강조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이 지역 내에서 자립하여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웰컴벤처스 민욱조 상무와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 성장촉진과의 이청수 사무관은 '강한 소상공인 육성'에 관해 각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전했다. 민욱조 상무는 투자자 시각으로, 로컬 창업가에게 투자가 이루어지는 과정과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투자는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잠재력을 키워내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로컬 창업가가 가진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결정하기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명확하면 투자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청수 사무관은 이제 로컬 창업의 지원 체계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중기부가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지원 정책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창의적인 소상공인들이 지역 내에서 글로벌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기부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날 '2024 로컬 땡땡 생태계 포럼'은 단순한 사례 발표에 그치지 않고, 참석자들이 서로 질문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여 더 깊이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청중들은 패들렛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질문을 제출하고, 발표자와 답변을 나누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모든 발표를 마치고 3부에서는 이태호 대표의 진행으로 '혁신 생태계를 위한 숙론장'이 운영됐다. 토론을 마지막으로 첫날 프로그램은 끝이 났으며, 로컬 땡땡 생태계 포럼은 17일 '현장중심의 교육을 바탕으로 로컬의 혁신가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생태계', 18일 '로컬에 필요한 새로운 방식의 창업 생태계'를 주제로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