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4월 안성에서 시작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의 역사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하여 지난 25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의료사협 30주년 기념행사 및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의료사협 회원 조합이 한자리에 모여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비전을 공유했다. 또한 각계각층의 인사가 참석하여 의료사협의 지난 발자취와 향후 방향성을 함께 논의했다.
1부 기념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하여 "건강한 마을을 만들기 위한 30년이라는 세월은 하나의 세대를 넘어 이제는 완전히 성장한 시대에 접어든 것"이라며 의료사협의 성장을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불모지에서 씨앗을 뿌린 과정'에 비유하며, 공공성과 돌봄, 의료라는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해 이제는 사회적 인식이 크게 발전했음을 강조했다.
우 의장은 "여러분의 지난 30년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미래의 방향을 제시했다"라며 의료사협이 지역 사회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감사를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박주민 국회의원도 축사를 통해 "의료사협이 정부나 제도적 지원이 부족했으나 자발적으로 성장하고 가치를 인정받았다"라며, 앞으로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도록 국회에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임종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이하 의료사협연합회) 회장은 기념사에서 30년간의 의료사협 활동이 지역 주민들과의 협력 속에서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그는 "의료사협은 불모지에서 시작해 지금의 대안들을 찾아내고 길을 만든 것"이라며,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동조합이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의료사협이 단순 의료 서비스 제공에 그치지 않고 ▲장애인 주치의 사업 ▲방문 의료 ▲방문 간호 ▲장애인 돌봄 등 다양한 사회적 의료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점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공공성과 의료 돌봄의 확충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그 외에도 기념식을 축하하기 위해 김봉구 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이사장, 김용익 돌봄과 미래 이사장 등이 참석했으며, 타카하시 준 일본의료복지생활협동조합연합회(이하 일본의료생협연합회) 회장과 프랑스에서 야닉 루카스 국제공제협회 부회장이 참석해 의료사협의 30주년을 축하했다. 이어서 안산의료사협의 울리메 합창단의 공연이 진행됐으며, 참가자 모두가 의료사협에서 제정한 '건강약속'을 함께 선언하며 기념식 행사를 마무리했다.
2부 심포지엄에서는 주요 전문가들이 참여한 발표가 이어졌다. 임종한 의료사협연합회 회장은 '의료사협의 30년 성과와 역할' 조망했다. 그는 의료사협이 전국에 32개의 조합을 설립해 성공률 95%라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조합원 수와 출자금의 증가, 사업소의 확장 등은 시민들의 공감과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소유하는 통합형 지역사회 모형을 통해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급속히 진입하며 만성질환 증가와 의료비 급증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데, 기존의 종합병원 중심 급성질환 치료 체계로 해결하기 어려우며 의료사협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의료사협은 제도적 기반 부족과 재정적 어려움 등 여러 난관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환자 권리 장전을 기반으로 가치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1인당 연간 의료비를 약 20% 절감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임 회장은 앞으로 30년을 준비하며, 초고령 사회에 대비한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다학제 팀 기반의 일차 의료, 재택의료, 건강 자치 역량 강화 등을 통해 가치 기반의 의료를 실현하고자 한다"며, "의료사협이 한국 사회를 바꾸는 혁신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두 번째 기조발제를 맡은 타카하시 준 일본의료생협연합회 회장은 일본 역시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1인 노인가구 문제가 심각함을 알렸다.
일본의 경우 돌봄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건강수명'이 평균 수명에 비해 남성은 9년, 여성은 약 12년 짧다. 이로 인해 '고독'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문제를 가진 노인이 점점 늘고 있는 현실이다. 타카하시 회장은 일본의료생협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한 마을 만들기'를 중심으로 비전을 꾸리고 있다고 설명하며, "지역 주민이 건강하고, 개인을 둘러싼 환경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 일본의료생협이 목표로 하는 지역의 건강 만들기"임을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발표에서 추혜인 살림의료사협 살림의원 원장은 1차 의료에서 다학제적 팀 접근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추 원장은 "1차 의료는 단순히 병원에서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가 아니라 환자의 가족, 환경, 지역사회를 깊이 이해하고 지속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개별 사례를 통해 크게 변화하는 환자와 가족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상월 함께걸음의료사협 어르신휴센터 건강리더는 의료사협에서 활동한 경험을 전했다. 그녀는 "어르신들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 서로 돌보며 정을 나누는 자치적인 건강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음을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문보경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의료사협이 사회연대경제 영역에서 실질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주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역 통합 돌봄 체계의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하며, 지역 자원 발굴과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영적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한 송직근 민들레의료사협 전무이사는 "의료사협은 건강한 삶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의 경제적 보상 체계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송 전무이사는 의료사협의 사업 수익이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해 다시 재투자되고 있음을 설명하며, 이러한 모델이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더욱 확장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기전 보건복지부 통합돌봄추진단 팀장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개념을 강조하며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이 살던 곳에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고 전했다. 그는 의료사협이 통합돌봄을 제공하는 데 있어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으며,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자원과 협력하여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함에도 동의했다.
좌장을 맡은 장종익 한신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부 교수는 "엘리너 오스트롬의 이론에 따르면 공공서비스를 지역 주민이 함께 수행할 때 사회 후생이 더욱 향상된다. 의료와 돌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라고 첨언하고, "돌봄이 집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 커뮤니티라는 개념이 반영될 수 있을 것 같다. 의료사협 조합원 활동으로 지역의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파트너십을 발휘했으면 한다"라는 이야기로 2부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