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사경] 당신이 사고 싶었던 옷이 여기에, 비건패션 비건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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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사경] 당신이 사고 싶었던 옷이 여기에, 비건패션 비건타이거
비건타이거 양윤아 대표 인터뷰
  • 2020.07.27 14:22
  • by 김정란 기자

그간의 기술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것이었다. 풍요로운 삶이 가져온 만족스러움에, 우리는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것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이 생각들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쓰레기 산, 플라스틱에 괴로운 해양생물들…지구가 더는 터전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들을 봐주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항목 13~15번(▲기후변화와 대응 ▲해양환경 보전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육상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은 그간 우리가 미뤄두었던 기후 변화에 대한 긴급조치, 해양, 육지 자원의 보존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할, 인간과 지구,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기술은 없을까? 더는 미룰 수 없는 생각들을, 앞서 실천하며 전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있다. 라이프인이 지구를 위해 뛰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 지속가능성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편집자 주]

지나치게 뚱뚱해서 무슨 동물인지 헷갈리는 여우, 최소한의 움직임도 불가능해 보이는 우리 속의 밍크 등을 위해 '채식하는 호랑이'가 나타났다! 채식하는 호랑이라니, 이름부터 흥미로운 패션브랜드가 있다. 양윤아 대표가 이끄는 '비건타이거'다. 현아, 송가인 등 연예인들이 입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 브랜드는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지 않은 원재료로 옷을 만들고 있다. 동물들에게 죄책감을 갖지 않으면서도 '힙하게' 입을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옷들로 비건인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의 눈도 사로잡고 있다. 우연히 고양이를 키우면서 착취당하는 동물에 관심을 두게 된 후 전공을 살려 비건패션의 길을 걷고 있는 양 대표를 만나 비건타이거가 어떠한 방식으로 미션을 실천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비건타이거라는 이름이 재미있다. 무슨 뜻인가?

▲ 비건타이거 양윤아 대표
▲ 비건타이거 양윤아 대표

많이들 재미있어하신다. 패션쇼에서도 한번 돌아보고 가시기도 한다. 원래 내가 화를 잘 내는 편이다(웃음). 이런 나를 보고 친구가 농담으로 "너는 채식하는 호랑이 같아"라고 말하곤 했는데 브랜드 이름을 뭐로할까 고민을 하다 그 생각이 났다. 디자이너들에게는 브랜드네임이 정말 중요해서 본인 이름이나 별명을 많이 사용하는데 내가 하려는 일과 꼭 맞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이름을 쓰게 됐다.

비건하면 채식이 떠오르는데, 어떻게 패션을 시작하게 됐나?

나는 원래 디자인 전공으로, 대학 졸업 뒤에 온라인 패션 관련 업종에서 일하고 있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동물에 관심을 두게 돼 동물에 관한 일을 하는 곳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동물구호단체에 모집 공고가 난 것을 보고 지원했는데 덜컥 붙어버렸다.

갑작스러운 이직이었는데, 어땠나?

너무 잘 맞았다(웃음). 3년 정도 일했는데 너무 잘 맞아서 재미있게 일했다. 일하는 동안도 전공에 관한 생각은 계속 갖고 있었다. 일을 시작하게 된 건 무엇보다 내가 살 옷이 없어서였다. 패션 전공인만큼 예쁜 옷에 관심이 많은데 겨울이 되면 도대체 옷을 살 수가 없더라. 내가 이 일을 시작한 2015년만 해도 '비건'이라는 것에 대한 관심도 적었고, 동물성 원료가 배제된 패션이라고 하면 개량한복 같은 걸 떠올릴 때다. 그때 한 생각이 '활동가도 이런 동물성 원료가 들어간 옷이 예쁘고 사고 싶은데, 일반 사람들에게 그런 옷을 사지 말라고 하는 게 설득이 될까'하는 거였다. 결국 '내가 이 일을 해야겠구나' 해서 시작하게 됐다. 그간 동물보호단체에서 일하면서 쌓였던 데이터가 상당히 많았다. 그래서 6개월 정도 준비해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비건페스티벌을 열면서 브랜드를 알리게 됐다.

2015년 11월쯤 일을 시작했지만 무턱대고 바로 옷부터 만들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지금 비건카페 '달냥'을 하는 친구들과 같이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라이프스타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비건 패션, 음식 등 서로 다른 부분으로 접근하자고 했더니 생각보다 부스 참가자들도 60여 개 정도로 많이 모였다. 스스로 만들어 먹던 비건 빵 등 음식을 만드는 분들도 참여하고, 나는 옷을 내놓는 식으로 각자가 원하는 비건 스타일로 참가했다. 혁신파크에서 장소만 빌려 2016년 5월 첫 비건페스티벌을 열었는데 생각 보다 잘됐다. 500명 정도 참가할 것으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첫해에 1800명이 왔다. 지금은 만 명이 넘게 참가하는 행사가 됐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열지 못했다.

비건페스티벌, 또 비건타이거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당시 40, 50벌 정도 되는 옷을 만들어왔는데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내가 직접 재봉까지 해서 다 만들어왔다. 완판됐다. 그걸 보면서 막 외치지는 않지만 같은 곳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페스티벌 하면 주로 비건에 관심 있었던 분들이 많이 구매하시지만, 다른 경로로 판매되는 매출은 90% 이상 비건에 관심 없는 분들이다. 그런데 우리 브랜드가 그런 옷이라는 걸 나중에라도 아시면 기분이 좋으신 것 같더라. 이런 좋은 취지가 있었냐며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 나는 한 걸음을 내딛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정말 생각할 게 많은 세상이지 않나? 소비자들이 고민하고 따로 찾아야 살 수 있다면 비건 패션을 많이 입지 않을 것이다. 생각하지 않아도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에 비건 패션이 있어야 사람들이 많이 입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비건타이거의 옷에는 동물성 원재료가 전혀 쓰이지 않는다. ⓒ비건타이거
▲ 비건타이거의 옷에는 동물성 원재료가 전혀 쓰이지 않는다. ⓒ비건타이거

동물성 원재료를 쓰지 않으면 제약이 많을 것 같다. 어떤 재료로 옷을 만드나?

동물성 원료를 재현하는 것들은 대체로 합성섬유다. 대체로 합성섬유가 환경오염 시킨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동물성 원재료를 가공하는데 들어가는 환경부담률보다 오히려 적은 경우가 많다. 모피 등은 천연소재다 보니 원래 썩지 않나. 썩지 않게 만드는데 들어가는 공정이 많고,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많이 일어난다. '히그지수'라고, 옷을 만들 때의 유통과정에서 나오는 오염 지수 등을 계량한 게 있는데(의류 소재 생산에 들어가는 환경부담 요인을 나타내는 수치로, 지속가능한 의류연합(SAC)이 발표) 합성섬유보다 천연섬유가 현저하게 높은 것들이 많다.

합성섬유 외에도 요즘은 식물성 대안원재료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합성섬유와 식물성 원재료를 적절히 섞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탈리아의 오렌지 파이버라는 곳에서 나온 오렌지 껍질을 이용해 만든 원단은 정말 실크와 유사한 느낌이 난다. 이런 원재료들을 계속 연구하면서 옷을 만들고 있다.

해외에는 비건 패션이 우리보다 많이 대중화돼있나?

미국 캘리포니아나 유럽 쪽은 정말 많이 발달해 있다. 아주 쉽게 비건식을 먹을 수 있고, 아주 쉽게 비건 패션을 구매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에 비건패션위크가 따로 생겼는데 1회 때부터 우리를 초청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못 갔었는데 내가 못 가도 옷이라도 보내 달라고 해서 그쪽에서 옷만 무대에 세워주시기도 했다. 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해 대안 원재료를 사용한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여름에는 동물성 원재료가 들어간 옷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나?

여름 제품에는 눈에 띄게 동물성 재료가 많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런데 소뿔단추나 염소가죽 신발 밑창처럼 소품의 부재료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가끔 SPA브랜드 중 자라(Zara) 옷을 살 때가 있는데 자라 옷은 모든 부분에 전성분이 표시된다. 그래서 원하지 않는 재료가 들어간 옷을 피할 수 있다.

▲ 인조퍼를 이용한 비건타이거의 겨울 상품. ⓒ비건타이거
▲ 인조퍼를 이용한 비건타이거의 겨울 상품. ⓒ비건타이거

전성분을 표시하는 자라나, 원재료 추적시스템 등을 사용하는 파타고니아 등, 동물성 원재료를 사용하지만, 착취당하는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브랜드들도 나오고 있다. 이런 부분은 동물들에게 도움이 될까?

역량있는 대형 기업들이 그런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소재 개발이나 추적시스템 등을 가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이 많아지면 결국 대량생산으로 동물을 착취하는 농장들도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다만 원재료 추적시스템 등 동물들이 착취당하지 않게 하는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타고니아 등은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것 같다.

비건타이거의 옷들은 사회적경제나 소셜벤처를 위한 판로보다 일반 온라인 의류샵 등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최근 특별한 미션을 가진 기업들의 제품을 파는 판로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반 판매 쪽을 더욱 늘리기 위해 애쓸 생각이다. 일반 제품들과 우리 옷을 같이 뒀을 때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내 옷에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뜻인데, 그런 판로에만 공급을 하다 보면 좋은 의도로 사주시는 경우도 많고, 그러다 보면 수정할 것들을 모르고 놓치게 되기도 한다. 또 다른 것보다 일반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서 팔아야 더 쉽게 사고, 그래야 착취당하지 않는 동물들이 더 많아지지 않겠나? 

앞으로 비건타이거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원재료를 찾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매우 많은 대안적 재료들이 쏟아져나오곤 한다. 지금은 원단이 제한돼 있어 디자인에서 포기할 부분도 많다. 큰 기업이면 소재를 개발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같은 경우는 아직 거기까지는 불가능하다 보니 기존 소재, 해외에서 그런 기준으로 만들어졌으나 소진되지 못하는 소재들을 계속해서 찾아보고 싶다.

또 하나는 비건페스티벌을 같이 준비했던 친구들과 이야기해봤던 것들인데 비건스트리트 등 비건들이 와서 하루쯤 마음 놓고 먹고, 사고 하도록, 비건 제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그런 곳을 조성해보고 싶다. 이런 게 마련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취지에 동참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내 옷이 너무 개성이 강한 편이어서(웃음), 조금 더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코로나19 때문에 패션에 관계된 많은 행사가 취소됐지만, 지난 15일 온라인 패션쇼를 마쳤고, 곧바로 또 다른 온라인 패션쇼가 예정돼 있다. 잠을 잘 자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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