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사경] 종이로 뭘 하냐고요? 환경, 지역, 연대 모든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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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사경] 종이로 뭘 하냐고요? 환경, 지역, 연대 모든 것이요!
협동조합 온리 김명진 이사장 인터뷰
  • 2020.07.07 12:08
  • by 김정란 기자

그간의 기술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것이었다. 풍요로운 삶이 가져온 만족스러움에, 우리는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것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이 생각들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쓰레기 산, 플라스틱에 괴로운 해양생물들…지구가 더는 터전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들을 봐주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항목 13~15번(▲기후변화와 대응 ▲해양환경 보전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육상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은 그간 우리가 미뤄두었던 기후 변화에 대한 긴급조치, 해양, 육지 자원의 보존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할, 인간과 지구,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기술은 없을까? 더는 미룰 수 없는 생각들을, 앞서 실천하며 전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있다. 라이프인이 지구를 위해 뛰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 지속가능성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편집자 주]

▲ 협동조합 온리 김명진 이사장. ⓒ라이프인
▲ 협동조합 온리 김명진 이사장. ⓒ라이프인

협동조합 온리(이하 온리). 전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곳은 파쇄지를 사용한 씨앗카드를 만드는 곳이다. '종이정원'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버려진 종이의 쓸모를 되살려 생명을 선물하는 이 협동조합은 전라북도 전주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협동조합은 환경부와 전북도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친 노동부 인증사회적기업으로, 이곳에서 생산하는 수제카드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대한민국 친환경대전' 기념카드 등으로 쓰이고 있고, '사회적기업 스타상품', '한스타일 문화관광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온리의 김명진 이사장을 만나 그들이 로컬에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는 친환경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창작자를 꿈꾸던 청년이 전주를 찾기까지

전라북도 김제에서 태어나서 전주에서 대학시절을 보내후 생계를 위해 서울의 게임회사에 취업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늘 고민하던 그는 자연스럽게 희망제작소와 아름다운가게 등의 시민사회영역에 인연을 맺고 활동하게 됐다.

김 이사장은 이후 지역에서의 삶, 친환경 등 다양한 우리 사회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는 본인이 떠나올 수밖에 없었고, 그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지역사회에서의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늘 고민해왔고 지역으로 돌아가 활동할 계획을 세웠다. 원래 지리산 지역으로의 귀촌을 생각하던 그는 계획이 현실이 돼갈 즈음, 그는 우연히 전주에 들렀다가 목적지를 전주로 바꿨다. "전주가 무형문화자산이 굉장히 많은 곳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지역자산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에코파티메아리에서 접했던 종이 업사이클과 전주의 한지 문화를 결합한 '씨앗카드'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전주에 터를 잡았다.

희망제작소 지역홍보센터 개발 팀장으로 일하던 당시부터 가졌던 문제의식은 씨앗카드의 출발이 됐다. 김 이사장은 "당시 지역 마케팅을 위해 250여 개 지자체에 특산품 명단을 받아봤는데 다 겹치고 겹쳐 결국 20, 30개 정도의 품목이 전부였다. 각지에 무형자산이 아주 많고, 실제 품질도 굉장히 좋아질 수 있는데 그냥 박제화된 전시물로만 남겨지면서 젊은이들의 감각과 계속 멀어져 가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결국 이런 무형자산이 새로운 지역자산으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지역의 경제 기반 마련에 기본이라고 본 것이 그가 전주에서 전통 한지 제작 방식을 응용한 파쇄지 재활용 제품을 만드는 사업에 뛰어든 이유였다.

■ 아뜰리에식 업사이클링이 있다면, 친근한 업사이클링도 있어야죠

에코파티메아리에서 업사이클링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면, 종이정원을 시작하면서는 그동안 모아온 정보를 실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제품을 직접 생산해내는 제조업이 설비 투자 등으로 진입 장벽이 높았지만, 김 이사장은 그래도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씨드페이퍼'를 찾아냈다.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급격히 늘어난 파쇄종이들은 대부분이 재활용이 안 되고 태워지거나 매립하여 처리하는 상황으로, 가리워진 또 하나의 중요한 환경 이슈다.

파쇄지를 이용해 엽서만 한 크기의 종이를 한지를 생산하는 전통기법을 이용해 만든 다음, 거기에 씨앗을 넣어 엽서나 기념품으로서 시작된 종이가 화분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2012년 협동조합 설립 당시 이미 영국, 미국 등 세계 각지에 씨드페이퍼가 있었고, 그를 참고해 전주의 한지 기법과 연결해 수제씨앗카드를 만들었다"고 했다.

온리의 설립 당시보다 현재 업사이클링 업체도 많이 생기고 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업사이클링 기업은 대체로 고급 아뜰리에식 형태를 추구하는 곳이 많다. 업사이클링은 폐자원을 원재료로 재가공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수작업이 많다 보니 고가 정책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폐자원 재가공에 들어가는 비용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영국의 '리마커블 팩토리'처럼 대중적인 문구 제품을 만들어내는 친환경 기업이 필요하고, 이를 대량생산하는 방식을 통해 더 많은 폐자원을 새롭게 재활용하며, 더 많은 사회적 나눔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제작방식도 '수제'지만 다양한 연구를 통해 새롭게 설계된 작업대 등을 만들어 몸이 불편한 분들과 협업을 하면서도 대량으로 생산이 가능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현재 월 4만 장에서 많게는 7, 8만 장까지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다. 온리의 방식에서 가능성을 본 다른 사회적경제조직들의 문의도 꾸준하다. 김 이사장은 "자활조직 등에서 자활모델로 도입하고 싶다는 문의 등이 꾸준히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도 수제제조방식과 더불어 좀 더 자동화된 생산공정과 설비를 통해 더욱 대중적인 업사이클 제지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 연구 중"이라 말했다.

▲ 이벤트 기념용으로 제작된 씨앗카드. ⓒ라이프인
▲ 이벤트 기념용으로 제작된 씨앗카드. ⓒ라이프인

■ 그래도 다시 제조업, 제조업의 힘 

사회적경제조직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 제조업보다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이 서비스업의 비중이 큰 이유로 분석된다.

김 이사장은 "제조업이 굉장히 접근이 어렵고 조직이 무겁다는 점 때문에 관리가 힘든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제조업이 가지는 힘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종이정원의 상품처럼 '소재산업'에 해당하는 제조업의 경우는 교육을 통해 소외되는 계층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일자리와 산업적으로도 유의미한 대안적 제조기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사회적경제조직에서 제조업이 필요한 분야라고 믿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산업화 도시화된 곳일수록 이러한 녹색도시제조업의 중요성이 강조된다고도 믿는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힘든 부분이 있다. 종이정원의 수제카드 등은 행사에서 기념품으로 주어지거나 관광 기념상품으로 팔리는 비중이 크다. 그러다 보니 최근 코로나19는 물론 세월호 사태, 사드, 메르스 등 유동인구가 적어지는 일들이 생길 때마다 타격을 받았다. 또 종이 속에 들어있는 씨앗이 생물이다보니 수출과 관련해서도 복잡한 절차를 거치거나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또 제조 방법에 있어 다른 종이들처럼 고압, 고온처리가 불가능하다 보니 그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 등 온리가 가는 길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또한, 제조기업으로서의 업사이클링 기업을 목표로 두었음에도 적은 최초 자본과 협동조합으로서의 자본조달의 한계 등에서도 이러한 어려움은 더할 수밖에 없었다.

김 이사장은 "해외박람회 등에 참가하면 어떤 이들은 '종이엽서 가지고 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거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람회에서 우리 상품이 워낙 반응이 좋고, 그럴 때마다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가 힘들어도 멈추지 못하고 이 길을 계속해서 가는 이유는 바로 온리가 길을 보여줄 때마다 달라지는 시선 때문이다.

■ 왜 로컬인가?

아무래도 교육 기관도 많고 인프라가 있는 서울, 수도권 지역에 비해 없는 것부터 계속 만들어나가야 하는 부분이 힘들기는 하다. 또 제조업은 설비 등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 상당한데 지역은 이런 기회가 서울보다 적다 보니 한계를 느끼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왜 지역일까? 김 이사장도 "사실 업사이클링은 폐자원이 가장 많이 나는 곳에 가까이 있는 것이 맞다.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도 큰 도시와 지역은 상당한 차이가 있어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김 이사장은 지역에서 온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것은 그가 지역으로 돌아온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역으로 가겠다고 생각하던 당시 그는 많은 문제들을 떠올렸다. 비영리조직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경제 기반이 없으면 그 활동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것, 젊은이들이 새롭게 비영리조직으로 유입되지 않는 것,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자녀 교육을 하는 시기가 되면 지역을 떠나야 하나 고민하는 것 등 여러 가지 문제들. 이를 지켜보면서 지역에서 경제 기반을 만드는 것이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희망제작소와 아름다운가게 재직 당시 일본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백년가게들과 업사이클링 등을 연구하면서 이런 문제들에 사회적경제가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고, 협동조합 방식으로 스스로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지역재생모델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그를 온리의 창립까지 이끌었다. 이런 부분 때문에 그는 여러 가지 한계를 느끼고 부딪히면서도, 몸이 불편한 사람, 경력단절녀, 청년미취업자와 다문화결혼 이주민, 시니어, 경제적 어려움이 큰 창작자들 등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가는 활동을 지역에서 계속해나가고 있다.

▲ 협동조합 온리의 수제카드 브랜드 종이정원의 상품들. 민화, 지역 작가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라이프인
▲ 협동조합 온리의 수제카드 브랜드 종이정원의 상품들. 민화, 지역 작가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라이프인

■ 넓어지지 않는 시장에 대한 안타까움

늘 상황은 녹록지가 않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에 엄청난 타격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사회적경제만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열심히 버티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진짜 아쉬운 것은 따로 있다는 이야기다. 커지지 않는 업사이클링 시장에 대한 아쉬움이다.

우리나라에 업사이클링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 15년 정도 되는데 이 시장이 거의 커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한동안 친환경 옥수수전분 비닐, 친환경 콩기름인쇄, 비목재펄프 문구 등의 붐이 일어난 적이 있었는데 시장이 커지지 않다 보니 업체들이 하나둘 사라졌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또한, 재활용종이 제품과 비목재펄프 포장지나 문구류 등은 서구와 한국의 시장규모의 격차가 굉장히 크다. 일반 서점이나 문구점 등에서 누구든 쉽게 일상에서 친환경 재활용 포장지와 비목재펄프로 만든 문구 및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서구에 비해, "국내는 거의 시장규모도 미미하고 20여 년 가까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그런 제품들을 사주고 인정해주는 시간과 함께 시장이 성장해야 한다. 그 시장이 커지지 않으면서 업체들이 사라졌고, 그런데 그 기업들이 정말 필요하다 보니 다시 그런 업체를 만드는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일반 기업이나 시민들은 효율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으니 공공이 먼저 정책시장에서 선순환의 선두에 서면서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 로드맵으로 봤을 때 그것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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