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패션, 인간의 욕망을 '착한 소비'로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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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패션, 인간의 욕망을 '착한 소비'로 바꾸다
'지속가능패션 서밋 서울 2020' 개최
21일, '지속 가능 윤리적 패션의 가치' 섹션 진행
  • 2020.10.22 18:09
  • by 전윤서 기자

의식주.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의(衣)는 타인과 만나는 최전선에서 나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다.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와 생각도 보여줄 수 있다. 

바이러스, 유례없던 긴 장마를 거치면서 환경에 대한 문제를 예사(例事)로 여길 수 없게 된 지금. 서울디자인재단 산하 지속가능윤리적패션허브가 '지속 가능 패션의 뉴노멀'이라는 주제로 '지속가능패션 서밋 서울 2020'을 개최했다. 개최 두 번째 날인 21일은 '지속 가능 윤리적 패션의 가치' 섹션이 진행됐다. 

▲ (왼쪽부터) 오상진 전 아나운서, (주)더페어스토리 임주환 대표, 오픈 플랜 이옥선 대표, 플리츠마마 서강희 실장, (주)비건타이거 양윤아 대표. 온라인화면 갈무리
▲ (왼쪽부터) 오상진 전 아나운서, (주)더페어스토리 임주환 대표, 오픈 플랜 이옥선 대표, 플리츠마마 서강희 실장, (주)비건타이거 양윤아 대표. 온라인화면 갈무리

이번 섹션에서는 환경을 위해 패션 산업 생산자는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소비자의 소비문화에 대한 열띤 의견이 오갔다. 이날 오상진 전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으며 ▲(주)더뉴히어로스 이태성 대표 ▲오픈플랜 이옥선 대표 ▲(주)더페어스토리 임주환 대표 ▲(주)비건타이거 양윤아 대표 ▲플리츠마마 서강희 실장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 공정무역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여성 생산자의 자립을 돕는 (주)더페어스토리. ⓒ(주)더페어스토리
▲ 공정무역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여성 생산자의 자립을 돕는 (주)더페어스토리. ⓒ(주)더페어스토리

■ 국내 패션 브랜드,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다.

환경 그리고 인권, 동물권, 윤리성에 관한 관심은 패션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게 했다. (주)더페어스토리는 공정무역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여성 생산자의 자립을 돕고 있다. 썩기까지 500년 이상이 소요되는 플라스틱을 생산하지 않기 위해 오픈플랜은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의류를 만든다. 또한, 공장식 축산과 기후 위기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리고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찾고 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지구에는 이미 너무 많은 플라스틱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플리츠마마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향을 모색했고 이것이 어떻게 패션 산업과 연결될지 연구했다. 사업 초기 플라스틱 재생 원사를 활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한국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을 재생하는 방법에 눈을 돌렸다. 

동물 학대 없는 패션을 추구하는 (주)비건타이거는 모피, 가죽, 실크, 동물의 뿔로 만든 단추를 사용하지 않고 대체 소재를 발굴해 의류를 만든다. 비건 패션뿐 아니라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는 비건 페스티벌을 주최하기도 했다. (주)더뉴히어로즈는 '지속가능한 생산방식과 생활방식을 확산하여 더 나은 미래를 디자인한다.'라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친환경 양말 브랜드 콘삭스, 항균성이 뛰어난 은을 소재로 수건, 언더웨어, 의류를 만드는 실버라이닝을 론칭했다. 


■ 패션을 지속가능성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인간의 욕망에 소구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을!
(주)더뉴히어로스 이태성 대표는 "섬유제품의 경우 제품 제조 시 발생하는 환경오염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제품을 사용할 때 발생한다. 많은 친환경 브랜드들이 어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가에만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제품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은 주로 세탁, 건조과정에서 발생한다. 이에 (주)더뉴히어로즈는 세탁을 절반으로 줄이는 소재를 찾기 시작했다.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소재여야 하고 항균성이 뛰어나야 했다. (주)더뉴히어로즈가 찾은 소재는 은이었고 이를 활용해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은으로 만든 수건. 항균성이 좋아 악취가 없고 세탁을 줄여준다.  ⓒ(주)더뉴히어로즈
▲ 은으로 만든 수건. 항균성이 좋아 악취가 없고 세탁을 줄여준다.  ⓒ(주)더뉴히어로즈

이 대표는 "지속 가능 패션 브랜드들이 제품을 판매할 때 인간의 이타심에 소구(訴求)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에 동인(同人)이 될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주)더뉴히어로즈는 인간의 욕망에 소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며 실버라이닝 제품을 사용해 세탁을 절반으로 줄이면 세탁으로 발생하는 수도세, 전기세, 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해 매월 돌려주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더뉴히어로즈는 2020년 에너지 글로브 어워드(ENERGY GLOBE AWARD)에서 국가상을 받으면서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공정무역은 제품의 경쟁력이 제일 중요하다"
(주)더페어스토리의 공정무역 브랜드 펜두카는 저개발국가 생산자를 거래를 통해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나미비아 여성 생산자들의 자립을 목적으로 이들이 생산한 손자수 제품을 판매한다. 도움이 아닌 거래이기 때문에 물건을 많이 만들고 지속해서 거래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 이후 국경이 폐쇄되어 생산자들과 거래할 수 없게 되자 코이카(KOICA) 등 국내의 NGO 단체와 협력으로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주)더페어스토리 임주환 대표는 "공정무역은 제품의 경쟁력이 제일 중요하다. 제품이 좋아야 한다. 손자수 잘 만들기 위해 유럽과 한국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멋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이 주요 업무이다"라고 말했다. 

▲WWF와 오픈플랜의 리텍스타일 프로젝트. 이케아 재고를 활용해 만든 옷. ⓒ오픈플랜
▲WWF와 오픈플랜의 리텍스타일 프로젝트. 이케아 재고를 활용해 만든 옷. ⓒ오픈플랜

"디자이너로서 좋은 소재를 찾아 잘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해야 할 일"
오픈플랜은 지속가능한 패션위크로 알려진 '헬싱키 패션위크(Helsinki Fashion Week)'에 2년째 참가해 지속 가능 패션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었다. 최근 세계자연기금(WWF)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 베개, 이불보, 커튼 등 버려지는 재고를 받아 업사이클링하는 프로젝트이다. 

오픈플랜은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등의 합성섬유는 보온을 위한 기능성의 목적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더불어 실크, 울, 소뿔, 자개도 사용하지 않는다. 소재 제한으로 욕심내지 않고 창의성을 발휘해 가능한 다른 모습을 선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오히려 소재를 제한함으로써 브랜드의 고유성과 독창성이 발현된다는 것이 부연이다. 

오픈플랜의 이옥선 대표는 "친환경적인 문제를 이야기할 때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부담을 준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생산자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필요 때문에 물건을 구입할 때 누군가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디자이너로서 좋은 소재를 찾아 잘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가치사슬을 함께 디자인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어려운 비즈니스이다."
(주)플리츠마마가 가졌던 의문점은 '국내에서 버려지는 페트병은 다 어디로 가는가?'였다. 소비자들 또한 '우리가 재활용한 페트병은 어디로 가나?' 궁금해했다고 한다. 이전까지 플라스틱 원사를 만드는 방식은 세계 각국에서 플라스틱을 수입해 원사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한국은 분리수거 비율은 높지만, 제조부터 분리수거 과정에서 순도 높은 원사 추출하기 어려워진다. 순도 높은 원사를 추출하는 조건은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이 섞이지 않아야 하고 투명한 페트병이어야 한다. 또한, 라벨지도 제거해야 한다. (주)플리츠마마는 투명하게 버려지는 페트병을 찾기 위해 호텔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페트병의 양이 적어 원사를 만들기 부족했다. 

근본적인 시스템 문제가 있었지만 (주)플리츠마마는 한국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는 조언도 들었지만 원사 브랜드, 지자체 등 협업 가능한 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올 초 수거 시스템을 구축한 제주도의 플라스틱으로 원사를 만들게 됐다. (주)플리츠마마의 서강희 실장은 "단순히 재활용해서 예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치사슬을 함께 디자인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어려운 비즈니스이다"라고 말했다. 

▲ 제주에 버려진 53개의 페트병으로 만든 플리스 ⓒ(주)플리츠마마
▲ 제주에 버려진 53개의 페트병으로 만든 플리스 ⓒ(주)플리츠마마

동물권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도 거부감 없이 구입하도록...
(주)비건타이거는 동물착취나 학대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그 때문에 동물의 털옷이 아닌 털옷, 실크 없이 실크 느낌의 옷, 울 없이 울 느낌의 옷을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대체 소재로는 인조가죽,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한 원단, 나무 또는 시앗으로 만든 단추 등이 있다. 최근에는 재생 원사로 만든 인조털을 개발 중이다. 따라서 동물권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도 패션에 대한 관심만으로 제품을 구입하도록 한다는 것이 설명이다. (주)비건타이거의 양윤아 대표는 "첫 번째 원칙은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설정할 때 (첫 번째 원칙이) 시작점이 되어주는 것 같다."라며, "조금 더 지역화 할 수 있을까?,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단계이다."라고 밝혔다. 

▲ '모피농장의 유령들' 컬렉션 ⓒ(주)비건타이거
▲ '모피농장의 유령들' 컬렉션 ⓒ(주)비건타이거

■ 대한민국의 소비문화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서 실장은 재발견의 가치에 관해 설명했다. 1970년대, 종이봉투로 인해 많은 나무가 파괴되자 다 회사용이 가능한 비닐봉지가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말하며 "인간의 필요에 의해 세상에 나온 물건들이 많다. 이 (물건들의) 가치를 어떻게 재발견하고 얼마큼 오래 사용할 것인가라는 관점을 가지고 소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소비는 돈으로 하는 투표라고 생각한다. 내가 번 돈으로 한 분야의 산업을 지지하고 육성한다."라며, "유기농, 잘 재배된 것, 좋은 가치로 만들어진 것,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만든 것에 소비하면 소비를 하면서도 산업이 육성되고 그 산업을 지지하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좋은 소비가 고래도 춤추게 할 것"이라며 착한 소비가 사회를 변화시킨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지구에는 완벽한 100명의 환경주의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수백만 명이 필요하다. (...) 사소한 것으로 변화할 수 있고 하나하나 쌓여 시발점이 된다."고 전했다. 

인간에게는 다양한 욕망이 있다. 편리함을 추구하고 싶고, 원하는 디자인의 옷을 고르고 싶다. 그러면서도 죄책감에서는 한 발짝 멀어지고 싶다. 나아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면-하고 바란다. 착한 소비를 통해 이 복잡한 실타래를 헐겁게 만들 수 있다면 어떠한가.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패션으로 해결해줄 지속 가능한 패션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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