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소비자생협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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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소비자생협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②
  • 2023.07.20 18:00
  • by 정원각 객원기자

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①에서 이어집니다. 

지역과 계층별 기대수명의 차이가 무려 15.18세로 불평등이 심각한 한국 사회에서 협동조합은 무엇을 할 것인가?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좋은 먹거리와 생활을 통한 예방 활동'과 '전문가에 의한 치유와 치료 사업' 그리고 '비용 준비를 위한 상호부조 공제사업'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본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에서는 부자들을 위한 보험회사의 고가 보험과 대학병원, 재벌 병원들의 고비용 치료로 해결한다. 그러다 보니 소득별 차이가 심각하다. 서울대 의대 강영호 교수가 2009~2014년 건강보험의 가입자‧사망자 빅데이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서초구에 사는 상위 소득 20%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86.19세인데 강원도 화천군 하위 소득 20%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71.01로 무려 15.18세가 차이 났다. 이는 누가 봐도 심각한 문제로 시장도 정부도 다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런 기대수명의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의 역할, 특히 질병 예방과 상호부조 사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13년 동안 상호부조의 핵심인 생협의 공제사업을 막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다행히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건강 예방 활동, 치유와 치료, 상호부조 공제 등을 다 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다. 
 

▲ 한국일보 2015년 11월 10자 기사 '기대수명 불평등…서초구 부자가 화천군 저소득층보다 15년 더 길다' 內 이미지. 
▲ 한국일보 2015년 11월 10자 기사 '기대수명 불평등…서초구 부자가 화천군 저소득층보다 15년 더 길다' 內 이미지. 

그러면 생협의 조합원들은 먹거리 생협을 강원의료사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통합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세 조합의 이사장들이 매장과 지역에서 조합원들을 만나보면 세 분류로 나뉜다고 한다. 첫째, 조합원들 대체로, 건강을 위해 먹을 것만 아니라 맨발 걷기 등 건강 생활 증진 활동과 의사의 치료와 치유 나아가 상호부조 공제까지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좋다는 반응이다. 둘째, 그동안 이용해 왔고 사고 없이 신뢰하는 아이쿱생협이 하니까 그냥 따라서 한다는 조합원들도 있다. 셋째, 이제 나이가 많아 조직을 변경하는 내용과 관계없이 무엇인가를 새로 쓰고 변경하는 것이 귀찮다는 사람들도 있다. 한편, 많은 조합원은 먹거리 생협이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변경하고 광역 단위로 통합했을 때 혹시 ‘자신에게 불이익은 없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소비자생협 조합원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 것은 없다.

먹거리만 아니라 치료, 공제까지 할 수 있게 되어 좋아하는 조합원, 무관심한 조합원 등

그러면 통합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아이쿱생협에서 2018년부터 준비하면서 2019년에는 단위조합, 권역회의에서 많은 논의와 설명이 있었다. 특히, 원주에서는 더 자주, 깊이 있게 논의와 준비를 했다고 한다.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방문기에서도 밝혔지만, 원주의료사협이 추구하는 방향 즉, 진료, 복지, 돌봄 등으로 개인의 삶과 커뮤니티의 변화를 추구하려는 것과 아이쿱생협의 먹거리와 생활 습관 변화, 치유와 힐링, 상호부조 공제사업 등은 내용에서 만날 수 있는 지점이 많았기에 함께 논의하기 시작했다. 원주지역에서는 2020년부터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원주아이쿱생협 두 조직이 만나 논의를 시작했고 2021년 들어서서 협력, 통합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였다. 그리고 2022년 여름부터는 원주만 아니라 강원도가 전체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논의하면서 춘천, 충주 등으로 확대했다.
 

▲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아이쿱생협 통합 선언 총회(2022년 3월 28일).
▲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아이쿱생협 통합 선언 총회(2022년 3월 28일).

춘천아이쿱생협에서도 통합 논의를 하면서 좋아지는 부분과 염려가 되는 부분을 점검했다. 춘천에서 원주까지 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 직접 치료받으러 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춘천에 지점으로 의료기관이 생길 때까지는 치료 중심보다 예방 활동 등이 중심일 것이다. 그러므로 통합으로 좋아지는 부분을 정리해 보면 첫째, 조합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먹거리 외에도 건강 강좌, 건강 활동 등이 활발해질 것이다. 예를 들면 심폐 소생 강좌만 해도 춘천이 독자적으로 준비할 때는 강좌 마련이 어려웠는데 이제 통합한 후는 도 차원에서 섭외하여 가능할 것이다. 둘째, 상호부조 공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쿱생협이 2010년, 그 전부터 노력하던 공제를 함으로써 조합원의 건강, 안전 등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다. 셋째, 법인에 대한 행정 업무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동안 주부 중심의 활동가들에게 법인 행정은 큰 부담이었다. 넷째, 조합원들이 부모나 자신들의 문제로 요양원(병원)에 관한 관심이 점점 늘어나는데 이에 대해 전망, 비전을 줄 수 있게 된다. 

통합하면 뭐가 좋아질까? 그리고 염려되는 부분은? 특히, 조합원들은 더 좋아할까 싫어할까?

다음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첫째, '원주시, 춘천시, 충주시 등 기초자치체 단위에서 지역의 자율성이 축소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동안 법인 운영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스스로 결정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그 결정권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둘째, 지역 활동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인에 대한 책임감으로 인해 활동을 강제적으로 하는 것도 있었는데 책임감이 약화되어 활동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다. 셋째, 조합원의 관심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결정이 강원 전체에서 이루어지므로 춘천의 조합원들이 한 발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염려되는 부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가령 법인을 운영하지 않지만 (가칭)지역운영위원회에 많은 자율성과 사업, 예산 등을 집행할 수 있도록 부여하고 건강, 예방 등 조합원들이 관심이 있는 다양한 활동을 활성화야 한다.
 

▲ 오른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태선(충주아이쿱), 안승혜(춘천아이쿱), 김유미(원주아이쿱) 이사장.
▲ 오른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태선(충주아이쿱), 안승혜(춘천아이쿱), 김유미(원주아이쿱) 이사장.

강원의료사협이 했으면 하는 분야는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2022년 가을, 아이쿱생협 활동가들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사회적경제를 방문할 때 참석한 김유미 이사장이 이야기했다. 유럽의 경우 국가 의료보험이 우리나라보다 잘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제가 빈 부분에 대해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가령 치과에서 보험이 안 되는 치료 그리고 간병에서도 마찬가지로 국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을 공제가 지원하고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적용된다. 이와는 함께 조금 생소하지만 '존엄케어'도 했으면 좋겠다. 요즘 사람들은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죽는데 병원에서 태어나더라도 죽음은 자기가 가장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에서 마지막 돌봄을 받다가 죽는 것이다. 이런 부분도 강원의료사협이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통합에 대한 변화를 예상하고 부족한 부분을 준비해야  

아울러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통합하면서 몇 가지 예상되는 변화와 그에 따른 대비도 논의하고 있다, 첫째, 마을 모임 중심에서 자신의 건강에 필요한 모임으로 재편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현재 마을 모임이 모이는 자체로 의미를 두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지원비를 받기 위해 모이는 경우도 왕왕 있었고 참여하기 싫어도 가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자신의 건강, 케어 중심으로 모임을 하여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모임에 자발적으로 가게 될 것이다. 둘째, 운영위원회(또는 지역위원회)다. 법인 이사회는 법적으로 책임을 지는 기구이므로 강제성이 있지만 운영위원회는 그렇지 않다.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운영될 것이다. 자치와 자율이 더 높아야 한다. 셋째, 기초 단위의 명칭이 사라짐으로 인해 조합원의 소속감이 약화될 수 있다. 협동조합 특히,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활동, 사업이 준비되어야 한다.
 

▲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셔츠를 입고 한 컷.
▲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셔츠를 입고 한 컷.

현재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규모를 보면 원주의료사협 1천400명, 충주아이쿱생협 500명, 춘천아이쿱생협 2천 명 그리고 원주아이쿱생협 2천300명 등 연인원은 6천2백 명이다. 여기서 원주 지역의 중복 가입을 빼면 5~6천 명 수준이다. 이 정도 규모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단위가 아니고 재정적으로 완전히 독립하기에도 만만치 않은 규모다. 보통 먹거리 생협은 조합원이 2~3천 명이면 자립, 자생 기반이 된다고 본다. 하지만 의료의 경우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러므로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통합했어도 아직 양적, 질적으로 갈 길이 멀다. 일본에서 잘 되는 의료생협은 인구 12만 명이 사는 기초자치단체 지역에서 3~4만 명의 조합원이 있기도 다.(쇼나이의료생협 등) 

현재는 원주에만 있는 협동조합 의료기관을 춘천, 충주 나아가 강릉, 속초에도 가능

그리고 우리나라 협동조합기본법에서는 의료사협이 지역 조합원 500명이 넘을 경우, 의료기관을 따로 낼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므로 춘천, 충주 그리고 다른 지역에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라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강원의료사협의 조합원이 수만 명이 넘어가면 다시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법인을 분화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으므로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협동조합을 다시 설립할 수도 있다. 협동조합원 조합원의 편익과 니즈 그리고 사회 환경과 사회적 요구에 따라 분리도 하고 통합도 한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유럽의 다른 협동조합들도 그런 길을 걸어왔다.
 

▲ (왼쪽부터) 대통령 표창을 축하하고 받는 천혜란 이사, 박준영 전 이사장, 이광희 현 이사장, 김유미 원주아이쿱 이사장, 상지대 김형미 교수, 임종한 한국의료사협연합회 회장, 최혁진 iN라이프케어이종협동조합연합회 사무총장.
▲ (왼쪽부터) 대통령 표창을 축하하고 받는 천혜란 이사, 박준영 전 이사장, 이광희 현 이사장, 김유미 원주아이쿱 이사장, 상지대 김형미 교수, 임종한 한국의료사협연합회 회장, 최혁진 iN라이프케어이종협동조합연합회 사무총장.

한국 사회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겪었다. 거의 모든 학자, 언론들이 이제 세상은 팬데믹 전과 후로 구분된다고 한다. 사회적경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아이쿱생협만 아니라 많은 사회적경제 기업, 조직들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다. 가령 내가 속해 있는 진주아이쿱생협은 교육과 조직 모임에서 생협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아주 모범적으로 잘 되는 협동조합이었다. 그런데 2022년 20년 기념식에서 본 자료에는 교육에 대한 통계는 빠지고 마을모임, 동아리 모임은 줄었다. 이유는 코로나19로 모임을 규제하는 정부의 정책 때문에 교육 자체가 막혔고 마을모임도 조심스러웠던 것을 반영한 것이다. 이제 엔데믹이 됐다. 하지만 변한 시민들의 생활 패턴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통합한 것은 네 개의 협동조합이 사회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읽힌다.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통합이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되기를

이후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해왔던 것처럼 계속 새로운 실험, 안테나 사업으로 의료복지 협동조합 영역을 개척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개척이 한국에서 의료 운동을 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과 먹거리 운동을 하는 협동조합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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