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학교를 계기로 원주민과 이주민의 아름다운 조화 동고동락협동조합
상태바
[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학교를 계기로 원주민과 이주민의 아름다운 조화 동고동락협동조합
  • 2023.03.15 12:00
  • by 정원각 객원기자

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유배의 지역에서 깃발을 든 대안학교와 협동조합

경남 남해는 서포 김만중이 유배를 갔다가 생을 마감한 곳이다. 한양에서 약 400km, 천 리(里)의 가장 먼 지역으로서 조선시대 대표적인 유배지 중의 한 곳이다. 수도권에서 먼 덕분에 바다나 산 등 대부분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인구가 가장 급격하게 줄어드는 지역으로 선거 때만 되면 국회의원 지역구를 유지하려고 공공연하게 서울에 있는 자녀들을 위장 전입시키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이미 오래전에 한계를 드러내 국회의원 한 사람을 여의도로 보내기 위해 남해군, 하동군, 사천시 등 세 곳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여 있다. 한 개의 구에서 두, 세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대도시와는 너무 비교되는 현실이다. 
 

▲ 상주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상주(左) / 2017년 상주중학교. ⓒ동고동락협동조합
▲ 상주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상주(左) / 2017년 상주중학교. ⓒ동고동락협동조합

상주는 그 남해에서도 가장 남쪽 끝에 있다. 인구가 계속 줄어드니 하나 있는 상주중학교가 입학생을 채우지 못해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학교 재단은 학교를 혁신할 사람을 찾았는데 마침 간디학교 그리고 경남 공립 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여태전 선생과 인연이 닿았다. 여태전 선생이 2014년 상주중학교 교장으로 오면서 학교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후 상주중학교는 2016년부터는 대안학교가 되었고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상주중학교 학생의 학부모로서 상주에 온 이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2016년부터 협동조합 공부를 하고 2017년 창립한 협동조합이 동고동락협동조합이다. 

경쟁이 아닌 연대, 개인적 소비가 아닌 함께 나누는 경제를 지향하는 동고동락

동고동락협동조합(이하 '동고동락')이 처음 창립할 때 조합원 42명, 출자금 2천만 원이었는데 조합원 대부분은 상주중학교 학부모였고 지역주민의 참여는 불과 5명이었다. 그런데 6년이 지난 2022년 12월, 조합원은 217명, 출자금은 1억 원이 되었다. 그리고 조합원들 가운데 이주한 학부모보다 지역 주민들이 더 많다. 왜 협동조합을 만들었을까? 이에 대해 동고동락은 다음과 같이 답변하고 있다. 경쟁이 아닌 연대하는 삶의 공동체, 학교와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교육 공동체, 개인의 소비적 삶이 아닌 함께 나누는 경제 공동체, 함께 먹고 춤추고 노래하는 행복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필수인데 사업을 하는 공동체는 바로 협동조합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사업을 한다. 상주 마을에서 사라진 마을 빵집 ‘동동’, 조합원, 주민들이 가정식으로 식사할 수 있는 식당 '동동회관', 상주지역의 특산물을 온라인으로 판매 그리고 남해의 중요한 문화유산인 다랑논 활성화 사업 등이다. 그리고 특산물 온라인 판매 사업은 생산물 나오는 시기와 명절 등에 부정기적으로 판매한다. 이 중에 식당과 빵집은 코로나 시절에도 큰 어려움 없이 운영되었는데 2022년 하반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적극적인 판매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마을빵집 동동. ⓒ동고동락협동조합
▲ 마을빵집 동동. ⓒ동고동락협동조합
▲ 식당 동동회관(左) / 다랑논 모심기 행사. ⓒ동고동락협동조합
▲ 식당 동동회관(左) / 다랑논 모심기 행사. ⓒ동고동락협동조합

'다랑논 활성화 사업'은 서비스 제공, 상품을 판매하는 일반적인 사업들과 달리 남해의 논 농업 유산을 보전하는 사업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유지해온 다랑논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다랑논의 보전, 활성화를 추진하는 경상남도의 다랑논 보전 정책에 참여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도시민, 학생들이 모내기 체험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다랑논 후원회를 조직하고 있다. 그리고 다랑논에서 생산한 쌀을 판매하기 위해 연초에 펀딩을 받고 가을에 쌀을 보내는 사업을 한다. 현재 동고동락이 경작하는 논은 1천5백 평으로 1년에 약 2.5톤이 생산되며 ‘은다랑미’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보물섬 인생학교는 동고동락의 비전 실현

동고동락이 조합 출발과 함께 가장 먼저 시작했던 사업이 아이돌봄 사업인데 그동안은 자체 비용과 교육청 공모사업 등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23년에 경남도 '우리마을 아이돌봄센터'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보다 안정적으로 돌봄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조합원들의 활발한 사업과 활동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남해군과 동고동락협동조합이 함께 기획했던 보물섬 인생학교 프로젝트가 지난 2022년 8월 국토부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2023년부터 2024년 2년의 준비와 공사를 거쳐 2025년 문을 여는데, 이의 콘텐츠 제공과 운영을 동고동락이 참여하려고 한다. 이종수 이사장은 보물섬 인생학교가 동고동락이 꿈꾸고 지향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다. 경쟁 교육에 지친 청소년들 그리고 삶의 전환기를 맞는 성인들을 위한 전학 학교를 꿈꾸고 있다.
 

▲ 동고동락협동조합이 하는 아이돌봄 사업. ⓒ동고동락협동조합
▲ 동고동락협동조합이 하는 아이돌봄 사업. ⓒ동고동락협동조합

보물섬 인생학교에 들어오는 그룹으로 성인과 청소년들이 있는데 이들에 대한 사업 방향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성인들은 남해 금산, 상주해수욕장 등의 자연을 기반으로 농어촌, 생태 그리고 공동체적인 삶으로 전환을 꿈꾸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청소년들은 공교육이 제공하지 못하는 대안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이 산과 바다라는 자연 속에서 도전과 모험, 생태, 인문학 기반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협업과 연대를 배우고 느끼면서 삶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한다. 인생학교에는 교육센터, 마을도서관, 커뮤니티 공간 등이 들어가는 교육문화센터, 생태숲 가꾸기, 생태농업을 할 수 있는 지반 조성, 이주민과 교육생을 위한 주거단지 등이 들어간다.

학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협력하여 일군 사회적경제 

동고동락협동조합이 하는 사업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먼저 조합원으로는 지역의 원주민 그리고 이사한 이주민, 상주초· 중학교 교사 등이 있다. 사업을 만들고 진행하는 일에는 남해군, 경남도, 행안부가 있고 공기업으로 LH가 협력한다. 이 중에 지역 주민으로 참여하는 대표적인 곳이 상주번영회다. 상주번영회는 초기 동고동락이 주민들에게 안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상주번영회 회장이 상주중학교 학부모로서 학교 운영위원이었는데 운영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이주민 학부모들에 대한 이해와 추구하는 목표를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또한 동고동락의 이사장이 번영회 사무국장 일을 겸하면서 경제적 기반과 상호 협력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주민을 넘어 동고동락 내부에서 사람을 키워야 할 시점

이종수 이사장은 이제 동고동락이 한 단계 성장할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동고동락이 하는 사업들이 경영에서 정상화해야 한다. 즉, 빵집, 식당, 다랑논 그리고 지역 특산물 온라인 판매 등의 사업에서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사업 분야를 담당하는 조합원 직원들의 전문성과 자발성, 적극성이 필요하다. 또한 차세대 리더, 임원들을 발굴하고 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200여 명이 넘은 조합원들이 조합의 사업과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조합의 중장기 발전 전망, 전략 수립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동고동락협동조합의 씨앗인 상주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다시 상주 은모래 해변을 거닐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동체, 지역사회를 만드는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 동고동락협동조합 창립총회. ⓒ동고동락협동조합
▲ 동고동락협동조합 창립총회. ⓒ동고동락협동조합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원각 객원기자
정원각 객원기자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