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한 세대를 넘긴 인천 예슬어린이집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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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한 세대를 넘긴 인천 예슬어린이집 협동조합
  • 2023.08.25 12:00
  • by 정원각 객원기자

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1991년 4월 인천시 부평에 사는 활동가 6명이 모여 탁아방으로 시작한 어린이집이 한 세대인 30년을 훌쩍 넘기면서 약 600명 이상의 아이가 다녀갔다. 처음 등원한 어린이가 3~4살에 왔다고 가정해 보면 이제 35, 36세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두 조직이 통합하기도 했다가 생협에 소속되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협동조합으로 독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김영희 원장은 이 협동조합의 조합원이면서 약 20년 동안 근무를 하고 있으니 그 역사와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에 어린이집을 방문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세대가 지나는 사이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에 이르렀고 지방자치 실시, 민주주의 진전 등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했고 출생률은 OECD국가 중에 가장 낮은 국가가 되었다. 그 여파일까? 인천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집 등 많은 유아교육기관들이 문을 닫고 있다. 그중에는 사회적경제에 속하는 곳도 있다.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제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조합원들과 함께 모색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등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밀집 지역에서 시작한 어린이집

1990년대 인천광역시 부평구에는 대우자동차 공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대우자동차와 관계 회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살았다. 그리고 그 노동자들은 젊었고 때마침 민주화 이후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맞물려 맞벌이가 많았다. 또한 노동자 밀집 지역이다 보니 시민사회단체도 비교적 활발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비영리 탁아방을 만들었다.

모범적인 탁아방이 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교사, 적절한 아동과 교사 비율,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 충분한 공간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논의했다. 이런 목표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더 찾아 나섰고 자금 확보를 위해 수익사업과 후원회를 구성했다. 같은 해 9월 13평 정도의 공간을 구해 '엄마방'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고 이듬해인 1992년 5월에는 '엄마방어린이집'으로 변경하고 공간도 넓은 곳으로 이사를 했다. 출발 당시 관련법이 없었지만, 내용적으로는 학부모, 교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한 협동조합 형태였다.

비슷한 취지의 어린이집과 통합하여 '예슬어린이집'이 탄생

1995년 7월에는 비슷한 취지로 운영하던 '무지개동산어린이집'과 통합하여, 예의 바르고 슬기롭게 자라라는 뜻을 가진 '예슬어린이집'이 되었다. 영아와 유아를 같이 해야 교육이 이어지고 아이와 교사 비율, 원내 음식 조리 등에서도 효율적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서 학부모, 교사, 임원 등이 출자를 늘렸고 은행에서 대출도 받았다. 
 

▲ 어린이집 운영을 위해 모인 학부모들.
▲ 어린이집 운영을 위해 모인 학부모들.

예슬어린이집이 일반적인 어린이집과 다른 것은 학부모들이 출자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교사들도 출자를 하지만 대부분은 학부모 출자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한다. 아이들 교육 이외의 식사, 간식, 어린이집 운영 경비 등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이다. 양질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학부모 대상으로 교육철학 등을 교육도 했다. 그리고 자녀 교육에 대해 아빠들의 관심과 참여를 강조하는 프로그램도 한다.

한국 사회는 2000년 초가 되면 아이들 먹거리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게 된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이 시기에 국가 정책적으로 학교급식을 전면 실시하게 되는데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참여하고 업체와 학교 행정의 부패 등이 이어지면서 급식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등의 위생 문제, 부실한 식재료 등이 여론의 도마 에 올랐다. 아울러 아토피와 같은 환경성 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많이 늘어났다. 이에 대해 언론에서는 '잘먹고 잘사는 법'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렸다.

아이들에게 친환경 식품을 먹이기 위해 인천생협과 통합

예슬어린이집은 초기부터 먹거리에 관해 관심 있었지만 이 시기부터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인천생협(현 인천아이쿱생협)과 통합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예슬어린이집은 먹을거리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 부분을 인천생협에서 어느 정도 부담하길 원했다. 한편 인천생협에서는 조합원들이 자녀들을 믿고 보낼 어린이집이 필요했고 지역사회에 기여라는 협동조합의 원칙을 실현하고자 했다. 
 

▲ 교육에 참여한 학부모들.
▲ 교육에 참여한 학부모들.

마침 예슬어린이집에 보내는 학부모들 중에 인천생협 조합원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통합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2001년 9월부터 약 3개월 동안 논의한 끝에 12월 통합을 결정했다. 어린이집의 교사, 학부모들은 모두 인천생협에 출자하여 조합원이 되었고 어린이집의 식재료는 모두 아이쿱생협의 친환경 식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인천생협은 어린이집을 위해 4층 건물을 매입했다. 공간이 충분하므로 영유아 교육만 아니라 초등생 대상의 방과후교실도 운영했다. 1, 2층은 어린이집이 사용하고 3층은 방과후 학교와 어린이집 사무실 그리고 4층은 생협 사무실로 사용했다. 이후 약간의 공간 사용의 변동은 있지만 큰 틀은 이런 형태를 유지했다. 인천생협으로서는 약간 무리였으나 당시 신복수 이사장의 추진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 인천아이쿱생협 소속일 때의 어린이집.
▲ 인천아이쿱생협 소속일 때의 어린이집.

인천아이쿱생협에서 독립하여 '협동조합 예슬어린이집'을 창립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약 17년 동안은 이와 같은 형태로 유지되었다. 이 기간 예슬어린집은 평온하게 보육과 교육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인천아이쿱생협(2008년부터 아이쿱생협)이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라 매장 사업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사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인천아이쿱생협이 예슬어린이집을 위해 공간 사용과 친환경농산물 식재료 이용 등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독립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2018년부터 예슬어린이집이 본격적으로 인천아이쿱생협에서 독립하는 것을 논의했다. 논의 결과 예슬어린이집을 협동조합 법인으로 창립하기로 했다. 약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8년 12월 27일 '협동조합 예슬어린이집' 창립총회를 하고 2019년 1월 28일 협동조합 설립 신고를 마쳤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법인 변경 인가를 받았다.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위해서 학부모, 교사를 중심으로 책 읽기, 학습회 등을 수차례 거쳤다. 그리고 아이쿱생협연합회의 협동조합지원센터의 도움도 받았다.
 

▲ 2022년 협동조합 예슬어린이집 제3차 정기총회 (左)/ 2023년 협동조합 예슬어린이집 제4차 정기총회.
▲ 2022년 협동조합 예슬어린이집 제3차 정기총회 (左)/ 2023년 협동조합 예슬어린이집 제4차 정기총회.

현재 조합원은 학부모 조합원 13명, 교사 조합원 6명 등 19명이다. 두 가정이 아이를 두 명씩 보내므로 아이들은 15명이다. 학부모는 출자금이 200만 원이고 교사는 그보다 작은 50만 원이다.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인 셈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가정은 출자금 200만 원에 월 보육비 그리고 특별활동비와 기타 필요한 경비를 낸다. 출자금은 아이가 졸업할 때 찾아가는데 출자금의 10%는 후원금으로 기부한다. 보육비는 아이들 부모가 내지만 국가가 전액 부모에게 보조하는 방식이다. 

학부모들은 이외에 별도의 운영비를 매월 영아는 25만 원, 유아는 35만 원씩을 부담한다. 이는 어린이집에서 먹는 급식과 간식 등을 모두 친환경 식품으로 하는 것과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보조교사 인건비, 건물 임대료, 행사비, 환경개선 등에 대한 부담이다. 아이들 숫자가 현재의 15명에서 25명으로 늘면 정부 지원이 생겨 학부모 부담이 줄어든다.                             

이렇게 출자금과 별도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어린이집 가입을 신중하게 하도록 권한다. 첫째 주는 부모와 아이가 어린이집을 관찰하고 둘째 주는 부모와 1시간 정도 떨어지고 점심 식사를 한다. 셋째 주는 부모와 떨어지기와 낮잠 자기 넷째 주는 부모와 떨어져 어린이집 적응하기 등을 거친다. 어떻게 보면 번거로운 기간이지만 부모들은 어린이집 내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교사들은 아이의 특성을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는 당연히 이후 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

최상의 먹거리, 야외 활동, 운영에 참여 등의 장점

그러면 협동조합 예슬어린이집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 첫째, 아이들 먹거리가 최상으로 좋다는 것이다. 모든 식재료, 간식을 아이쿱생협의 친환경 식품으로 하고 있다. 둘째, 교사와 학부모 간의 신뢰가 굳건하다는 것이다. 언론에 가끔 나오는 아동 학대와 CCTV와 같은 일은 일어날 수가 없다고 한다. 셋째, 매일 바깥나들이, 체험 학습을 많이 한다. 아이들을 자연과 접할 기회를 많이 가지는 것이다. 넷째, 아이들의 자발성과 자존감을 높여주는 발도르프 교육을 지향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린이집 운영에 학부모가 참여한다. 물론 학부모에 따라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를 반기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예슬어린이집과 같이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있는 학부모들에게는 바람직한 운영 방식이다.  
 

▲ 바깥나들이가 많은 협동조합 예슬어린이집 교육.
▲ 바깥나들이가 많은 협동조합 예슬어린이집 교육.

그러면 이런 교육과 친환경 먹거리들이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나타날까? 건강한 먹거리와 매일 바깥나들이를 많이 해서 그런지 건강한 편이다. 일반 어린이집들이 수두, 수족구 등의 전염병이 유행할 때 예슬어린이집에서는 유행이 더디 오거나 오지 않는다. 물론 한두 명의 어린이가 걸리기는 한다. 하지만 여러 어린이가 동시에 걸리는 적이 없다고 한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기간에도 휴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면역력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협동조합 예슬어린이집이 질 높은 보육과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근무하는 교사들이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시행하고 있다. 우선 급여가 다른 민영 어린이집에 비해 좋은 편이다. 국공립 경력자에는 따라가지 못하지만 초임 수준에 맞추고 있다. 다음으로 교사들이 휴가를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어린이집 특성상 대체 교사의 문제로 휴가 쓰는 것이 쉽지 않은데 예슬어린이집은 학부모들이 대체 교사로 참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2년 이상 근무한 교사들에게 1주일의 유급 휴가를 부여하고 있다.
 

▲ 학부모도 교육에 참여.
▲ 학부모도 교육에 참여.

현재 보육, 교육이 국공립화가 점점 진행되고 출생률이 낮아 인구가 줄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어린이집 특히, 협동조합 어린이집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 예슬어린이집은 전망은 어둡지 않다. 그것은 학부모들이 주체적으로 나서기 때문이다. 창립 때부터 학부모들이 조합원으로 열심히 움직였다. 특히, 2019년 창립 때부터 이사장과 학부모 대표를 맡은 학부모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모든 조합원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협동조합 예슬어린이집 힘의 원천은 학부모 조합원들의 활동

특히, 학부모 조합원들을 홍보팀, 재무팀, 교육팀으로 나누어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고 모임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협동조합 예슬어린이집을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으며, 부평구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활동 등에 나서면서 지역사회 속에서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 속에서 협동조합 예슬어린이집의 장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렇듯 어린이집을 학부모 스스로 홍보하고 알리며 운영에 참여하는 곳. 아이의 보육과 교육을 위해 학부모와 교사가 긴밀하게 협력하는 곳. 그곳이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예슬어린이집이다. 
 

▲ 졸업생 학부모들이 선물한 어린이집 간판.
▲ 졸업생 학부모들이 선물한 어린이집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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