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혁신파크 안에서는 무슨 일이?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실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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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파크 안에서는 무슨 일이?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실험 공간
윤명화 서울혁신센터 센터장 인터뷰
  • 2021.09.18 11:00
  • by 노윤정 기자
▲ 윤명화 서울혁신센터 센터장. ⓒ라이프인
▲ 윤명화 서울혁신센터 센터장. ⓒ라이프인

2015년 서울 은평구의 옛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에 조성된 서울혁신파크. 이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다양한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이제 직접적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만연하며, 여러 방면에서 양극화가 가속되고 있다. 그리고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은 건강조차 모든 집단이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했으며, 불평등하게 다가오는 전염병 재난 앞에서 우리는 지속가능한 지구와 사회를 위해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질문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울혁신센터는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곳이다. 2021년 현재 사회적경제기업·시민단체·기타 영리 및 비영리조직 등 250여 개의 혁신단체, 1,300여 명의 혁신가가 활동하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혁신적인 실험을 지속하고 있는 국내 최초·최대의 사회혁신 플랫폼. 서울혁신파크에서는 시민들이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고 혁신가가 되어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사회혁신'이라는 이상을 구체적인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서울혁신파크를 운영하는 서울혁신센터는 올해 새로운 센터장을 맞았다. 새롭게 취임한 윤명화 센터장은 (사)한국여성의정 전문위원, 서울시교육청 초대 학생인권옹호관, 제8대 서울시의원,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이사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교육과 인권 관련 분야에서 활동해온 윤 센터장은 서울혁신파크에서 혁신가들과 만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취임한 지 반년, 윤 센터장을 만나 서울혁신파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윤명화 서울혁신센터 센터장. ⓒ라이프인
▲ 윤명화 서울혁신센터 센터장. ⓒ라이프인

서울혁신파크에는 굉장히 다양한 공간들이 있는데, 공간 조성에 담긴 철학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흥미로운 공간들을 일부 소개한다면?

서울혁신파크는 국립보건원(질병관리본부의 전신)이 있던 1960년대부터 조성된 공간들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오랜 역사의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 있다. 그리고 건물의 낡고 오래된 벽 곳곳에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응원하는 글과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 이처럼 서울혁신파크는 역사를 기억하고 역사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탐색한다.
흥미로운 공간이라면 먼저 목공을 해볼 수 있는 목공동을 말씀드리고 싶다. 1962년 세워진 목공동은 서울에서 체험해볼 수 있는 유사 시설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개방된 분위기의 공간으로, 시민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혁신파크 입구에 있는 비전화카페(현 '지구를 생각하는 카페') 역시 생김새부터 시민들의 관심을 끄는 흥미로운 곳이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공간으로 설계된 곳으로, 에너지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에너지 없이 혹은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하며 살아가는 연습을 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코로나19로 내부 출입이 제한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신 카페 앞 정원을 퍼머컬처(Permerculture, 지속가능한 농업)로 조성하여 전환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원 개념을 선보이고 있다.

센터에서 현재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더불어 준비하고 있는 사업 및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혁신가들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확장해갈 수 있도록 입주단체 간 협력사업, 외부 협력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에 시작한 '배리어프리(Barrier free, 무장애) 영화 상영회'를 예로 들면, 해당 프로그램은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사)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에이유디(AUD)사회적협동조합, 핸드스피크, 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 이야기꾼의 책공연 등 5개 단체가 서울혁신센터와 함께 진행한다. 이처럼 함께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들을 더 만들어갈 수 있고 파급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시민제안 사회혁신 프로젝트'는 시민의 아이디어와 서울혁신파크 내 입주단체들을 연계해주는 플랫폼 사업이다. 일자리가 없는 어르신과 손이 부족한 배달대행사업 매칭,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기념품·선물용품 중개 플랫폼 구축, 친환경 대체 이동수단인 화물 자전거 제작 등 시민의 참여를 통해 혁신가들이 사업의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반기에도 입주단체, 타 공공기관들과 함께 혁신사업을 만들어가고자 하며,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연계한 혁신 활동들이 일상에 스며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출해갈 것이다.

서울혁신파크가 조성된 지 6년이 되었다. 시민들의 체감도나 반응, 평가도 궁금하다.

코로나19 상황인 요즘도 센터로 대관이나 프로그램 이용 등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나 메일이 계속해서 들어온다. 그래서 센터는 시민들과의 접점을 계속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목재를 다뤄볼 수 있는 목공동 프로그램들은 학교 단위에서도 이용 문의가 계속 들어와서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입주단체들의 입주기간은 파크 공간에 대한 입주단체들의 평가라고 생각한다. 파크 입주단체들은 한 번 입주하면 오랫동안 머물러준다. 한 단체의 경우, 소속 판매원들의 출입을 꺼리는 곳이 많아 오랫동안 사무실 공간을 구하지 못하고 계속 이사를 해야 했다고 한다. 그런데 파크에서는 자유로운 출입과 활동이 가능해서 고맙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서울혁신센터는 사회혁신 주체를 '시민'으로 상정하고 있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혁신 활동에 나서도록 센터는 어떤 방식으로 독려하고 있나?

기후위기, 사회불평등과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들이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데, 정부와 기업의 활동만으로는 이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시민들의 활동과 관심, 응원은 세상을 바꾸는 근원적인 힘이 되고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서울혁신파크라는 집적 기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파크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철저하게 방역하고 관리하며 온라인·소규모 프로그램 운영, 대관 등으로 시민들과의 접점을 만들고 있다.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행동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크에서 우연히 만난 페트병 수거함으로 인해 페트병 재활용과 기후위기, 환경 문제를 생각해보게 될 수도 있다. 시민제안 사회혁신 프로젝트 등에 시민들이 참여하여 자신의 아이디어로 사업이 개발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그런 보람들이 모이면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회의 경우도 영화라는 친숙한 매개체를 통해서 사람들이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갖도록 한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서울혁신파크는 이 같은 실천을 통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작은 변화 하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응원하려고 한다.

서울 은평구라는 지역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데, 지역과 어떻게 연계하고 상생하는지 궁금하다.

은평에서부터 시민들이 혁신을 경험하고 알아갈 수 있도록 입주단체들과 협력하여 시민 대상 프로그램, 지역사회 주민 협력사업들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평구 불광동의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혁신가들과 지역상생 프로젝트인 '불광동 길러리(길거리 갤러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 불광동 먹자골목 상가들과 동네 화가들의 참여했고, 은평구청과 주민자치센터, 서울혁신파크가 지원해서 국내 최초 갤러리 먹자골목이 탄생했다. 또, 서울혁신파크 후문에는 1960년대 만들어진 작은 경비실이 있는데 2017년부터 은평구의 그림 동호회인 '물색그리다'가 갤러리로 운영하며 파크 입주단체와 방문자들, 지역 주민들과 교류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 서울혁신파크 내 연수동의 경우, 지난해 은평구의 해외입국자 가족들을 위한 안심숙소로 운영되기도 했다. 이처럼 센터는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고, 지역주민들이 사회혁신 활동에 관심 갖고 협력하여 그것이 사회혁신의 마중물이 되도록 할 것이다.

▲ 윤명화 서울혁신센터 센터장. ⓒ라이프인
▲ 윤명화 서울혁신센터 센터장. ⓒ라이프인

센터장님이 생각하는 사회혁신이란 무엇인가?

유엔(UN)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표어는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이다. 이를 기치로 빈곤 감소와 사회안전망 강화, 식량 안보와 지속가능한 농업 등의 내용을 담은 17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제가 인간의 존엄성, 생명의 존엄성을 최우선 철학으로 고민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 내가 생각하는 혁신은 인간의, 생명의, 지구의 존엄성을 배우고 실천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문제를 함께 풀어간다는 것은 단 한 사람도, 단 한 생명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우리 공동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한 중간지원조직의 센터장님이 센터에 오는 청년들 중 밥을 못 먹는 친구들이 많아서 센터 안에 누구나 자유롭게 음식을 꺼내서 먹을 수 있는 냉장고를 하나 만들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작은 아이디어지만 그렇게 하여 그 안의 모두가 굶지 않게 된다면 그것도 하나의 혁신이 아닐까. 사회혁신은 존엄성을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고민과 실천을 확대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불평등과 삶의 불안정성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 함께 논의해야 할 구체적인 가치는 무엇일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을 고민하고 강조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였을까? 2011년 9월 전국 곳곳에서 기습적으로 정전이 발생했던 적이 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정전이 발생한 건은 국내에서 처음이었다. 그 후 10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우리는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여 어떤 준비를 해왔을까? 서울은 블랙아웃에 대비한 식량 자급자족 능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은 역설적이게도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문제에 대해 제대로 성찰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생명의 존엄성을 고민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지 않으면, 비극의 화살은 인간을 가장 먼저 겨눌 것이다. 지금 눈앞에 닥친 전염병 재난은 진정되더라도 말이다. 앨런 와이즈먼의 저서 '인간 없는 세상'은 지구에서 인간이 완전히 사라지고 500년이 지난 후에도 플라스틱은 멀쩡히 존재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구를 존중하지 않고 살다 간 인간의 비극이다. 서울혁신파크에서 이루어지는 플라스틱 재활용, 제로웨이스트, 배리어프리, 먹을 수 있는 정원 가꾸기 등의 사업은 인간·세상에 대한 존엄성을 갖는 것과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바로 행동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 함께 논의해야 할 구체적인 가치는 존엄성에 대한 철학, 그리고 행동이다.

향후 센터를 어떤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인가?

혁신가들의 노력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가 아직은 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 안에서 혁신적인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외부에서는 잘 모른다. 그런 점이 아쉽다. 시민들이 들어와서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갖고 함께 해봤으면 한다. 그래서 친환경 제로웨이스트숍 늘리기,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 확산하기, 재활용하고 고쳐 쓰기, 일상 속 비건 실천하기 등 파크 내외 혁신단체들의 활동을 더 많이, 더 멀리 소문내고 알리고자 한다. 시민들이 어디에 있든 우리 혁신가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도록 나팔수 역할을 할 것이다. 또, 파크 입주단체들의 활동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협력사업을 확대해갈 것이다. 파크 입주단체 간 협력뿐만 아니라 지역 곳곳의 혁신가들, 자치구, 타 공공기관들과 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사업혁신 모델을 개발하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혁신가들의 사업을 지원할 것이다. 나는 이 안에만 머무르지 말고 계속 밖으로 나가라고 독려한다. 그래서 우리 사업이 우리만의 잔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네트워킹이 이루어지고 서울혁신파크의 전략이 다른 지역에도 확산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서울혁신파크는 특별한 누군가만 와서 체험하는 곳이 아니다. 시민분들이 자유롭게 와서 많이 체험하고 이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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