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비정상의 정상화, 정상의 비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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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비정상의 정상화, 정상의 비정상화
  • 2021.09.14 18:00
  • by 송소연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 SNS
ⓒ오세훈 서울시장 SNS

서울시는 지난 10년간 서울시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민관협력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민간보조·민간위탁 방식을 통해 마을,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주민자치, 협치뿐 아니라 주거, 청년, 노동, 도시농업, 환경, 에너지, 남북교류 등 전통적으로 중앙 정부와 민간 고유의 영역으로 인식되던 영역, 행정에 생소한 사회혁신 분야에 걸쳐 시민사회와 시민단체를 지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3일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입장문을 내고 이러한 사업이 오히려 시민의 혈세가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1조 원이 사용되었으며, 일부는 방만하게 운영되거나 특정 단체에 중복되는 경우도 허다했다며, 시민사회 분야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사업을 추진해오는 과정에서 뿌리박힌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투자기금과 사회주택을 서울시와 서울시기관이 직접 운영했다면,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공공이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집착이 아닐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문제가 생겨나는 속도는 해결책이 나오는 속도보다 빨라 하나의 기업이나 정부, 개별 단체의 힘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민간보조·민간위탁 사업 관리·감독의 확대보다 시민사회의 활동을 담아내고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익(公益)단체는 이제 지원의 대상을 넘어 공공과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성장했다. 비영리단체, NGO, 사회적경제조직, 공익법인, 국제개발협력단체, 자원봉사단체, 사회복지기관, 중간지원조직 등은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고 사회적 가치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사회문제 해결의 조정자, 설계자로서 그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반면, 오 시장이 지적한 사업에서 시민단체가 사용할 수 있는 운영비는 5~10% 이내다. 기획비는 항목 자체가 없고, 인건비는 알바 수준이다. 시민단체의 한 활동가는 "회계처리가 복잡해서 전담 직원이 필요하며, 시민단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만든 회계시스템"이라고 지적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는 사업 구조와 더불어 한정적인 운영비로 신규채용을 하거나 단체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만들기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이는 더 이상 민간보조·민간위탁 방식이 시민단체의 활동을 담아내지 못할 뿐 아니라, 시민단체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만약 시민단체가 더 이상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면? 공공은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 더 많은 예산을 소요해야 할 것이다. 공공은 시민단체 때문에 예산을 절감하고 있던 셈인 것이다. 시민단체의 활동을 혈세 낭비보다는 사회·경제·환경적으로 공익적인 효과를 내는 사회혁신의 관점이 필요하다. 시민단체를 '민간이 공익에 기여하는 자율적인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지원해야 한다'라는 인식을 넘어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단체와 활동가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다'라는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자료에 따르면 상부상조하는 인간관계 등 무형의 자산인 '사회적 자본'을 북유럽 수준으로만 쌓아도 4%대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사회자본을 쌓는 시민사회 성장을 위해 시민단체의 성장지원과 사회문제를 더욱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자율이 존중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방식의 시도가 필요하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국민의 세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관료조직의 특성상 경직된 집행과정과 복잡한 감사를 거쳐야 하는 보조금, 위탁사업 방식의 예산집행을 넘어 사업에 우선 투자하고 추후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방식으로 정부 사업 예산을 집행하면서, 혁신적 비영리 단체를 성장시킨다.

90년대 캐나다 퀘벡은 고용과 재정 악화의 이중 위기에서, 노사정과 시민사회의 합의를 통해 전환을 만들었다. 어르신 돌봄, 아이 돌봄, 사회적주택, 노동통합형 사회적기업 등 주요 사회적경제 섹터에 대한 지원이 재정부담은 줄이면서 서비스의 효과성은 높이는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또한, 전통적인 협동조합, 공제회에 더해 정부 투자를 받는 서비스 섹터 사회적경제를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편입했다. 

한편, 2010년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2006년 11조7174억 원에서 2009년 19조5317억 원으로 7조8143억 원 늘어난 서울시의 재정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잇따랐다. 당시 오세훈시장은 한강공원특화사업 2302억원, 서해뱃길 조성사업 2250억 원, 디자인플라자 조성사업 4050억 원을 사용했다. 시민의 혈세로 어렵게 유지되는 서울시의 곳간을 건설기업의 전용 ATM기로 전락시킨 것이다. 당시 서울시의 1년 동안의 이자는 1조 원 규모로 지난 10년간 공익단체에 지원된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노숙인 자립·자활사업은 재정 위기를 이유로 추경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사업규모를 축소한 바 있다.

누구나 문제가 문제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오 시장이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통해 지적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시민단체가 개입된 각종 사업의 운영과 지원 현황에 관한 대대적인 조사 예고는 전 시장 업적 지우기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며, 이목을 끌기 위한 정상의 비정상화로 밖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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