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전세사기 피해자 치유하는 탄탄주택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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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전세사기 피해자 치유하는 탄탄주택협동조합
  • 2024.02.23 15:00
  • by 정원각 객원기자

필자는 2023년에는 ▲동고동락협동조합 ▲부산커피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멘퍼스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 등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립한 사회적경제기업 모델을 소개함으로써 현재 어려운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배울 수 있는 정보와 팁을 제공하였다면 2024년에는 ▲주택 분야 ▲에너지·태양광 분야 ▲의료복지 분야 ▲사회서비스 분야 ▲자금조달 분야 ▲판로 개척 분야 ▲자원재생 분야 ▲컨설팅·인큐베이팅 분야 등 분야별 사회연대경제조직들을 방문해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전세사기 피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피해자들

부동산 문제는 작게는 한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이면서 크게는 정부, 국가 나아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는 수많은 사람을 거리에 나앉게 했으며, 결국 세계 경제 위기를 가져왔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인해 집권 세력이 바뀌게 되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전세사기 등으로 일부 피해자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벌어졌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피해자들은 상당수가 20~30대로 사회적 타살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려면 집에 대한 소유와 거래를 개인들이 하지 못하게 하면 되겠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주택의 70~80%를 공공이 소유하고 있는 싱가포르에는 주택가격의 폭등, 폭락이 거의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반면, 주택의 90% 이상을 시장에 맡기고 있는 우리나라는 주기적으로 부동산 문제를 일으켜 부동산 투기 이익을 얻는 소수의 기득권층과 주거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시민들로 양분된다. 이는 결국 사교육비와 함께 생활의 큰 짐이 되어 우리 사회가 세계 최저의 출생률에 이르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주택은 식ㆍ의와 함께 인간 생존의 필수 문제로 협동조합의 중요 사업 분야

이런 상황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택은 생필품과 함께 협동조합의 중요한 사업 분야 가운데 하나다. 사람의 생존에 식(食), 주(住), 의(衣)가 필수인 것을 반영한 것이다. 즉, 식품을 비롯한 옷 등의 생필품은 소비자협동조합(소비자생활협동조합, 생협)을 통해 조달하고 집은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 해결하고자 했다. 첫 주택협동조합은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이 1861년 ‘로치데일 협동조합 토지 및 건물회사’다. 초기에는 주식회사로 등록했다. 이후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노동자, 민중, 시민들이 자신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협동조합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주택협동조합에 대한 첫 시도는 법적 뒷받침이 없던 1970년대 있었으나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분양하여 협동조합으로 유지되지 못했다. 2012년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으로 주택협동조합의 설립은 가능해졌으나, 주택협동조합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부동산 및 금융 관련 다양한 규제와 제약으로 인해 크게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나마 2013년 6월 설립된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협동조합 주택이나 공동체 주택에 부담 가능한 금액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사업을 소비자 관점에서 사업을 총괄 기획하고 주택건설 사업 시행을 대행하여 관리하는 역할을 해왔다.
 

▲ 전세사기 피해자들 치유를 위한 준비.
▲ 전세사기 피해자들 치유를 위한 준비.

이런 와중에 2022년, 2023년 전세사기라는 사건이 터졌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으로 지급한 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피해자들의 고통을 협동조합의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설립한 곳이 탄탄주택협동조합이다. 도시재생과 사회주택 전문업체인 사회적기업 ㈜두꺼비하우징 대표와 서울시 주거재생지원센터 센터장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 때에는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냈으며, 2023년 4월 창립한 탄탄주택협동조합의 상임이사를 하고 있는 이주원 씨를 만나 탄탄주택협동조합의 설립 배경, 현재의 상황, 문제점 등을 듣고 정리했다. 인터뷰에서 부족한 부분은 이주원 상임이사가 쓴 『기본사회로 가는 저비용 도시』(2023)을 참고로 했다.

집을 쉼터가 아닌 재산 증식으로 보는 시각이 만들어 낸 전세사기

먼저 전세사기는 건물주가 전세 임대차계약 기간이 끝나서 세입자가 나갈 때 돌려줘야 할 세입자의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특히, 건물주가 의도적으로 또는 무리하게 많은 집으로 임대 사업을 하다가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되는 경우를 전세사기라고 한다. 한두 채의 집을 전제로 주었다가 집값의 하락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경우는 ‘깡통 전세’라고 한다. 그런데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니 이 기회에 한몫 잡자는 투기적인 생각으로, 받은 전세 보증금으로 또 다른 집을 구매하고 구매한 집을 다시 전세를 주는 일을 계속 반복하여 수십 채, 수백 채의 집을 가지고 임대 사업을 하다가 부동산 가격의 하락 등의 이유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 전세사기가 되기도 한다.
 

▲ 전세사기 피해자 현황.
▲ 전세사기 피해자 현황.

이렇게 전세사기라는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다른 나라에 없는 전세 보증금제도가 우리나라에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 형식이다. 설령 보증금이 있다고 해도 몇 달 치의 월세를 예치해 놓는 정도다. 이는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못할 때를 대비하여 받아놓는 금액의 성격이지 우리 사회와 같이 집 가격의 약 60~80%를 보증금으로 넣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전세 보증금이 장점도 있다. 집 가격의 20~40%만 있으면 집을 소유할 수 있다. 전세보증금을 끼고 사면 되니까. 은행 이자보다 비싼 월세가 부담스러운 세입자에게도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부동산가격이 하락할 때는 깡통 전세, 전세사기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치유하기 위해 설립한 탄탄주택협동조합

탄탄주택협동조합(이사장 김수동)은 경기도 동탄지역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스스로 극복하도록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당시 전제 사기를 한 가해자는 화성시 동탄지역에서 오피스텔을 311채 소유한 인물인데 구속되었다. 가해자는 2020년 무렵부터 전세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도 의지도 없으면서 300여 명의 임차인들과 오피스텔 임대차계약을 하여 약 250억 원 정도의 보증금을 받았다. 이후 2023년 초에 전세사기가 드러났고 300여 명의 임차인 중에 24명의 피해자가 주축이 되어 5월 12일 탄탄주택협동조합을 창립했다. 이주원 상임이사는 탄탄주택협동조합이 설립하는데 산파역을 했다. 
 

▲  탄탄주택협동조합 창립 관련 사진.
▲  탄탄주택협동조합 창립 관련 사진.

이 상임이사는 탄탄주택협동조합이 전세사기 피해 조합원과 함께 사건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치유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금전적인 피해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 사회에 대한 불신, 트라우마 등이 컸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조합이 사업을 진행한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협동조합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계약한 오피스텔들을 가해자로부터 인수했다. 그리고 조합은 인수한 주택을 10년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임대주택 사업자가 되었다. 다음으로 조합은 조합원들과 전세 시세 90% 이하로 전세 계약을 새로이 체결한다. 그리고 10%는 협동조합 출자금으로 전환한다. 이렇게 진행했을 때 조합원들은 피해 전세 보증금의 약 93.57%를 보전할 수 있다.

피해 전세 보증금의 약 93.57%를 보전하고 있는 협동조합

조합과 조합원의 전세 계약 금액을 시세 기준에 근접하게 한 이유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금 반환 보험이나 임대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임대사업자인 탄탄주택협동조합이 파산하거나 임차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사고가 나더라도 조합원들은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의 주인이자 주택을 임차한 세입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한편 조합의 사업 자금 확보와 거주 안정성을 위해 계약일로부터 최소 1년 이상 전세를 유지하도록 한다. 단, 질병, 이직 등의 사유는 예외로 1년 이하 전세를 인정한다.
 

▲ 조합원들이 입주한 오피스텔.
▲ 조합원들이 입주한 오피스텔.

이주원 상임이사는 탄탄주택협동조합이 피해자들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들로 공무원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 부족과 관행을 꼽았다. 앞에서 기술하였듯이 주택협동조합원 조합원이 법인의 주인이자 조합과 전세 계약을 하는 임차인이다. 그렇다 보니 전세금을 안전하게 보장받기 위해서는 전세금 반환 보험이나 임대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조합원들이 조합의 출자자로서 임대사업자의 위치를 겸하고 있다며 보험 가입을 안 해주려고 하는 것이다. 시세의 90% 금액을 전제 보증금을 내는 세입자, 임차인이고 조합의 출자금은 시세의 10%밖에 되지 않는데 90%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담당 공무원들의 이런 태도로 어렵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사회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 사회

한편 이 상임이사는 우리 사회에서 전세사기를 비롯한 부동산 문제가 반복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여러 원인 가운데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 사회주택의 절대 부족을 지적한다. 사회주택을 확산해 가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주택의 개념이 거의 없었고, 있더라도 공공임대주택 정도로 축소해서 생각해 왔다. 그리고 현실에서 정부나 LH가 하는 공공임대주택 외의 사회주택의 유형이 존재하지 않았다.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이외의 사회주택이 시작한 시기는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재임하던 2015년부터로 볼 수 있다. 
 

▲ 한국사회주택협회.
▲ 한국사회주택협회.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회주택은 공공임대주택, 위탁운영형 사회주택, 매입약정형 사회주택,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리츠형 사회주택, 민간주도형 사회주택 등 6가지 유형이 있다. 이렇게 하더라도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임대주택을 제외한 사회주택 현황을 보면 2022년까지 전국에 6,624세대밖에 없다. 그것도 대부분 서울(3,797호), 경기(2,178호), 인천(427호) 등이 6,402호로 98.1%가 수도권에 있다. 불과 1.9%인 124호만 비수도권에 있다(부산 40호, 전북 84호). 그 외의 비수도권에는 사회주택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협동조합으로 주택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운동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세계 주택협동조합 운동은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부터 시도했으니 1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주택 관련 협동조합 운동이 부동산 문제를 바람직하게 해결하는 출발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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