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판로지원이 필요한 이유? "현행 우선구매제로는 한계…자생력 키울 마중물 될 것"
상태바
사회적경제 판로지원이 필요한 이유? "현행 우선구매제로는 한계…자생력 키울 마중물 될 것"
  • 2023.04.06 18:00
  • by 노윤정 기자
ⓒ라이프인
ⓒ라이프인

현재 국회에 사회적경제기업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돼 있다. 김정호 의원(2020년 8월 발의)과 이수진 의원(2021년 8월 발의)이 각각 대표 발의한 '사회적경제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판로지원법'으로 통칭)으로, 몇 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태다. 판로지원법은 이윤 추구보다 사회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는 사회적경제를 확산하고,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경쟁력과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를 갖는다. 그러나 2013년 최초 발의된 이후 발의와 폐기가 반복되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국회 계류 중인 판로지원법에 대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로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3월 30일 서울 국회 본관에서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 진술인으로는 김효선 변호사(법무법인 더함), 김양우 수원대학교 특임교수, 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이사, 박동식 경상북도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이 참석했다.

■ "현행 제도로는 사회적경제기업 판로 지원에 한계, 법안 의의 분명하다"

▲ 김효선 변호사(법무법인 더함). ⓒ라이프인
▲ 김효선 변호사(법무법인 더함). ⓒ라이프인

김효선 변호사는 우선 사회적경제의 특징으로서 조직 목적이 사회 혹은 조직 구성원의 문제 해결에 있고, 운영 측면에서 민주적 원칙을 강조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입법안이 사회적경제의 경쟁력 확보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명시하고, 사회책임 공공조달(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공공조달)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법인 형태별 근거 법률과 소관 부처가 달라서 사회적경제기업에 속하는 다양한 조직의 체계적·통합적 판로 지원이 어려운 점,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중소기업 판로지원법)이 모든 사회적경제기업을 포괄하지 못하고 사회적경제기업과 중소기업의 조직 목적 및 운영 원칙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들어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입법 과정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의 범위 정리 ▲노동통합형 사회적경제기업 규정 중 취약계층의 요건 구체화 ▲조달 계약 혹은 판로 지원을 규율하는 다른 법률과의 관계 규정 ▲경쟁제품 지정 등의 문제를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회적경제기업 관련 소관부처와 협의하도록 절차 보완 ▲공사 업종 기업을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구매목표비율제 규정 보완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사회적경제기업의 범위에 대해 "사회적경제기본법안과 해당 입법안은 법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두 법안의 사회적경제기업 범위를 통일할 필요는 없다. 해당 입법안에서는 판로 지원과 직접 관련 있는 사회적경제기업을 대상으로 적용 대상을 좁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으며, 경쟁제품 지정 등 중소기업 판로지원법과 내용 중복이 우려되는 항목에 관해서는 "실행 과정에서 위임 규정 등을 두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김양우 수원대학교 교수. ⓒ라이프인
▲ 김양우 수원대학교 교수. ⓒ라이프인

김양우 교수는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의 우선구매 현황을 공급 여건과 수요 여건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사회적경제기업의 공공기관에 대한 우선구매 공급 실적은 저조한 편으로, 전체 구매 실적의 3.2%(2021년도 기준) 정도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사회적경제기업의 우선구매가 강제성 없는 권고조항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요 여건 측면에서 봤을 때, 공공기관들은 기관에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이 없거나 있더라도 기업 및 공급 품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사회적경제진흥원에서 2022년 5월 실시한 설문조사). 뿐만 아니라 상위 10%의 기업이 전체 공급 실적의 70%를 점유하는 등 제품 공급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며, '나라장터'와 'e-store 36.5' 등의 플랫폼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이전 구매 내역에서 정보를 찾는 기관들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신규 사회적경제기업의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이상의 현황을 바탕으로 입법안을 평가했다. 그는 ▲우선계약 체결 및 우선구매 목표 비율 의무화 ▲상시 근로자 수, 자본금, 매출액에 대한 제한 규정을 두는 등 공급 실적 양극화의 해소 방안 마련 ▲사회적경제기업 평가 및 관리 체계를 마련하여 정책 지원의 정당성과 실효성 확보 ▲품질보증 체계 마련 등을 추가 논의해야 할 점으로 제언했다. 특히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사회적기업 등록제를 언급하며 "영리기업이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소위 '워싱'(Washing, 기업 이미지를 위장하는 행위)하는 곳들도 사회적기업이 될 수 있다. 이들의 경쟁력은 기존 사회적기업보다 강할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철종 (주)함께일하는세상 대표. ⓒ라이프인
▲ 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 ⓒ라이프인

이철종 대표는 현장 기업의 입장에서 진술을 이어 갔다. 이 대표는 세계적으로 사회책임조달이 확산되는 추세이며, 사회적경제 활성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데 이바지한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사회적경제기업의 활성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의 우선구매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명확하게 했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우선구매 제도가 권고조항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선구매 비율 하한선을 법률로써 명시해야 하고, 사회적경제기업 간 제한경쟁과 수의계약, 민간위탁 시 우대 규정 등을 취약계층 노동 참여와 서비스 이용이 높은 분야에 대한 조달, 민간위탁 참여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약자우선경영 등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로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대표는 "공무원,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우선구매에 적극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박동식 회장도 판로지원법의 필요성에 대해 진술한 뒤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그는 "법안이 잘못되면 사회적경제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분명한 체계가 필요하다"며 ▲대기업 및 중견기업 제외 규정 필요 ▲사회적 가치 실현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으로 적용 대상을 제한 ▲사회적 가치 지표(SVI), 사회가치평가보고서 등 사회적 가치 평가를 위한 다양한 지표 활용 등을 제언했다.

또한 구매비율과 관련한 부분에서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총 구매액'을 '총 구매액'으로 변경하여 공사 업종의 사회적경제기업도 포함될 수 있도록 하자는 진술 의견을 전했다.

■ "우선구매 제도, 사회적경제기업 자생력 키울 마중물 되도록 하려면"

▲ 박동식 경상북도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 ⓒ라이프인
▲ 박동식 경상북도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 ⓒ라이프인

진술인 발언이 끝난 후에는 의원 질의가 이어졌다. 이학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판로 지원에 있어 "(기업의 형태를 지칭하는) 용어에 천착하지 말고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 고용 형태, 가치의 재투자 등 내용을 중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하여 박 회장은 "고용노동부에서 만든 SVI를 활용하도록 법안에 녹여 낸다면 법안 내용이 조금 단단해지지 않겠나"라며 "실제로 평가를 받으면 탁월, 우수, 이런 식으로 등급을 준다. 이 등급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정한다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다"고 제언했다.

또한 이 대표는 "고강도 사회적 책무를 이행했을 때 우대하는 규정을 포함한다면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서 "창업기, 성장기, 성숙기 등 기업의 생애주기에 따라 참여기회를 제한하는 등의 장치를 통해 우선구매 제도가 사회적경제기업이 공공시장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은주 국회의원(정의당)은 우선구매 제도 시행 시 제품 공급의 양극화가 더 악화되지 않을지,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의 품질 제고 방안은 무엇일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김 교수는 "혁신성이 있고 사회적 가치가 높지만 브랜드 가치가 낮은 기업은 우리가 잘 알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기업들은 컨소시엄으로 뭉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평가, 가점제 등을 섬세하게 디자인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박 회장은 "행정적으로 봤을 때 조달 사이트에 제품을 등록하려면 품질보증 과정을 거친다. 그렇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형동 국회의원(국민의힘)은 '사회적'이라는 표현의 적절성과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감독 기능의 필요성 문제 등을 제기했고, 김 변호사는 "법률에 어떤 용어를 사용하는지에 대해 정해진 바는 없지만 사회적경제라고 자칭해 온 역사가 오래되기도 했고 해외에서도 사회적경제, 사회적연대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고용노동부 통합고용정책국의 하형소 국장은 "사회적기업의 경우 고용노동부에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점검을 1년에 두 차례 진행한다"며 "지도 점검을 하고 사업보고서를 받는 것은 정부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조직 전체에 대한 지도·감독 규정이 필요하다면 정부 지원이 이루어지는 정도에 따라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 이수진 국회의원. ⓒ라이프인
▲ 이수진 국회의원. ⓒ라이프인

또한 진술인들은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우선구매 혜택이 동등한 경쟁의 기회를 해칠 수 있다', '중소기업 판로지원법을 개정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관해 "이윤만 추구해도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일정한 경쟁의 기회를 주자는 법안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 "중소기업 하위에 사회적경제기업이 포함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은 규모에 따른 분류다. 사회적경제기업은 규모로만 분류할 수 없는 독특한 체계와 운영 원리를 갖고 있고, 사회적 책무를 조직 목적으로 삼고자 하는 독특한 경제 조직이다"고 밝혔다.

특히 법안을 발의한 이수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중소기업 판로지원법은 대기업과의 균형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적경제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경제적 목적과 사회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판로 지원 체계를 통합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입법 취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더불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의할 때 더 실효성 있는 법안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 법안은 반드시 환노위에서 다루어야 한다.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경험들을 축적해 왔다"며 고용노동부가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하루빨리 국회 소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길 촉구했다.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