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력 있는 사회적경제 생태계 위해 '사업연합 기능'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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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력 있는 사회적경제 생태계 위해 '사업연합 기능' 강화해야"
'서울협동경제포럼 1차 집담회-서울 사회적경제의 성찰과 제안' 개최
사회적경제 자생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협력과 연대 경험 축적해야"
  • 2023.02.04 17:14
  • by 노윤정 기자

지난해 중앙정부와 다수의 지방정부 장(長)이 바뀌며 우리 사회에는 많은 정치역학적 변화가 있었다. 사회적경제 분야도 마찬가지다. 특히 사회적경제 분야를 아우르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지난해에도 제정되지 못하며 여전히 정책 방향에 영향을 받기 쉬운 상황이며, 사회적경제를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곳'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울협동경제연합(가칭)은 2월 1일 오후 서울혁신파크 상상동에서 '서울 사회적경제의 성찰과 제안'이라는 제목으로 서울협동경제포럼 1차 집담회를 열며 서울 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 김연아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연구교수. ⓒ라이프인
▲ 김연아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연구교수. ⓒ라이프인

첫 번째 발제는 김연아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연구교수가 맡아 '서울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2012년부터 진행된 '서울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사업'의 흐름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전했다. 해당 사업은 지역 생태계 조성 지원 3년, 통합지원센터 운영 지원 6년 등 최고 9년간 서울 각 자치구에서 사회적경제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사업은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후 증가한 사회적경제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했다. 생태계 조성에 있어 '공유자산'을 기틀로 삼고자 했으며, 퀘벡 모델을 선례로 삼아 공유자산-공동생산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서울 모델의 특징은 행정 단위 중간지원조직을 설립하고 자치구 단위에 중간지원조직을 이식(자치구별 지원센터 조성)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서울 모델을 "지역화 전략이다. 지역의 민간 주체를 형성하고 역량을 강화하면서 지역사회에 착근하는 생태계를 만들자는 고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을 수행하는 동안 진행 단계에 따라 주요 이슈도 변했다. 사회적경제 지역 생태계 조성 사업이 시작된 초창기에는 모법인의 대표성, 광역센터와 지역센터의 역할 등이 주요 이슈였다면, 2015년 자치구 사회적경제 통합지원사업을 시작한 후에는 민관협력 방법론, 모법인의 자립 및 지역 내 위상 정립, 당사자 조직에 대한 이해 확장, 사업연합의 중요성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렇게 센터의 역할과 모법인의 역할을 고민하던 시기를 지나서 현재는 모법인의 사업연합, 모법인과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고민하고 있다. 이런 고민들 속에서 ▲일몰 후 모법인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지역 네트워크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등에 대한 숙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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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센터에 일임했던 생태계 조성의 일이 이제 모법인의 것이 되었고 실제로 모법인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회적경제 현장이 결코 가만히 있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사회적경제 방식을 고민하던 사람들이 항상 지원의 틀에 있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적경제는 두 가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시장 혁신과 정부 혁신, 두 관점을 제시했다. 각자도생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공생하는 경제공동체를 실현하자는 것이 그동안 이루어진 여러 사회적경제 방식의 실험이었다는 의미이며,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민관협력의 주체로서 연대 기반의 공생 정책에도 관심을 가지고 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김 교수는 "네트워크의 과제에는 네트워크 자체의 성장도 있다. 우리가 자생력을 갖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주체라는 것을 증명하면 네트워크 구축은 훨씬 쉬워진다"며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굉장히 많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업 연합을 모색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새로운 질서, 새로운 사업 연합일까? 여기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또 다른 화두를 남기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 박용수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라이프인
▲ 박용수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라이프인

박용수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은 2022년 1월 8개 자치구(관악·마포·성동·노원·광진·강동·도봉·은평) 임원 모음으로 시작한 자치구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연합 모임(이하 네트워크 연합 모임)의 경과와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네트워크 연합 모임은 사회적경제 발전이 제도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우며 사회적경제 정체성에 맞는 활동 방향이 필요하다는 성찰에서 시작했다.

이에 네트워크 연합 모임은 사회적경제 사업 연합을 만들고 연대 사업을 통해 자생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동을 진행해 왔고, 지난해 7월 서울자치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연대회의 제안으로 사업 협력을 위한 태스크포스 팀(TFT)을 구성했다.

TF 팀에서는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한 친목 도모 ▲각 네트워크의 총회 자료집 공유 ▲협력 사업 발굴 및 제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협력 사업과 관련하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창업지원 사업 공동수주 △업종사업연합회 촉진 △상호거래 활성화 △자산화 등을 이야기했다.

다만 박 이사장은 네트워크 연합 모임 활동의 과제로서 "각 자치구 네트워크의 내실화 정도에 따라 협력 정도가 많이 차이 난다. 그리고 개성이 뚜렷한 조직들이라 협력이 쉽지 않다. 계속 만나야 한다. 또, 연대 사업을 실행할 역량이 부족하다. 그래서 더욱 차곡차곡 협력 경험을 쌓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 협력 단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지만, 협업 사업을 공유하고 공론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폐쇄적인 방식으로 가선 안 된다. 그리고 제도·정치적으로 기대지 않고 민이 자생적으로 끌고 가는 사회적경제기업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 ⓒ라이프인
▲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 ⓒ라이프인

마지막으로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사회적경제 주체들 간 상호거래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몰인 '더쎈' 사업을 중심으로 서울 지역 협동조합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의 현황과 시사점에 대해 공유했다.

강 센터장은 사회적경제가 시장과 국가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려는 운동이며 비즈니스를 통해 자기보호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경제가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매출이 있어야 하는 뜻이다. 사회적경제는 매출을 통해 시민, 소비자로부터 활동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본질은 사업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다"고 부연했다.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를 통해 사람이 사회적 존재로서 해체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더쎈 사업은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이하 협의회)는 2021년 총회에서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을 위한 변화를 도모하며 전 회원사를 방문하여 인터뷰하고, 연구조사팀을 발족했다.

협의회는 이를 통해 개별 기업들이 소규모 상태로 각자도생하고 있음을 확인했으며, 우수협동조합 및 회원사 295개 기업을 조사했을 때 서비스 업종 기업 약 70%, 제조 업종 기업 약 30% 정도의 비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공통의 니즈를 파악했고,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연합기능'을 키우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협의회는 바로 온·오프라인 판로지원을 위한 사업을 개시했다. 2021년부터 2년간 서울 용산역사와 청량리역사에서 상품을 판매했다. 강 센터장은 "정량적으로는 2주에 7천만 원 정도 팔았다. 나쁘지는 않았다. 그런데 우리가 처음 연락했던 조직들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당시 수수료를 30% 받는다고 했더니 물건을 안 낸다고 했다. 그런데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려면 우리도 비용이 필요했다. 그래도 우리가 잘 팔아드리니까 물건 내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강 센터장은 온라인 몰(더쎈몰) 구축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더쎈몰은 2월 10일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현재 300여개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발굴한 상태다. 또한 더쎈몰에서는 일반기업 상품도 구매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강 센터장은 "왜 사회적경제기업 몰을 이용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살 제품이 없어서'라는 답변이 많이 나왔다. 그래서 필요한 제품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더쎈몰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일반기업 상품도 일부 취급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또한 더쎈몰은 이커머스 구축 플랫폼인 '코니아'를 활용하여 한 번 입점으로 다양한 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강 센터장은 더쎈몰 사업을 통해 "시장이 사회를 위한 기능적인 것이 되도록 하고 관계가 살아있는 커뮤니티에 기반한 협동의 지역사회를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으며 "실패해도 경험은 남는다. 우리가 실패한다면 다음 사람을 위한 실패의 보고서가 될 것이고 성공한다면 확산의 모델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톱다운(Top down)이 아닌 바텀업(Bottom up)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플로어 토론에서는 지원센터의 역할, 협업의 방법, 당사자 조직의 역량 강화 없는 연대가 가능한가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한 논의를 이어 가고 새로운 의제를 함께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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