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끄랑, 제주] 평범한 마트에서 발견한 특별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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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끄랑, 제주] 평범한 마트에서 발견한 특별한 가치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이경수 이사장, 조기수 기획홍보팀 팀장 인터뷰
  • 2020.08.06 23:30
  • by 노윤정 기자

일 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기, 하계 휴가철이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이 무더위를 피하고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온 스스로에게 충전의 시간을 주기 위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누군가는 도시를 벗어나 자연으로, 누군가는 낯선 도시로 향한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만큼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이들이 많다. 이에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 역시 증가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관광지인 제주도를 조금 더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행을 보다 의미 있게 즐기고 여행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올여름, 제주도를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지역, 사회와 연대하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곳들을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라이프인은 제주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회적경제조직과 소셜벤처가 운영하는 장소를 소개하고, 제주 지역 사회적경제 분야를 지원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공공기관과 중간지원조직을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봉끄랑'은 가득차다, 풍요롭다, 빵빵하다는 의미의 제주도 방언이다.

 

▲ 행복나눔마트 전경. ⓒ라이프인
▲ 행복나눔마트 전경. ⓒ라이프인

제주도 내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읍·면·동별 인구 기준) 노형동에 위치한 행복나눔마트. 제주국제공항 인근 맛집을 검색하면 나오는 한정식집 섬채. 일견 지역주민과 여행객이 오가는 평범한 마트와 식당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평범한 마트와 식당이 추구하는 특별한 가치가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9년 8월 사업체노동력조사 및 2019년 4월 시도별 임금·근로시간 조사'에 따르면, 16개 시도 중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상용근로자 1인당 임금총액은 제주도가 가장 적었다(288만9천 원, 전국 평균 대비 76.4%, 2019년 4월 기준). 시도별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실질임금총액으로 봐도 제주도가 최하위다(273만7천 원).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소규모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제주도는 임금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볼까?

2013년 발족한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은 이처럼 열악한 제주 지역 서비스업의 근무조건을 개선하고, 지역 내 다양한 공동체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노동자협동조합이자 인증 사회적기업이다. 2012년 설립된 사단법인 행복나눔제주공동체(이하 행복나눔제주공동체)를 토대로 탄생한 첫 번째 경제공동체이자 전국 최초로 설립된 마트 노동자협동조합이기도 하다.

마트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점도 독특한데 동시에 식당까지 운영하고 있다. 두 업종의 공통점을 찾자면,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기반을 둔 대표적인 업종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의 운영은 조금 다르게 이루어진다. 임금은 인상하고 근무시간은 단축했다. 직원들은 일종의 '수습기간'을 거친 후 정직원 형태로 채용된다. 이윤 극대화라는 측면에서 따지자면 손해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은 이윤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기여, 공동체 활성화. 조합이 추구하는 이런 가치들은 기획재정부 협동조합 우수사례 선정(2013), 제3회 협동조합의 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2015), 제주도 우수 고용기업·제주시 우수 사회적경제기업 인증(2016), 10대 사회적기업 선정(2017), '제6회 우수 사회적기업 어워드' 수상(2019) 등의 성과로 이어지며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운영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하는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이경수 이사장(이하 이경수)과 조기수 기획홍보팀 팀장(이하 조기수)을 만나 올해 8년 차를 맞은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이 걸어온 길과 지향점에 대해 들어보았다.

 

▲ 이경수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이사장. ⓒ라이프인
▲ 이경수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이사장. ⓒ라이프인

국내의 첫 마트 노동자협동조합이다. 마트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이경수: 꼭 마트를 운영하려고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행복나눔제주공동체 회원들과 술자리에서 이야기하다가 시작한 일이다.(웃음) 정확하게는 '제주 지역에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유통업 근무조건이 참 열악하다. 특히 우리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제주 지역 유통업은 장시간·저임금 노동 문제가 심각했다. 일단 임금 수준이 낮았다. 또, 우리가 마트를 인수할 때 직원이 7명 있었는데 그 중 4대 보험에 가입된 사람은 단 2명이었다. 이런 노동환경을 개선해보고자 했다. 모두가 잘살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우리가 성공한다면 다른 비슷한 조건의 유통·서비스업종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지 않겠나.

행복나눔마트의 근무조건은 다른 마트와 무엇이 다른가?
이경수: 사실 특별한 것은 없다. 노동에 따른 적정한 임금을 보장해줄 뿐이다. 지금은 제주도의 임금 수준이 올라가서 차이가 줄어들긴 했지만, 처음에는 다른 마트보다 급여가 훨씬 높았다. 근무시간도 다른 곳보다 줄이고 연차도 도입하면서 근무조건을 개선했다. 또한 직원들끼리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기수: 다른 마트보다 환경적으로 좋은 곳이라고 자부한다. 마트에서 일하면서 연차를 쓸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싶다. 임금 수준도 여전히 동종업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때문에 이직률이 높은 업종임에도 장기 근속하는 분들이 많다.

행복나눔제주공동체 회원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만큼, 공동체의 비전이나 미션이 협동조합에도 반영되었을 것 같다.
이경수: 맞다. 행복나눔제주공동체는 '도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공동체 형성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목적 아래 처음으로 만들어진 경제공동체가 바로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이다. 따라서 '자발적인 협동과 연대를 통해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다양한 협동체를 통해 풍요로운 지역공동체를 완성'한다는 미션을 공유한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모든 일에는 탄탄한 공동체가 바탕이 된다.
조기수: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사업을 시작으로 라이프 사이클에 맞는 협동조합들을 만들려고 했다. 육아공동체나 청년공동체, 시니어(Senior, 연장자) 공동체와 같은 조직들 말이다. 그렇게 다양한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서 수익이 많이 나면 일정 부분을 연대기금을 조성하고, 기금을 통해서 다른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지원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수익이 그렇게 많이 나지 않아서 기금도 많이 모이지 않았다.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다면 현재 수익은 주로 어느 부분에 재투자하고 있나?
조기수: 말했듯이 수익이 많이 나지 않아서 재투자가 많이 이루어지지는….(웃음) 그래도 꾸준히 지역사회 나눔 활동은 하고 있다.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곳도 있고, 일시적으로 기부하는 곳도 있다. 지역 내 작은도서관, 한부모가정 등 필요한 곳들에 도움을 드리고 있다. 행복나눔제주공동체에서 매년 설과 추석 때 어려운 이웃에게 생필품 세트인 '행복나눔꾸러미'를 전달하는데, 그 활동 역시 후원하고 있다.

▲ 섬채는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한정식 식당이다. ⓒ라이프인
▲ 섬채는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한정식 식당이다. ⓒ라이프인

현재 조합에서 하는 사업이 크게 유통업과 음식업 두 가지다. 마트 외의 또 다른 사업장인 섬채와 애월바베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이경수: 섬채는 원래 뷔페식으로 운영하던 한식 식당이다. 장사가 잘됐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뷔페가 고위험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매출이 많이 줄었다. 그래서 최근에 한정식집으로 바꾸었다. 그렇지만 지향점은 변하지 않았다. 지역의 신선하고 건강한 식자재를 사용해서 제주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건강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것이 기본 취지다. 애월바베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만든 곳으로, 직원식당도 겸하고 있다. 이곳 역시 지역의 건강한 로컬푸드를 기본으로 사용하여 지역 농수축산물 소비에 일조하고 있다.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섬채 근무자 중에서 자기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창업할 수 있도록 돕고 자리 잡을 때까지 지원하는 형태다.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의 전체 사업을 아우르는 미션은 무엇일까?
이경수: '좋은 일자리 창출'이다.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해도, 개선된 노동환경을 제공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해보니까 어려움도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여전히 좋은 일자리 창출이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유통업과 음식업을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영위해보니 어떠한지 궁금하다.
조기수: 사회적경제에 어울리는 업종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를 하고 기본 철학만 지키면 되지 않을까 싶다. 마트를 인수하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기존에 일하던 직원들도 조합원으로 받았는데, 사회적경제나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관련 교육을 시작했다.
직원들이 전부 조합원은 아니다. 만약 조합원이 되고자 할 경우에는 우선 조합원이나 이사회 추천을 받아 예비 조합원이 된다. 그런 다음 협동조합의 원칙과 추구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2년 동안 교육을 받고, 그때에도 본인이 원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 조기수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기획홍보팀 팀장. ⓒ라이프인
▲ 조기수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기획홍보팀 팀장. ⓒ라이프인

제주 지역은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인가?
조기수: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지도나 관심도가 낮다. 그렇다 보니 사회적경제가 지역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기도 어렵다. 일례로, 마트에서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한데 모아서 판매한 적이 있는데,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하고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이라고 홍보를 해도 잘 팔리지 않았다. 그만큼 관심도가 낮다는 의미다.
내가 느끼기에는 지역 내 사회적경제기업 간의 네트워크도 잘 안 되는 것 같다. 우리만 보더라도 다른 기업이나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데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도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이경수: 지금까지 사업을 확장해왔다면, 이제 안정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려고 한다. 그리고 노동자 협동조합으로서 운영 체계도 정비하려고 한다. 교육을 제공하든 다른 사업장 탐방을 지원하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노동자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려고 한다. 그리고 공동체 연대기금을 조성해서 다른 경제공동체를 설립한다는 목표에도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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