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끄랑, 제주] 지역사회 이슈를 담은 기념품으로 상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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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끄랑, 제주] 지역사회 이슈를 담은 기념품으로 상생한다
예비사회적기업 (주)파란공장 조남희 대표 인터뷰
  • 2020.08.15 12:11
  • by 전윤서 기자

일 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기, 하계 휴가철이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이 무더위를 피하고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온 스스로에게 충전의 시간을 주기 위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누군가는 도시를 벗어나 자연으로, 누군가는 낯선 도시로 향한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만큼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이들이 많다. 이에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 역시 증가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관광지인 제주도를 조금 더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행을 보다 의미 있게 즐기고 여행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올여름, 제주도를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지역, 사회와 연대하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곳들을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라이프인은 제주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회적경제조직과 소셜벤처가 운영하는 장소를 소개하고, 제주 지역 사회적경제 분야를 지원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공공기관과 중간지원조직을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봉끄랑'은 가득차다, 풍요롭다, 빵빵하다는 의미의 제주도 방언이다.

 

옥색 빛 바다가 출렁거리는 아름다운 제주의 서해안. 그 해안가를 따라 바닷가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물가의 조금 높은 마을이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고내(高內)리'가 이 마을의 이름이다. 아기자기한 주택들 사이로 정감이 가는 골목길이 이어진다. 이리저리 마을을 구경하다 고양이 발자국이 이끄는 곳으로 향하면 이름처럼 파란 지붕이 다소곳이 내려앉은 예비사회적기업 '(주)파란공장'의 사무실과 선물 가게 베리제주가 등장한다. 

청년 영세창작자와 협업을 진행하면서 지역사회 이슈와 연관된 디자인 기념품 및 지역 상품을 개발하는 파란공장. 그 물건들을 판매하는 공간 베리제주. 라이프인은 이곳의 수장 조남희 대표에게서 파란공장이 지역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고양이 발자국이 이끄는 곳으로 향하면 등장하는 파란공장의 선물가게 베리제주. ⓒ라이프인
▲ 고양이 발자국이 이끄는 곳으로 향하면 등장하는 파란공장의 선물가게 베리제주. ⓒ라이프인

Q. 어떠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파란공장을 만들게 되었나.

제주에는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로컬콘텐츠로 다양한 작업을 하는 생활예술창작자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대표 관광지인 만큼 플리마켓을 비롯해 다양한 디자인기념품과 로컬생산품의 시장이 확장되어 있다. 하지만 창작자들은 여전히 업계의 불공정한 관행과 수익구조, 저작권 문제 등으로 지속가능한 창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역의 자원과 크리에이터를 비즈니스 프로젝트로 연결해 지역사회 환원 구조를 가지면 경제적 가치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함께 창출되고 다양한 시도도 해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래서 파란공장을 만들게 되었다. 


Q. 왜 사회적기업인가?

제주는 관광지로 소비되는 곳이다. 산업기반이 약하고 청년들이 일할 좋은 일자리가 많지 않다. 그런데도 제주의 자연환경에 반해 살러 내려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제주의 로컬콘텐츠는 너무나 훌륭했다. 이것을 상품화하는 것은 본래 나고 자란 지역민이 아닌 이주자, 여행자의 시각에서 발전되기 시작한 측면이 있다.

제주살이를 위해 자구책으로 플리마켓이 생겨나고, 중고품 거래를 넘어 자신의 재주를 활용해 쓸만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지역민과 이주민 모두 관광산업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로컬콘텐츠를 잘 살려 지역 자원 구석구석 연결한 스몰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관광객이자 소비자에 품질과 경쟁력으로 선택을 받으면서 지역창작자와 소상공인의 소득향상, 일자리가 창출되는 방식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가치를 담고 실현하기 위한 그릇으로 사회적기업이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란공장이 사회적기업으로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물론, 펼치는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가 단단해지고, 살고 싶고, 남고 싶은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Q. 제주 동문시장에서도 사회적기업이 만든 기념품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이곳과 파란공장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지역창작자들의 이윤을 높이는 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업계에서 유통, 대형판매점 등이 작가들에게 취하는 마진이 점점 커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건 이들이 작가들의 기획과 디자인을 도용해 유사한 제품을 유통하는 일도 많다는 것이다. 

파란공장은 입점 단계에서 제품의 상품성 외에도 사회적 가치, 환경 가치, 창의적인 로컬콘텐츠로서의 가치 등을 기준으로 입점을 진행하고 있다. 다소 경영상의 영향을 받더라도 사업 초기 책정한 이익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청년창작자, 비영리단체 등에서 만드는 제품의 경우 입점 수수료를 더 적게 책정하고 있다. 

파란공장의 이러한 노력이 단순한 적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로컬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지역에서 상생하고 장기적으로 공동의 이익을 가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자본에 투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 베리제주 내부 ⓒ라이프인
▲ 베리제주 내부 ⓒ라이프인

Q. 그렇다면 지역작가들과의 협업구조는 어떻게 되나? 또한 제주지역사회와의 협업과 사회 환원도 궁금하다.

제품 기획에 있어 지역작가들과 기획 단계부터 함께 하고 있다. 단순 용역이나 갑을 관계가 되지 않도록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 자체 기획·디자인 인력은 크리에이터들의 의견이나 제안이 제품, 서비스 기획에 잘 반영되고 드러나도록 조율하는 역할과 능력을 중시하고 있다. 

또한 작가들의 기존 제품들이나 새로운 창작품들이 지역사회 의제와 연관되어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홍보하거나 기획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수익의 일부는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이다. 경력이 부족한 청년 작가들도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하고 비영리단체,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제품은 파란공장과 함께 판로를 만들도록 하고 있다. 

 

Q. '제작물에 제주 지역사회 문제를 담아보려고 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작품화하는가?

거창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 우리 생활 가까운 곳에서 의미와 가치가 있는 주제를 찾아 제품으로 연결해보는 것 같다. 직원들 대부분 동물을 좋아하고 반려동물이 있다 보니 길고양이 관련 디자인상품을 만들기도 하고, 제주에 살다 보니 해양환경오염 문제에 민감해 제주 해양생물을 디자인한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두가 어려운 이때, 저평가된 좋은 지역자원을 지역작가들과 함께 디자인하고 브랜딩해 알려내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올해는 제주 전통주를 양조장들과 함께 활성화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Q. "숙제는 팔리는 상품이자 의미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보았다. 어떻게 의미와 시장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

사회적기업 제품 중에도 잘 팔리고 잘 되는 제품들은 분명히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좋은 반응을 쌓아가는 사회적기업 제품들의 제품 브랜딩, 디자인, 고객관리 등을 보면 잘 팔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데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신뢰와 상생을 바탕으로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미와 시장성을 동시에 잡으려면 '왜 우리는 이런 일을 이렇게 하는가?' 라는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 이런 고민이 함께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로 이어지고, 제품과 서비스에 담기고, 고객까지 그 가치가 설득되도록 하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만드는 것이 파란공장의 역할이라고 본다. 

 

Q. 모두가 힘든 코로나19 시기, 파란공장과 베리제주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냈나.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던 때 대구 경북 지역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 대구 경북지역의 어려움을 알리고 조금이라도 후원하기 위해 나섰다. 플리마켓이 열리지 못해 활동이 막힌 작가분들과 온라인 플리마켓을 열고 그 수익으로 대구 경북 간호사회에 비타민을 보냈다. 

코로나는 현재도 진행 중이고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파란공장은 지역 취약계층을 후원할 기획전을 준비 중이다. 또한 여행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시기이니, 온라인으로 제주 지역 상품을 구매하고 집에서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 기획전과 마케팅에 더 힘을 쏟고 있다.  

 

Q. 앞으로 파란공장은 어디로 향하나? 

서울뿐 아니라 지역도 취향, 다양성을 존중받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생활이 가능한 지역이 되기를 바란다. 이에 파란공장은 사람과 지역 자원을 잘 담아낸 좋은 지역 대표 브랜드들을 만들고 그 성과를 함께 나누는 소셜임팩트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또한 지역에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는 대표 사회적기업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 파란공장은 제주 미혼모가정, 남방 큰돌고래, 제주 4ㆍ3 추모 사업, 제주 방언 보전사업, 제주 올레길 보전 사업 등으로 수익금의 일부가 환원되는 선순환구조도 가지고 있다. ⓒ라이프인
▲ 파란공장은 제주 미혼모가정, 남방 큰돌고래, 제주 4ㆍ3 추모 사업, 제주 방언 보전사업, 제주 올레길 보전 사업 등으로 수익금의 일부가 환원되는 선순환구조도 가지고 있다. ⓒ라이프인

끝으로 파란공장 조남희 대표는 "파란공장이 사회적기업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미지와 품질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파란공장의 선물 가게 베리제주에서는 제주 인디뮤지션들의 음악, 제주를 닮은 천연 숙성 비누, 제주 풍경이 담긴 엽서 등 청년창작자들이 만든 상품을 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 미혼모가정, 남방 큰돌고래, 제주 4ㆍ3 추모 사업, 제주 방언 보전사업, 제주 올레길 보전 사업 등으로 수익금의 일부가 환원되는 선순환구조도 가지고 있다. 제주 4ㆍ3 희생자 추념일에는 한 달간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라는 주제로 한 후원 기념품 꾸러미 제작 등 자체적으로 프로젝트를 꾸려 진행하기도 한다. 2019년에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해 우수상을 받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고용을 늘리기 위해 사무공간을 확장하고 추가로 매장 개점을 계획하고 있다. 

제주여행, 지역 사회 이슈와 지역창작자들의 창작물이 궁금하다면 파란공장의 선물 가게 베리제주에 꼭 들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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