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끄랑, 제주] "연결하고 키우는 것이 센터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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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끄랑, 제주] "연결하고 키우는 것이 센터의 사명"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인터뷰
  • 2020.08.13 15:52
  • by 노윤정 기자

일 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기, 하계 휴가철이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이 무더위를 피하고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온 스스로에게 충전의 시간을 주기 위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누군가는 도시를 벗어나 자연으로, 누군가는 낯선 도시로 향한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만큼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이들이 많다. 이에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 역시 증가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관광지인 제주도를 조금 더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행을 보다 의미 있게 즐기고 여행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올여름, 제주도를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지역, 사회와 연대하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곳들을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라이프인은 제주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회적경제조직과 소셜벤처가 운영하는 장소를 소개하고, 제주 지역 사회적경제 분야를 지원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공공기관과 중간지원조직을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봉끄랑'은 가득차다, 풍요롭다, 빵빵하다는 의미의 제주도 방언이다.

 

제주도는 지난 2014년 일자리경제통상국 내 사회적경제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적경제 기본조례'를 제정했다. 그리고 해당 조례에 따라 2017년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제주사경센터)를 설립했다. 지역의 사회적경제 역량을 강화할 통합지원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사람 중심의 연대와 협력을 통한 제주 사회적경제 공동성장기반 조성

이와 같은 목표 아래 제주사경센터가 문을 연 지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제주사경센터는 2기 체제로 접어들었다. 센터의 1기 사업을 통해 제주 지역 사회적경제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제주사경센터의 창립자이기도 한 강종우 센터장을 만나 지난 3년간의 이야기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라이프인
▲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라이프인

■ '판' 키워온 3년, 향후 "사회적경제 존재 가치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제주사경센터 1기 사업은 사회적경제 인식확대 사업,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사업, 사회적경제 인재육성사업, 사회적경제 기업맞춤지원사업, 사회적경제 기업성장지원사업 등의 분야에서 진행됐다. 각각 센터의 5가지 핵심 전략(시민과 사회적경제를 연결하다, 제주와 사회적경제를 연결하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다, 기업의 안과 밖을 키우다, 기업의 조직력을 키우다)을 반영한 것으로, 사회적경제가 자생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었다.

강 센터장은 1기 사업에 대해 "기업들이 마음껏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는 판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를 했다. 또한 그 안에서 사람과 기업이 어떻게 성장하도록 할 것인가,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금융 인프라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등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즉,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원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체계를 찾는 것이 1기 사업의 핵심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강 센터장은 이를 두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과정을 통해서 각각의 소셜미션을 가진 사회적경제기업들을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지, 그 방법과 툴(Tool)을 발견했다"고 자평했다. 강 센터장이 언급한 '방법'의 대표적인 예가 제주사경센터에서 2018년부터 진행해온 '소셜부스터 프로젝트'다. 소셜부스터 프로젝트는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 및 전략 구축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사업비, 점검 멘토링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말하자면 지난 3년은 센터가 사회적경제 분야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찾아오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2기 때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더욱 전략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지원 내용이 실질적으로 사회적경제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며, 지역 내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센터의 역할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강 센터장의 설명이다.

특히 향후 센터는 네트워크 구축에 보다 힘쓸 예정이다. 강 센터장은 "회의체적 성격의 협의체는 많다. 그런데 특정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네트워크나 파트너쉽을 형성하는 부분은 아직까지 미진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따라서 센터에서는 '협동화 사업'을 통해 사회적경제기업들이 협동과 협업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의 경쟁력은 다름 아닌 관계, 연대, 협력에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센터에서 코로나19 피해 극복 사업으로 추진한 프로젝트 중 하나도 '제주사회적경제기업 협동화 지원사업'이다.

이와 함께 센터 2기 사업에서 중점을 두고자 하는 부분은 지역에서의 사회적경제 존재 가치 입증이다. "사회적경제 존재 가치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이것 역시 중요한 화두다. 금융, 인재, 공간 등의 인프라를 갖추고, 지역이 당면한 이슈나 문제들을 지역과 함께 고민하고 기업 비즈니스의 결과물을 지역의 자원과 연결해서 지역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사회적경제의 규모를 키우고 질적 성장을 이루는 부분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회적경제의 존재 목적, 사회적경제가 있어야 하는 이유에 관해서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기에 사회적경제가 지역 주민들과 더욱 밀착되고, 지역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제주 지역문화와 사회적경제

▲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라이프인
▲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라이프인

제주사경센터는 제주 지역의 전통 협동문화인 '수눌음' 정신을 강조한다. 수눌음은 '품앗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협동과 연대의 정신을 담고 있다. 또한 돼지우리를 겸한 화장실인 '통시', 친인척(폭넓게는 이웃사촌까지 총칭)을 뜻하는 '괸당'도 제주도에서 발달한 독특한 전통이다. 수눌음처럼 사회적경제와 맥이 닿아 있는 문화이기도 하다. 강 센터장은 이를 "수눌음은 협동적 자치, 통시는 자연·생태적 순환, 괸당은 사회적 자본·신뢰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 지역의 문화적 배경 안에 사회적경제가 성장하고 뿌리내릴 토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제주 사회적경제는 지역 전통 속 상호부조, 상호협력 정신을 잇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가 그리는 미래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강 센터장은 "도가 강조하는 미래비전의 핵심 화두는 '청정'과 '공존'이다”며 "청정에는 '지속가능성'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제주는 누구나 자연과 벗하여 살 수 있는 지역이다. 주민들이 앞으로도 자연과 함께 지속가능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 역시 고민해야 한다. 또한 공존이라는 가치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육지에서 제주도로 이주해온 사람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이유는 관계의 실패와 적은 소득이다. 사회적경제가 고액 연봉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지역에 자리잡고 서로 어울리며 살도록, 자기효능감을 느끼며 일하도록 해줄 수는 있다. 그 과제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함께 하면 좋은 일이 생기는 경제"

사회적경제가 지역에 뿌리내리고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인지와 관심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때문에 제주사경센터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청소년 사회적경제 교육, 사회적경제 시민대학, 사회적경제 한마당, 웹진·뉴스레터 발행 및 콘텐츠 제작, 소셜바이제주 캠페인, 소셜투어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19년 제주도민 사회적경제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민의 51.6%가 사회적경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그중 13.2%는 사회적경제의 의미와 사례 등도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이용 경험(이용 경험자 26.2%) 등의 지표를 봤을 때 "긍정적·적극적 지지층은 20%대를 넘지 않는다고 본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분명 제주 지역 사회적경제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기업 수만 보더라도 센터 설립 전인 2016년 대비 171% 늘어났다(274개소에서 470개소로 증가). 단순히 양적인 변화뿐 아니라 내용의 질적인 부분에도 변화가 있었다.

강 센터장은 "예전에는 지원정책을 보고 사회적경제기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센터를 운영하면서 지원을 보고 이 생태계에 오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세태가 이렇게 바뀌고 있구나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회적경제의 외연이 확장되었다고 느낀다며 "법률 체계상 '사회적경제'에 속하지 않지만 이미 그 섹터 안에 들어와 있는 주체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협약을 맺고 진행한 'JDC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여러 마을공동체를 육성했다. 그들은 법률상으로 사회적경제에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들도 사회적경제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 센터장은 지원센터가 커지는 것이 센터의 사명은 아니라고 밝혔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원, 사람과 기업을 적절하게 연결하고 기업과 소비자를 함께 키우는 것이 중간지원조직인 센터의 역할이라고 봤다. '함께 하면 좋은 일이 생기는 경제'. 센터의 슬로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 주민과 사회적경제기업이 유·무형의 지역 자산을 바탕으로 상생하는 제주 사회적경제의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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