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끄랑, 제주] 내 식당 창업은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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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끄랑, 제주] 내 식당 창업은 '이들'처럼
공공기관-시민단체-사회적경제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
청년 일자리 창출, 청년 커뮤니티 및 지역 주민들과 상생 구조 만들어
  • 2020.08.13 11:47
  • by 전윤서 기자

# 서귀포의 187센티멘트(187sentiment)는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 1기 박경민 졸업생이 창업한 식당이다. 박 졸업생은 평범한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다 '작아도 진짜인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제주에서 소박한 1인 식당 운영을 꿈꾸었다. 이후 식당 주방에서 막내 일을 시작했고 8년이 지난 뒤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를 거쳐 창업에 성공했다.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 1호점인 187센티멘트에서는 제주 돼지고기로 만든 수제 돈가스와 박 졸업생이 직접 개발한 튀김 마요밥을 맛볼 수 있다. 현재는 SNS 유명세를 얻고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이는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 2기 전용한 졸업생은 롯데호텔 주방장으로 십여 년을 지냈다. 전 졸업생은 소위 '잘나가던' 유명호텔 주방장 일을 접고 아이 셋과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기 위해 내 식당을 만들고자 결심했다.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를 이수하고 난 후 LH 아파트 상가에 '작은 가게'라는 뜻의 '코미세(KOMISE, 小店)'를 개업했다. 코미세는 제주에서 잡히는 생선을 주재료로 제철 덮밥과 초밥을 파는 초밥집이다. 전 졸업생은 "요리만 해오던 터라 '맛있게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창업을 꿈꿔왔다. 하지만 요리 이외에도 다른 부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되었다. 멘토들과 프로젝트 동료들 덕분에 힘든 일들을 잘 이겨나갈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프로젝트가 창업을 처음 시작하려는 청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창업 1주년 소감을 전했다.

ⓒ(사)제주올레
ⓒ(사)제주올레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후원하고, (사)제주올레가 주최하며, 사회적기업 ㈜오요리아시아가 주관한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는 공공기관-시민단체-사회적경제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이다. 2018년 4월 1기를 시작으로 2020년 2월 5기가 마무리됐으며, 총 2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프로젝트는 서울, 부산, 광주, 대구 포항, 경기도 등 전국 각지에서 외식업으로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제주로 모여들게 했다. 

(사)제주올레 이영일 사무국장은 "제주에서 자란 청년들은 꿈을 찾아 육지로 떠나고, 육지에서 무한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은 제주에서 유유자적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제주가 1차 산업과 3차 산업이 중심이다 보니 할 일이 많지 않다. 그래서 청년들은 창업하는데 원가계산,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망했다. 이 상황을 보면서 '실패를 적게 만들어주자'고 생각했다"며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를 실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서 "떠나는 청년과 오고 싶은 청년들이 제주에 안주할 수 있어야 제주가 지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mykitchen.jeju 인스타그램
ⓒmykitchen.jeju 인스타그램

이렇게 (사)제주올레와 사회적기업 오요리아시아가 만나 제주지역의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마침 창의적인 청년 사업의 사례를 찾고 있었던 당시 LH 미래혁신실 오영오 실장(현 LH광주전남지역본부장)이 사업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적극 후원에 나섰다. '내 식당 창업프로젝트'는 외식업으로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창업에 필요한 노하우뿐만 아니라 실전을 위해 식당 공간을 직접 운영해볼 수 있게 했다. 오요리아시아는 청년들에게 현실감을 심어주기 위해 창업 이익률, 지출 구조, 매출 현황 등 외식업장에서 유의해야 할 숫자들을 공개했다. 또한 외식업의 어려움과 십 년 넘게 오요리아시아가 경험했던 실패사례를 공유하기도 했다.

메뉴 개발 캠프는 <노포의 장사법>을 쓴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 쉐프가 책임 멘토로 참여했으며, 위국명 바리스타 등 강사 모두가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멘토로 구성됐다. 프로젝트에 선발된 청년들은 1개월 동안 식자재 투어, 메뉴 개발 교육 등 창업에 필요한 교육을 이수하고, 이후 2개월간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서 팝업 레스토랑인 '청년올레식당'을 직접 운영하면서 내 식당을 가꾸기 위해 필요한 실전훈련도 배웠다. 육지에서 온 청년들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를 제주도에서 머무르면서 창업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기초를 다져나갔다. 

▲ 제주산 돼지고기로 만든 187센티멘트의 돈가스 ⓒ라이프인
▲ 제주산 돼지고기로 만든 187센티멘트의 돈가스 ⓒ라이프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들은 제주산 식자재와 제주의 전통 맛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다. 제철 해산물, 당근, 귤 등 제주도만의 특색있는 식자재를 발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메뉴 개발에 도입했다. 청년올레식당에서 판매된 음식들만 살펴보아도 제주산 식자재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알 수 있다.

제주산 돼지고기로 만든 햄버거

제주 할망이 정성껏 따서 말린 모자반을 올린 반계탕

제철 오징어 튀김이 올라간 비빔국수

제주산 뿌리채소로 만든 비건 카레

구좌읍 당근으로 만든 크림떡볶이

이로써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제주 도민들과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진다. 프로젝트는 끝나도 프로젝트가 만들어낸 끈끈한 연대는 쉽게 단절되지 않았다. 책임 멘토인 박찬일 쉐프와 오요리아시아의 꾸준한 소통과 지원이 이어지고 있고 1~5기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로 서로 정보도 나누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는 동료가 된 청년들은 오픈하기 전 업장 페인트칠, 메뉴개발 등등 서로 의지하며 성장하고 있다. 

오요리아시아 이지혜 대표는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프로젝트였다. 제주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가 다른 외식업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확연히 달랐던 것은 사람을 키우겠다는 선배 박찬일 셰프를 비롯한 현업 외식업 멘토분들이 애정을 갖고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지속해서 소통하고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15개의 외식업장들이 아직 폐업하지 않고 성업 중이라는 건, 우리가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람을 키웠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내 식당 프로젝트를 거쳐 운영되고 있는 식당은 전국적으로 15개이다. 청년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듬뿍 담겨 있는 메뉴를 개발하고, 크지 않아도 그 자체로 반짝반짝 빛나는 식당 창업을 꿈꾼다. 하지만 꿈이 현실이 되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미숙한 경험과 예상치 못한 고비 때문에 포기하고 좌절하는 청년들. 그 포기와 좌절을 줄이기 위해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비즈니스에만 주목한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 그리고 끈끈한 연대를 쌓는 것에 주목하고 '사람'을 키웠다. 잘 자란 이 '사람'들이 건강한 외식업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길 바란다. 

한편,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를 주관한 오요리아시아는 2021년 강원도에서 후속 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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