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 남북을 잇다 ⑦] 대북 투자기업에 사회적 경제 적용가능성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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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 남북을 잇다 ⑦] 대북 투자기업에 사회적 경제 적용가능성 탐색
  • 2020.07.02 09:00
  • by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사회적 경제라는 키워드로 남과 북이 경제협력을 해 보자는 제안은 아직 한국 사회에서 낯선 주장이다.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은 작년 9월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 위해 '서울-평양 사회적 경제 심포지움'과 '서울-평양 사회적 경제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이 과정은 발표자들이 깊은 대화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형성하게 만들고, 남북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로서 사회적 경제의 가능성을 정리해 책으로 담아낼 수 있게 했다. 하나누리와 라이프인은 7주 동안 진행될 연재를 통해 출간 예정인 '사회적 경제, 남북을 잇다(맑은나루)'의 주요 핵심 메시지를 공유한다. [편집자 주] 

 

2018년 국내 재벌 총수들과 기업인들이 평양 정상회담에 동행했다. 충분히 파격적인 일이었고 어떤 변화가 시작될지에 대한 관심사를 높이기에 적합한 방아쇠였다. 그러나 그 행사를 보며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있었다. 저 자리에 사회적 경제 쪽 사람들도 참석했었더라면 좀 더 실효성이 높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이번 정부가 시작될 때 대북 경제협력이 다시 활발해지리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구체적인 실천 사례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그와는 별도로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 생태계는 크게 확대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다양한 형태와 성격의 사회적 경제 조직, 그리고 생태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필자는 사회적 경제 생태계의 종사자이자 한국 국민으로서 두 이슈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이미 북한 스타트업 관련하여서는 가장 많이 인용되는 조직으로 자리 잡은 조선 익스체인지는 싱가포르의 NPO이다. 이들은 실제로 북한에 들어가 거의 10년 가까이 비영리로 창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가 교육은 주로 문제해결 능력, 창의력, 새로운 규칙 만들기를 다룬다. 새로운 규칙 만들기의 맥락을 부연 설명하면, 기존 규칙은 방법론적으로 통하지 않는 허상이기에 이를 깨라는 것이다. 북한에서 규칙을 깨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신기했다. 조선 익스체인지는 매해 창업 교육을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2,600명 정도의 인원이 교육을 수료했다. 

▲ 조선익스체인지 홈페이지(https://www.chosonexchange.org) 캡쳐
▲ 조선익스체인지 홈페이지(https://www.chosonexchange.org) 캡쳐

이들이 전한 북한 내의 스타트업 소식은 국내 청년들에게 매우 충격적이었다. 북한에도 아침 식사 판매와 같은 사업이 생기고 있고 또 24시간 편의점처럼 자정까지 운영하는 매장도 생기고 있다고 한다. 소상공인들의 장사가 활성화되면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이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24시간 편의점이 어떻게 가능하지?” 여기에 대한 대답은, 늦은 밤까지 누군가가 물건을 찾고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아침에 김밥을 팔게 되었을까?” 아침 식사를 집에서 해 먹는 것보다 밖에서 사 먹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소득이 올라가면 자신의 노동력을 직접 투입하여 얻기보다는 대신 돈을 지불하고 얻으려는 변화가 생긴다. 택시를 타거나, 밥을 사 먹거나, 늦은 시간에 쇼핑을 한다.  

조선 익스체인지가 밝히고 있듯이 스마트폰 사용자가 400만 명을 넘어섰다는 것이 사실이면, 비즈니스를 해 볼 만한 최소한의 시장규모가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한국이나 다른 선진국같이, 각 영역에서 수십 개의 기업 중 몇 개의 플레이어는 충분한 성공을 거두며 살아남을 수 있다.

현재 북한 내 스타트업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예를 들어 외국인 관광객이나 비즈니스맨이 방문했을 때 휴대전화를 대여해 주는 서비스가 있다. '만물상'(http://manmulsang.com.kp)이라는 이커머스 플랫폼은 조금 과장해서 '북한의 아마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2016년 말 자료에 의하면 하루 방문자가 2만 2천 명이 넘는다. '길동무'라는 내비게이션 주요 2개 도시에서만 작동하긴 하지만 유용하다고 한다. 자녀 시간관리 캘린더 사업, 다회용 격파장 사업, 평양내 콜택시 앱, 천연 건강 차 벤처, 전자책, 셀카앱, 심지어 24시간 배송을 보장하는 쇼핑 앱 '앞날'까지 운영되고 있다. 

개별 사업의 내용도 놀랄만하지만, 제약된 IT 및 경제 환경에서도 형성되고 있는 생태계라는 관점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미 어떤 사업이 잉태되기에 기초적인 인적, 시장적 최소 상황이 마련된 상황인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이때 정말 좋은 방법론이다

대북 경제협력에서 사회적 경제 조직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세 가지로 나누어보았다. 

첫 번째 유형은 현지 조직, 곧 북한 내에서 사회적 경제를 직접 육성하는 방안이다. 이 방식은 가장 지속성이 높고 중요하지만, 사회적 경제 조직을 육성하는 것이 수년 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히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 이 방안은 '평양 소셜벤처 엑셀 캠프'를 진행하여 단기적으로 전문가들이 평양을 방문하여 소셜벤처를 키워낸다거나, 아예 평양 거점의 인큐베이팅 센터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실제로 작년 대통령 북유럽 순방에 참여하여 만난 스웨덴의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센터인 노르휀 하우스의 총괄 운영자는 3호를 평양에 해보는 것은 어떤지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였다.  

두 번째 유형은 이미 국외에서 활동 중인 사회적 경제 조직을 초기에 투입하는 방안이다. 북한 내부에 있는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단기간에 자립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이와 더불어 어떻게 국외 조직들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창업기업, 소셜벤처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인 신재생 에너지, 영양, 의료, 모빌리티 분야의 사회적 경제 조직이 들어갈 필요가 있다. 

한국의 사회적 경제 조직은 이미 상당 수준 성숙의 시기를 거쳤기 때문에 적절한 솔루션의 진입이 준비된다면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리고 본래 사회혁신은 복제와 확산을 통해 성장한다. 예를 들면, 북한의 연료난을 대비하여 바이오매스로 고형연료를 만드는 소셜벤처 '포이엔'이, 말라리아 진단기기를 만든 '노을'이, 시각장애인 점자 문맹 퇴치를 위한 스마트기기를 만드는 '오파테크'가 투입될 수 있다.

세 번째 유형은 금융과 투자다. 전 세계적으로 임팩트 투자를 하는 조직들이 많은데, 결론적으로 북한 내 조직에 대해서는 기업의 지분투자가 불가하다. 하지만 기업 금융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낫포세일'이라는 미국의 비영리 조직은 우간다의 난민촌에서 투자를 시도했다. 당연히 주식회사 같은 법인이 있을 리가 없고 있더라도 신뢰도가 높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 사용된 사회적 가치가 충족되면 기부로 변경 가능한 대출(forgivable loan)방식은 북한에도 적용 가능하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보츠와나에서 코뿔소 채권이 만들어졌다. 코뿔소가 계속 밀렵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는 어떤 식으로든 밀렵을 막고 싶지만, 예산이 없다. 이때 코뿔소 밀렵 방지 예산을 민간이 채권을 발행해 투자하고, 코뿔소가 생존해서 생기는 경제적/사회적 이익을 배분하자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북한의 자연, 통일비용 등이 이런 방식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경제로 만드는 새로운 기회

과거 개성공단은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접근이었다. 하지만 개성공단 진출 기업은 철저하게 임금 차이 기반으로 사업을 했다는 점이 여전히 마음에 남는다. 이러한 전략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통일의 파트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아쉬움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금강산 관광이 다시 시작되더라도 사회적 경제를 중심으로 시작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대기업 투자가 아닌 사회적 경제 기업이 추진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 본다. 아마도 지금이 이런 상상을 해야만 하고 할 수도 있는 가장 적기일 것이다. 이후의 변화와 기회를 위해 완전히 새롭게 상상해야 한다.

 

※ 7주 간 연재되었던 [사회적 경제, 남북을 잇다]가 이번 연재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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