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남북을 잇다 ①] 북한 인도지원과 경제협력, 사회적경제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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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남북을 잇다 ①] 북한 인도지원과 경제협력, 사회적경제로 가능할까?
  • 2020.05.21 15:00
  • by 조성찬 박사(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

사회적 경제라는 키워드로 남과 북이 경제협력을 해 보자는 제안은 아직 한국 사회에서 낯선 주장이다.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은 작년 9월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 위해 '서울-평양 사회적 경제 심포지움'과 '서울-평양 사회적 경제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이 과정은 발표자들이 깊은 대화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형성하게 만들고, 남북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로서 사회적 경제의 가능성을 정리해 책으로 담아낼 수 있게 했다. 하나누리와 라이프인은 7주 동안 진행될 연재를 통해 출간 예정인 '사회적 경제, 남북을 잇다(맑은나루)'의 주요 핵심 메시지를 공유한다. [편집자 주] 

 

대북 인도지원 사업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로 각종 인도지원 사업이 중단된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북 인도지원 사업 자체에 대한 북한 당국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에 근거하여 달라졌는지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들려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인도지원 사업 방식에 거부감을 강하게 느낀 북한은 더 이상 한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인도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한다. 이제 인도지원 사업도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로 진행되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면 인도지원 사업의 성격을 띠면서도 상생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회적 경제가 그 해답이다. 통일부 등록 사단법인인 '하나누리'는 북한의 라선특별시에서 10년에 걸쳐 마을의 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자립마을 사업)을 꾸준하게 진행해 오고 있다.

ⓒ 하나누리
ⓒ 하나누리

최근에는 사회적 금융에 해당하는 '무이자 대출' 방식을 자립마을 사업에 새롭게 접목하여 실험해 오고 있다. 협동농장의 기본 단위인 하나의 작업반(마을)에 프로젝트 대출을 하고, 장기에 걸쳐 무이자로 100% 상환받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하나누리 사업은 자연스럽게 이론 및 방법론적으로 사회적 경제와 접목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북은 소련의 영향으로 1940-60년대에 협동조합을 국가적으로 추진했던 경험이 풍부하며, 지금도 헌법과 관련법 및 정부 조직에서 협동조합이 일정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만, 한국의 농협처럼 관변화되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경제사(經濟史) 관점에서,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소련, 중국 및 북한 사회주의 개혁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이를 학문적으로 '혼합경제' 시기로 구분한다. 사회적 경제 패러다임은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먼저 소련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며, 이러한 경험과 전략이 다른 사회주의권 국가에 전수되었다(김창진, 2008). 중국의 경우, 1960년대 인민공사로 전환하기 이전에 각종 유형의 협동조합(合作社)을 경험했으며, 오늘날에는 농업 발전을 위해 새롭게 협동조합 실험을 전개하여 마을자립 및 일자리 창출 등을 도모하고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이전하기 전인 1960년대 초까지 생산협동조합, 소비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등 다양한 협동조합을 추진했다. 협동조합 추진 초기인 1948년에 벌써 소비조합원이 520만 명으로, 북한 인구의 절반이 참여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컸다. 물론 정부 주도로 급속하게 전개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지금도 협동조합은 시장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여전히 일정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이종석, 2011; 이찬우, 2018).

앞에서 살펴본 사회주의 국가와 비교할 때 쿠바의 접근법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정부는 2011년에 협동조합법을 제정하고, 농업 이외의 제조업 분야에서도 협동조합 설립을 허용하고 더 나아가 장려하고 있다(김창진, 2017). 북한 헌법은 사회협동단체를 '과도기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비해, 쿠바는 협동조합을 과도기가 아닌 앞으로도 경제발전의 중요한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서 협동조합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 접근법을 인도지원 및 경제협력 사업에 적용하면 적어도 남북 사이의 이데올로기 갈등은 피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생각이 이론적인 추론을 넘어 실제로도 의미가 있다면, 사회적 경제를 통한 남과 북의 다양한 협력관계 형성은 긴 시간 정체 상태에 머물러있는 남북 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해 줄 수 있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이것을 확인하고자,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은 2019년 9월 6일, 서울시 후원을 받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공동으로 '서울-평양 사회적 경제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심포지움에서, 우선 북한 협동조합의 현황을 이해한 후, 통일독일, 쿠바, 러시아 등 국외 주요 사례국의 사회적 경제 경험을 살펴보았다. 이어서 어떤 사업이 북측에서 추진 가능한지에 대해 지자체, 대북 NGO, 사회적 기업 주체별로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전략을 모색했다. 심포지움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새로운 관점을 형성한 발표자들은 자신의 발표 내용을 보다 발전 시켜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낼 계획이다.

▲ ‘서울-평양 사회적 경제 심포지움’(2019.9.6.) 개최 현황 ⓒ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 촬영
▲ ‘서울-평양 사회적 경제 심포지움’(2019.9.6.) 개최 현황 ⓒ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 촬영

사회적 경제라는 키워드를 통해 남과 북이 경제협력을 해 보자는 제안은 아직 한국 사회에서 낯선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을 조금 더 과감하게 하려면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가 더 뿌리를 내려야 한다. 여전한 남북 이데올로기적 긴장감도 해소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북 경제제재도 해소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의 사회적 경제, 즉 협동조합 현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국내외 사례들을 종합해 남북협력에 사회적 경제 패러다임을 적용할 수 있는지 그 실천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그 가능성이 확인되면 국제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인도지원 사업부터 전개해 나가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담론과 실천이 실제로 적용되고 확대된다면 상호 간 오해를 최소화하면서 새롭게 경제협력 사업이라는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 더 나아가 통일한국의 대안적 경제체제에서 사회적 경제가 일정 역할을 할 수도 있다.

2019년 9월에 '서울-평양 사회적 경제 심포지움'이 개최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휩쓸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연대'와 '협력'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역설적으로 전 세계 시민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아 경제회복 전략으로 제시한 '동해북부선' 사업을 제시했다. 중단된 동해선이 연결되면 부산에서 라선 및 멀리 유럽까지 연결되어, 국제적인 차원에서 연대와 협력이 가능해진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을 맞아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자고 제안했다. 그 대상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사업과, 저촉되더라도 예외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필자들이 사회적 경제 접근법에 기초하여 제안할 전략과 사업들은 남과 북이 의지만 있으면 추진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국제적인 차원에서 연대와 협력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때, 남과 북의 인도지원 및 경제협력 사업의 철학과 패러다임이 바뀌길 희망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서 이 글을 읽은 독자분들이 "아, 사회적 경제로도 남과 북이 인도지원 및 경제협력을 할 수 있구나!" 하는 가능성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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