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 남북을 잇다 ②] 유럽사례에서 본 사회적 경제의 힘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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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 남북을 잇다 ②] 유럽사례에서 본 사회적 경제의 힘과 가능성
  • 2020.05.28 15:00
  • by 김해순 (前 독일 괴테대학교 한국학과 부교수)

사회적 경제라는 키워드로 남과 북이 경제협력을 해 보자는 제안은 아직 한국 사회에서 낯선 주장이다.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은 작년 9월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 위해 '서울-평양 사회적 경제 심포지움'과 '서울-평양 사회적 경제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이 과정은 발표자들이 깊은 대화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형성하게 만들고, 남북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로서 사회적 경제의 가능성을 정리해 책으로 담아낼 수 있게 했다. 하나누리와 라이프인은 7주 동안 진행될 연재를 통해 출간 예정인 '사회적 경제, 남북을 잇다(맑은나루)'의 주요 핵심 메시지를 공유한다. [편집자 주] 

 

오늘날 유럽에서 사회적 경제 또는 사회경제 활동은 크게 활성화되었다. 사회적 경제 활동이 시작된 시기는 18세기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산업자본주의에 의해 새롭게 대두되는 사회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회적 경제는 빈곤층이 증가하고 부의 불공정한 분배로 인한 계층갈등과 지방간의 격차가 심화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소개되었다. 유럽에서 각 나라마다 상호원조를 위한 다양한 사회경제의 자조 조직들이 출범했다. 이는 사회적 이익 집단, 재단, 협회, 서비스 기업과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협동조합 등이다. 이러한 자조 조직은 사회경제 발전과 특히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오고 있다. 

사회경제와 이에 기반한 조직의 역사적 진화   

유럽에서는 이미 중세에 자조 조직인 자선 단체(자선재단, 신도단체, 병원)와 상부상조 단체가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대중적인 협회, 협동조합 및 상호 이익사회는 19세기에 노동계급의 주도로 일어났다. 그 이후 수많은 상호 이익사회와 상부상조의 단체는 유럽 전역에 걸쳐 형성되었다. 사회적 경제학의 대표자들은 1800년대에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단지 사회경제와 관련시켜 도덕적인 면을 강조했을 뿐이다. 로버트 오웬과 리카디안 등의 자본주의 반대론자들은 사회주의 이념을 발전시켰고, 이는 곧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1824년에서 1935년 사이에 사회경제 운동과 노동운동이 연결되었고, 자본주의 반대론자들은 노동자와 함께 같은 목적을 향해 전진하면서 노동자계급을 해방시키고자 했다.  

▲ 독일에서 1850년에 창립한 엘렌스부르크 신용조합 ⓒ 엘렌스부르크의 니콜라이 광장
▲ 독일에서 1850년에 창립한 엘렌스부르크 신용조합 ⓒ 엘렌스부르크의 니콜라이 광장

현대 사회경제 개념과 그 주요 특징은 19세기 말에 민주적인 협회 제도와 협동조합 제도의 공존과 연대 등의 가치에서 영감을 받아 발전되었다. 사회경제는 20세기 초반에 유럽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1945년~1975년 사이에 서유럽 성장모델은 여전히 전통적인 민간자본과 공공 부문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신자유주의가 부상하면서 노동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났고, 실업자가 상승하였다. 나아가 사회·복지 지원이 삭감되었다. 이는 시장정책의 실패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고려하여 사회경제에 기반한 협동조합 등의 자조 조직이 설립되어 일자리를 창출하여 생활개선을 해오고 있다. 이외도 사회경제는 소득 재분배, 자원 배분 및 역순환 조치와 같은 정책을 수정하고, 매우 효과적인 조치 패키지를 구현한 복지국가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일조했다. 

사회경제에 대한 논의에서 1990년대에 사회경영이 주요한 주제였다면, 갈수록 경제 요인 또는 생산력으로서 사회경제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이는 사회적 경제의 의미가 확장되어오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 경제는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의미로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경제의 이론적 이해

사회적 경제 개념은 국가와 제도마다 조금씩 다르게 해석되고 있고, 이에 대한 정의는 아직도 명료하게 규정되지 못했다. 이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정의를 도출·요약할 수 있다. 사회경제는 경제정책에서 주요한 부분이자, 경제 제도의 일부로 보기도 한다. 아울러 일반적으로 사회 혜택에 대한 성과와 수익 배분을 다루는 경제 제도의 일부로 간주하고, 경제적 가치 창출의 특별한 영역으로도 이해하고 있다. 

사회경제의 경영 조직(회사, 기업, 협동조합, 단체 등)은 회원들이 자신을 위해 스스로 설립하고, 가입과 탈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사회경제 조직은 상품을 제조하고 서비스 및 보험 또는 금융을 제공하면서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주력한다. 회원들은 잉여금을 창출하면, 이를 경제적 행위자로서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통제하고 융통한다. 수익 또는 잉여금의 분배와 그룹의 의사 결정은 개별 회원의 자본 또는 기부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모든 회원은 이에 대한 하나의 투표권을 가지고 있고, 어느 경우이든 그들의 의사 결정은 참여적이고 민주적이다. 사회경제 조직체 대부분의 경영 활동은 자선 사업에 맞춰져 있다. 이는 자본보다는 사람을 그리고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우선시하고 민주적 경영과 참여를 강조하고, 상생의 윤리적 목표도 달성하고자 한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의 핵심에는 개인과 지역 사회복지의 증진이 자리 잡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경제를 강화하고, 빈부격차 및 지역 격차를 극복하며,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과 기능이 주어진다. 이를 토대로 삶의 질을 높이며, 상호 간의 호혜와 사회적 연대를 촉구하면서 사회통합을 이루고자 한다. 유럽연합은 사회경제 조직체의 활동으로부터 다양한 효과를 얻고 있다. 그 한 부분이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유럽연합의 사회경제 정책: 일자리 창출 추구

사회경제는 유럽연합에서 갈수록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2020년의 의제로 선정되었다. 사회경제 단체들은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사업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09년에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에는 207.000개의 활발한 사회경제적 협동조합이 있었다. 그것들은 모든 경제 영역에서, 특히 농업, 금융 중개, 소매, 주택 산업, 건설 및 서비스 부분에서 고용자-협동조합 형태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 협동조합은 470만 명에게 일자리를 직접 제공하고 1억8천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건강보험에 기반한 사회복지 기관은 1억2천만 명에게 보험이나 지원을 제공했다. 유럽연합 내에서 보험 시장의 점유율은 높고, 공동(상호간) 보험의 시장 점유율은 24%이다. 2010년에 이 협회들은 유럽연합 27개국에서 630만 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그들은 국내 총생산의 4% 이상 기여하고 있다(Europaeischer Wirtschafts- und Sozialausschuss, Die Sozialwirtschaft in der Europaeischen Union. 2012, Bruessel, Belgie,  S. 12 [www.eesc.europa.eu, 검색일: 2019.12.10.]).
 
유럽의 사회적 협동조합 

유럽 협동조합의 기원은 독일 라이파이젠(Friedrich Wilhelm Raiffeisen)과 슐체-델리츠(Hermann Schulze-Delitzsch)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이미 150여 년 전에 농업과 공예 분야에서 최초의 협동조합을 독립적으로 설립했다. 그들은 오늘날 독일 국민자동차로 알려진 폭스바겐과 라이파이젠은행의 선구자이다. 라이파이젠은 협동조합의 본질을 '혼자서 이루지 못한 것은 여러 사람이 이룰 수 있다.'라고 설파했다. 협동조합에 구현되는 근본적 가치는 연대를 토대로 자조 조직을 형성하고 시장에서 독립적인 경제활동에 주목한다. 나아가 정부 보조금 및 수익지향적 투자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의 요구를 위해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 독일의 신용조합 창시자 프리드릭 빌헬름 라이파이젠 (고리대금, 과도한 빚과 경매에 처해진 농민을 돕기 위해 처음으로 1818년에 신용조합을 창시함) ⓒ wikipedia
▲ 독일의 신용조합 창시자 프리드릭 빌헬름 라이파이젠 (고리대금, 과도한 빚과 경매에 처해진 농민을 돕기 위해 처음으로 1818년에 신용조합을 창시함) ⓒ wikipedia

협동조합의 법률 체계는 협동조합법이 토대이다. 그것은 1889년 이래 실존한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서 마지막으로 2006년 8월 18일에 발효되었다. 협동조합법에 따라 협동조합을 등록하려면 최소한 3명의 자연인 또는 법인이 필요하다. 회원가입은 개방적이고, 협동조합은 개인들의 자유로운 결합으로 구성된다. 회원들의 활동이 일반 대중을 지향하고 법령이 세금법의 요구 사항에 적절하게 설계되었다면 공익단체로 인정될 수 있다. 협동조합의 핵심은 회원을 장려(후원)하는 것이다. 회원은 의사결정자인 동시에 경영파트너 및 투자자이다. 협동조합의 기본 원칙은 자조, 자치 및 자급자족이며, 자본을 증식하거나 시장을 위한 생산이 아니다. 즉 이익 극대화가 아니고 항상 회원과 그들의 사회적 또는 문화적 이익을 증진시키고, 경제를 장려하고자 한다. 협동조합의 모든 회원은 기부금과 관계없이 동일한 투표권을 가진다. 이는 소위 민주주의 원칙이며, 협동조합을 시민사회의 모델로 만드는 데 하나의 토대이다. 협동조합을 탈퇴할 때, 본인이 지불한 지분을 돌려받는다. 등록된 협동조합은 단지 조합의 자산에만 '책임'을 갖는다. 따라서 회원은 협동조합의 '자본 지분'의 일부 주식에 지불한 입금액에만 책임을 진다. 

유럽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은 정확하게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많고, 그들의 활동은 다양하다. 협동조합 활동이 가장 활발한 이탈리아는 2005년에 7.300개 이상의 사회적 협동조합과 260.000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했다(Muenkner, Hans-H.  und Werner Grosskopf und Guenther Ringle, Unsere Genossenschaft: Idee – Auftrag – Leistungen. September 2017, Deutscher Genossenschafts-Verlag).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사회적 협동조합 운동의 선구자이다.  

협동조합은 토착적이자 협력적이고, 공생하려는 사회적 가치에 상응하려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점들은 특히 세계금융시장 위기 이후 더욱더 중요해졌다. 지역적 지향, 장기 전략 추구 및 회원의 이익을 위한 사고와 행동은 특히 협동조합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인들이다.

독일의 사회적 협동조합 사례: "자력갱생한 협동조합(HausGemacht eG)" 

사회적 협동조합은 연대를 바탕으로 일자리를 창출한다. 그 하나의 사례가 독일의 "자력갱생한 협동조합(HausGemacht eG)"이다. 이 사회적 협동조합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등록·설립되었고, 독일에서 성공적인 하나의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는 뮌헨에서 1998년에 '실업 대신 금융 업무'라는 모토로 출발했고 구직 기회가 거의 없는 장기 실직자인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이 여성들은 주로 저숙련 노동자, 장기 실직자, 한 부모(주로 여성), 이주 여성 등이다. 이들은 주로 사회복지에 의존한 여성들이었다.

▲ 자력갱생한 협동조합(경력 단절 여성들이 자신들을 위해 창출한 협동조합) 의 구인광고 ⓒ hausgemacht-muenchen
▲ 자력갱생한 협동조합(경력 단절 여성들이 자신들을 위해 창출한 협동조합) 의 구인광고 ⓒ hausgemacht-muenchen

이러한 여성들의 문제는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다르게 부여되는 '성별 특정적(geschlechtsspezifisch)' 역할, 예컨대 여자는 가사노동 그리고 남성은 생산 노동의 분담과 이에 부합한 가치를 산출하는 가부장적 위계질서에 기인한다. 여성 활동은 무보수 근로이며 남성의 생산직 활동은 유급 노동이다. 이 노동 분업은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보완적이다. 여성은 아이들을 키운 후 생산직 노동세계에 진입하는 것이 어려워 경력단절을 경험한다. 이러한 상황에다 1980년대 초부터 신보수주의 정책이 등장하면서 여성은 더 불리한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다. 노동계에서는 구조조정이 시작되었고, 신보수주의 경제정책에서 여성들은 먼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다. 갈수록 여성들에게는 노동시장의 진입은 어려워졌다.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여 여성들이 협동조합 운동을 일으킨 것이다. 이는 당대의 여성운동에 큰 영향을 받았다. 그 예가 바로 "여성경제(WeiberWirtschaft)"이며, 여성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스스로 창출한 것이다. 그들은 창업하여 이윤 극대화가 아니고 상호협력과 연대를 통한 공존을 지향하는 경제구조를 추구했다.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에 의해 부상하는 빈곤과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협력이 요구되었고, 이에 대한 답으로 소외된 여성들이 모여 공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했다. 

여성들은 '자력갱생한 협동조합'을 사업금융 금 50유로를 가지고 조직했고, 협동조합의 공동 소유주가 되어 자신의 일자리를 만들어 노동 임금을 스스로 마련했다. 나아가 회사 개발에 대한 공동결정권을 가지고 지도적인 관리 업무도 수행했다. 그들은 노동시장에서 평등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세 사람의 고객으로 시작하여 15년 후에는 180명으로 증가했고, 직원 수는 4명에서 42명으로 늘었다. 그동안 약 150명의 여성들은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할 기회를 가졌고, 그중 많은 여성이 이 협동조합을 자신의 근무처나 다른 직장으로 옮겨가는 발판으로 사용했다. 이 협동조합은 점차 국가 보조금 지원도 줄여갔다.   

사회경제는 그동안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 및 부의 공정한 분배에 필요한 도구로도 확인되었다.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며, 경제활동의 가치를 높이고, 노동시장의 왜곡을 수정하며, 경제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 강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사회적 협동조합의 기본 의도는 혼자보다 모두가 '함께 더 나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고 자립과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정신은 남북한이 함께 통일의 과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하다. 해외 및 남측의 자본으로 북측에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가 자리를 잡고 강자독식하기 전에 남북한이 미래의 공동의 삶을 위해 사회적 협동조합을 함께 세우는 것은 의의가 있다. 

사회적 경제는 개인보다는 공동의 복지와 공생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서 사회적 응집력을 즉 통합을 높이고자 한다. 이는 사회통합을 위해 중요한 수단이다. 

사회경제에 기반하는 자조 조직인 국가 보조금 등, 외부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독립적인 경제 활동을 지향한다. 장기 실업자인 빈곤층 여성들은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실직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삶을 영위한다. 이는 자존감을 높이고, 독자적인 생활을 개척하는 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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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순 (前 독일 괴테대학교 한국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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