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공은 공공의 적?혁신을 위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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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공은 공공의 적?혁신을 위한 이해
  • 2021.02.16 16:28
  • by 김정란 기자
ⓒPixabay.Ag Ku
ⓒPixabay.Ag Ku

"관은 왜 협력하지 않나요? 이렇게 좋은 시도를 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까요?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어요."

공공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한 일을 해본 개인이나 조직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사회적경제조직이나 사회혁신조직들은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보니 공무원들과 만날 일이 많고, 그러다 보면 변화를 꺼려하는 그들의 태도에 질릴 때가 있다.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공공이 시민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당황스럽고 분노하는 마음이 들 수 있다.

소위 '갑질'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만난 한 취재원은 한 행사에서 공무원의 행동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가 오히려 눈칫밥을 얻어먹은 사연을 들려주기도 했다.

자세히 쓸 수는 없지만 경악스러운 사연이었다. 취재차 전화하면 "담당자에게 전화 돌려드리겠습니다"를 서너 번쯤 듣다가 어느 라인에선지 전화가 끊기는 경험을 적잖이 한 바 있는 기자 역시 같이 분노하고 돌아서고 나니 한숨이 난다. 사회적경제조직, 사회혁신조직과 공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공공'이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가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것"이다. 두루 관계되는 변화를 일으키려면 이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들을 움직일 수 없다면 궁극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캠페인은 참여하는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어내지만, 정책의 변화는 의무로 부여되고, 결국 모두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춘천 석사천 환경을 시민 주도로 변화시키는 사업에 참여했던 연세대학교 원주혁신사업단 양진운 교수는 "공무원은 제도의 전문가"라며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누구보다 더 큰 아군"이라고 했다. "그걸 꼭 해야 하냐"는 질문도 받았다던 양 교수는 "그들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의 특성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혁신시제품 홈페이지 갈무리.
혁신시제품 홈페이지 갈무리.

여전히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공공기관도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송위진 선임연구위원은 한 포럼에서 '공공 혁신시제품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대부분은 좋은 신제품이 나왔다고 해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이전에 쓰던 것'을 선택하게 되기 마련인데, 조달청에서 공공서비스 개선에 적용할 상용화 전 혁신제품을 제안받아 평가를 통해 '혁신시제품'을 선정해 혁신적인 제품들을 공공기관에서 먼저 구매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한층 낮춘 것이다. 이를 먼저 선택해 사용해 본 기관은 그 결과를 공개해 구매가 확산되도록 하고 있다.

일부 도시재생지원센터에는 공무원이 센터에 파견 나와 행정업무를 처리해주는 경우도 있다. 기존의 방식은 중간지원조직이 잘 모르는 행정 업무에 소모하는 에너지가 많고,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일하다 보니 번번이 연락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모되는 업무방식이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다. 행정업무 전문가인 공무원이 직접 파견되는 방식은 중간지원조직이 본업에 집중할 수 있고, 효율적으로 일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최근 만난 또 다른 취재원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SNS '클럽하우스'에 혁신과 관련된 방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공무원을 본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변화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은 공공기관의 특성 때문일 수 있다. 공공은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인사고과 등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위협으로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공무원 순환보직제를 택하고 있는 조직들은 담당이 일이 익숙해질 만 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 공무원들의 이런 부분에도 혁신이 필요하지만, 현 상태에서도 그들이 우리의 요구에 함께하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결국 우리의 일이다.

협력은 언제나 어렵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조직 내에서도 어렵고 갈등이 생긴다. 하물며 특성이 전혀 다른 조직이라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어렵다고 포기하면 우리가 추구하는 변화는 결국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셜밸런스 이영동 대표는 "목표가 같더라도 각 조직마다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누가 틀렸다기보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서로 다른 점을 알고 존중할 때 협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전과 책임이 중요한 공공기관에 그것을 포기하라고 하면 협력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마음 속에 축적된 경험을 통해 '관', '공공', '공무원' 등으로 일반화, 대상화하면 갈수록 이들과의 협력이 어려워진다. 다른 도전에 대한 의욕도 꺾일 수밖에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답답한 속도에 한숨이 나올 때라면 심호흡과 함께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있던가"라고 되뇌어보자. 작게나마 반응이 온다면 "방귀가 잦으면 똥이 나온다던데"라고도.

사족. 오해를 살까 봐 밝혀두지만 이 글은 공무원들의 편을 들어주기 위해 적는 기사가 아니다(이렇게 공무원이 많은 세상이지만, 기자의 직계가족 중에는 공무원이 없다). 어쩌면 역시 공공과 함께 일하지 않을 수 없는 기자로서 스스로의 다짐과도 같은 글일지도 모른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담당 공무원 바꿔드릴게요~"라는 말에도 분노하지 않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공무원 조직에 혁신이 일어나 업무를 꿰고 있는 '전문 공무원'을 만나게 되길 기대하면서. 함께 혁신을 이루는 그날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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