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탐방] 기술이 지역 곳곳을 엮어나갈 때 일어나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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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탐방] 기술이 지역 곳곳을 엮어나갈 때 일어나는 변화
기술을 통한 사회혁신에 동참하는 엔유비즈 인터뷰
  • 2021.03.08 20:00
  • by 김정란 기자

모두가 사회혁신을 말하지만, 사회혁신은 한 분야의 전문가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 본질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들이 있지만, 이들만의 힘으로는 진정한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 같던 기업들도 자선 방식의 사회공헌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학문의 전당이었던 대학교나 연구기관도 연구 결과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사회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현장에 참여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기업, 민간단체, 학교, 기관 등을 통해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이보현 대표와 엔유비즈는 기술을 통한 사회혁신에 동참하고 있다. ⓒ엔유비즈 
▲이보현 대표와 엔유비즈는 기술을 통한 사회혁신에 동참하고 있다. ⓒ엔유비즈 

'가로등이 밝다'라는 기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10w면 어둡고, 100w면 밝을까? 엔유비즈의 이보현 대표는 "똑같은 전력 에너지를 쓰더라도 어디에서는 밝고, 어디에서는 어두울 수 있다. 똑같이 100w를 쓰더라도 어두운 곳에 90w, 밝은 곳에 10w를 쓰는 것이 체감하기에 훨씬 밝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엔유비즈는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적정한 기술로 적합한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 동참하고 있다.

광주에 적을 둔 엔유비즈는 지난 2012년 1월 설립한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업체다. 그동안 치매노인 커뮤니티케어, 다문화 이해를 위한 소통 플랫폼 구축, 무장애 여행을 위한 플랫폼, 농인-수어통역사 매칭 서비스 등을 개발하는 사업에 참여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

엔유비즈가 개발하는 프로그램의 특징은 '과한 기술'보다는 사용자에게 맞는 '적절한 기술'을 적용해 솔루션을 제안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소프트웨어로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이 대표는 공무원 출신이다. IT전략기획분야 담당이었던 그가 공공기관에서 홈페이지를 제작한 경험을 들려줬다. "외국어 홈페이지를 같이 만들어야 해서 살펴보니 대체로 한글 홈페이지를 만들어놓고, 번역을 제공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직접 외국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국적별로 편하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 달랐다"고 했다. 도표 위주의 설명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텍스트 위주를 선호하는 미국 등, 나라 별로 선호하는 형식이 달랐다는 이야기다. 결국 언어권 별로 다른 홈페이지를 제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시민이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업무를 해야 하던 이전 직업은 개인의 비즈니스에서도 적용됐다. 이 대표는 공공의 데이터 중 시민들이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만들고 쓸 수 있게 하는 '커뮤니티매핑' 작업을 한 적 있는데 이때도 느낀 것이 많았다. "공공데이터는 정적인 데이터다. 그런데 여기에 주민들의 체감정보가 결합되어야 한다. 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주민들이다. 결국 주민들이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다를 때 일어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만드는 것과 모르고 만드는 것은 다르다. 그는 2016년 ICT(I Create Town) 착한상상 광주광역시 용봉동 치매노인 관련 사업에서도 이런 경험을 했다. 모임에 나왔던 친구가 치매를 앓는 부모님이 없어졌다는 연락을 받고 황급히 나가는 것을 본 이 대표는 치매노인 관련 장비를 알아보게 됐다. 당시에도 치매노인 위치 추적 기능 등을 갖춘 장비(배회감지기)가 있었지만, 너무 좋은 장비인 게 문제였다. 충전을 자주 해야 하고, 사용자가 나갈 때마다 챙겨야 하는데 치매라는 병 특성과 거리가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용봉동 치매노인 관련 사업이었다.

엔유비즈의 서비스는 "마을 사람 주머니 안에 스마트폰이, 치매 어르신이 가지는 배회감지기의 첨단기능을 스마트폰 역할을 하면 어떨까"에서 시작됐다. 구청을 통해 용봉동 마을과 연결됐고, 치매 환자 그리고 보호자들을 직접 만났다. 그리고 치매환자들에게 2, 3만 원 정도면 되는 '비콘'이라는 목걸이를 소지하게 했다. 마을 사람 스마트폰이 이 장비의 위치를 탐지해 줘서, 배회 신고가 되면 보호자와 관제센터에서 쉽게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이 장비는 일상에서도 자주 다니는 길의 데이터를 수집해 통계를 내서 치매 환자가 없어지더라도 자주 가던 곳부터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적정한 기술로 마을 주민들이 치매 노인을 함께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 것.

개발자로서의 이 대표는 사회혁신에 있어 '적정기술'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은 한 번의 첨단기술을 이용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100억 원이 드는 첨단기술을 들여와 한 번에 확 끝내는 것이 아니라 10억 원이 드는 기술로 적정한 솔루션을 만들고, 사회의 변화에 맞춰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 사회문제 해결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일반 기술중심의 R&D와는 달리, 사회혁신의 R&D는 유연하게 바뀌면서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문제 솔루션을 위해 일하는 기업들은 시민이나 공공기관과 협력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공무원 출신이기도 한 그에게 공공과 일할 때의 조언을 부탁했다. 이 대표는 "역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각자의 미션이 다르다. 그걸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공무원 중에서도 나보다 혁신적인 분들도 많이 계시더라. 다만 그분들이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고, 행정의 틀 안에서 행위해야 하고, 자신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라고 조언했다.

그 예로 회현마을 프로젝트를 들었다. 김해시청과 협력한 이 사업은 디지털 자립형 사회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동네의 협동조합 참여자들이 응급, 지원활동 도우미 역할을 하겠다 나섰고, 행정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공구센터를 만들고 공구 등을 빌려 갈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고령자들이 스마트폰을 잘 이용하지 못 하니 콜센터를 만들고, 노인일자리 사업과 연결해 어르신들이 일하실 수 있게 했다. 이 대표는 "이런 건 민간기업이 할 수 없는 것이다. 자기 역할을 명확하게 찾아가는 게 중요하고 그런 공공이 늘고 있다. 각각의 역할을 찾아야 하고, 그 이상을 넘어가는 것은 누가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논의해서 찾아가는 것이 파트너십이다. 실제 해보면 되더라"고 강조했다.

▲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 매칭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직접 만난 당사자들은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엔유비즈
▲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 매칭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직접 만난 당사자들은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엔유비즈

수어통역사와 농인 매칭 프로그램에서는 당사자들 간의 접점을 찾으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수어통역사에게 의존할 일이 많은 농인의 특성상 가까우리라 생각한 두 집단 사이에 의외의 견해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자주 만나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이 대표는 "프로그램을 쓰는데 농인이 번거로워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논의를 하던 중 수어통역사들이 '저희가 직접 만났을 때 해줄 테니 그분들이 편하게 쓰도록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하시더라"며, 또한 "자주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계획보다 여러 번 회의를 해야 했는데 나중에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들이 '저희 때문에 힘드시죠?'하고 물어보시길래 '즐겁다'고 대답했다. 생각해봐라. 어떤 사용자가 용역 개발사 걱정을 그렇게 해주겠나?"라며 웃었다. 사용자, 공급자 등 이용 주체들이 모두 모여 기술을 개발하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이 즐거우므로 엔유비즈의 리빙랩을 통한 사회혁신 비즈니스가 계속될 수 있다.

엔유비즈는 앞으로 어떤 기업이 될까? 이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광주의 '시민Re100(시민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에 동참할 계획을 갖고 있다. 개인의 Re100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고민하고 있다. 내가 배출하는 탄소량, 전기차를 타거나 걸어 다니면 얼마나 탄소를 절감시킬 수 있는지 측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장기적인 고민도 있다. "지금까지는 사회혁신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한 것이다. '반대로 비즈니스로 사회혁신을 하고 있는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런 맥락에서 회사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바뀌는 게 맞는지 고민하고 있다"라며 "원래 내 꿈은 소프트웨어 디벨로퍼 컨버전스(SDC, Software Developer Convergence), 소프트웨어 개발자 융합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이제는 혼자 만든 기업이 우리 구성원들끼리만 먹고사는 게 아니라 이 회사가 좀 더 긴밀하게 지역 사회의 구조와 엮여가면 좋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구성원들이 풍족하게 살면서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닌가?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지역사회와 이 회사를 많이 엮어놓는 일을 하는 것이 내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해, 지역 사회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시민들의 불편함을 해결해내는 기업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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