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家] 20대 중반, 나는 왜 세대주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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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家] 20대 중반, 나는 왜 세대주가 되었나
'사회주택' 청년층 주거 대안될까?
  • 2020.10.24 00:34
  • by 전윤서 기자
10:22

저렴한 임대료로 집주인의 횡포 없이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다면 어떨까. 더불어 마음이 잘 맞는 이웃과의 교류까지 이어진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서울에 사는 청년(20~34세)의 경우 대학과 취업 등의 이유로 타지역에서 서울로 온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삶은 열악하다. 2015년 통계개발원 연구보고서 발간자료(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서울 1인 청년(20~34세) 가구의 주거빈곤율은 37.2%로 전국 1인 청년가구의 주거빈곤율(22.6%)보다도 월등히 높다. 주거빈곤율은 주거기본법의 최저 주거기준(1인 가구 최저 14㎡ 등)에 미달하거나 비닐하우스ㆍ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오피스텔 제외)와 지하(반지하)ㆍ옥상(옥탑) 거주 가구의 비율이다. 서울시의 청년들은 '지옥고(지하/반지하, 옥상/옥탑방, 고시원)'에 전전하다가 30대가 되면 서울 밖에 거주지를 정하게 된다. 집을 사야만 비로소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걸까.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는 주거 환경 속에서 당신은 어떤 집을 꿈꾸는가.

집(家)은 원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공간이다. 집은 이웃과 더불어 오랫동안 즐겁게 사는 곳이다. BUY(산다)의 개념에서 LIVE(살아가는) 개념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주거문제를 공공이 다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민관이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라이프인은 청년 주거의 새로운 대안 '사회주택'의 현주소와 과제, 국내외 사례를 통해 주거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는 기획을 연재해 싣는다. [편집자 주]

 

2019년 2월 24일 대학원 개강을 일주일 앞두고 상경(上京)했다. 나는 혼자 살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혼자 사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막연히 '혼자 살면 좋을 것이다.'라는 생각에 빠져있었을 뿐. 서울살이를 결심하고서 두려웠던 것은 두 가지였다. '치안'과 감 잡을 수 없는 '집값'. 대학원 합격 통보와 함께 서울에서 내 몸 하나 누일 곳 찾기가 시작되었다. 본고에서는 기자가 직접 집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싣고자 한다. 

▲ ⓒ라이프인
ⓒ라이프인

모아놓은 목돈이 없으니 당연히 월세를 알아보기로 했다. 가장 빠르게 서울의 월세가 얼마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법은 부동산 앱을 통해 매물을 보는 것이다. 학교와 멀어지면 교통비가 더 든다고 생각하니 최대한 학교 가까이 월세를 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쳇말로 '힙'플레이스인 학교 주변은 나의 주머니 사정을 알아주지 않았다. 사정에 맞는 월세를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원룸 기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5만 원에서 시작이었다. 여기에 관리비는 또 무엇인가. 지방에서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에서 살면 내는 관리비가 서울에는 어느 원룸에나 다 관리비가 별도였다. 월세가 저렴하면 당연히 보증금이 비쌌고 월세가 비싸면 매월 그 금액을 감당하기 부담스러웠다. 

이때의 선택지는 이러했다. 
① 적당한 원룸을 구해 한 달에 60만 원 정도 월세를 내고 살기 
② 면접 때 한 번 왕복 4시간이 걸려 통학해본 경험이 있는 이모네 집에서 살기
③ 기숙사에 살기

기숙사에 살기로 했다. 월세가 저렴했고 학교도 가까웠다. 무엇보다 안전하다고 생각되었다. 학교의 기숙사는 총 3곳이었다. 학교 안에 있지만, 시설이 안 좋은 기숙사, 시설은 좋지만 월세가 조금 더 비싼 기숙사, 학교와 걸어서 20분 정도 되는 거리에 떨어져 있지만 월세가 저렴하고 시설이 좋은 기숙사. 건강에도 좋을 것 같으니 하루에 왕복 40분 정도는 운동이라 생각하고 월세가 저렴한 쪽을 택했다. 기숙사에서의 생활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저렴한 월세와 안전함, 외롭지 않게 룸메이트가 있다는 것. 단점으로는 기숙사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내가 있었던 기숙사는 식당이 없었다. 공용 취사실에서 밥을 해 먹거나 근처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밥과 반찬, 간식을 훔쳐 가는 도둑도 있었다. 룸메이트를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같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보니 언제 불을 끌 것인지, 청소는 누가 할 것인지 예민한 문제가 많다. 다행히 내가 만난 룸메이트는 천사였다. 그런데도 기숙사 생활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공용 취사실에서 관리가 되지 않는 식자재 문제와 나의 영역이 없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2학기 기숙사 연장에 점검하지 않았던 탓이 제일 컸다. 

▲ 기숙사 입주 첫 날 ⓒ라이프인
▲ 기숙사 입주 첫 날 ⓒ라이프인

다시 원점으로. 월세를 구하거나 다음 학기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단기 셰어 하우스에 들어가거나. 나는 저렴하고 살만한 월세를 찾기로 했다. 당시 넘쳐나던 과제들과 그로 인해 쌓여가던 책들, 밤샘 작업을 한 학기 해보니 혼자 사는 것이 맞다는 결론이었다. 여우비가 내리던 2019년 8월의 어느 날 기적처럼 보증금 1,000만 원에 관리비 포함 45만 원 반지하 아닌 월세방을 구했다. 기숙사가 한 달에 30만 원이었으니 15만 원이 더 들었다. 사실 여기에 공과금은 따로 내야 하니 한 달에 적어도 50만 원이 내 몸 하나 누일 곳에 쓰인다. "한 달에 50만 원... 한 달은 30일, 하루에 16,700원…" 하루에 숨만 쉬어도 16,700원이 지출된다. 그러다 문득 "난 하루에 숨만 쉬어도 16,700원이 지출될 만큼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지방으로 가면 될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다른 세상,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내가 자라온 터를 한 번 벗어나 보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나. 지방에서 간접적으로 이럴까? 저럴까? 느꼈던 것을 이곳에서는 옆 강의실, 내 동료가 직접 이루고 있는 것들이었다. 신기했다. 갈 땐 가더라도 뭐가 다른지 어떻게 하는지는 알고 가고 싶었다. 

월세는 줄일수록 좋다. 왜? 나의 심리적, 금전적 부담을 덜어주니까. 줄일 수 있으면 줄이자. 청년 주택 정보 커뮤니티, 알뜰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유튜버, 주변 지인을 총동원해 나의 선택지가 앞서 언급했던 것들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정된 선택지
① LH 한국토지주택공사 각종 청년 주거 지원
② SH 서울주택도시공사 각종 청년 주거 지원 
③ 사회주택
④ 역세권 청년 주택

청년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있었다. 시기와 조건이 맞으면 월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 청년의 입장에서 주거를 해결해주는 지원이 반갑다. 하지만 지원을 받아 집을 구하려는 청년들은 쉽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 청년 주택 정보 커뮤니티에서는 각종 사기와 중개인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겪은 경험이 차고 넘쳤다. 역세권 청년 주택은 '동네 분위기'를 망치며 원룸 임대업 종사자들의 생계가 위험해 사업 추진 단계부터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한편으로는 민간에서 공급하는 주택을 거부하는 것은 경쟁을 거부하는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듣는다. 경쟁을 거부하는 것. 이것이 경쟁을 거부하는 걸까? 오히려 과열된 경쟁은 오르지도 못할 나무 쳐다볼 생각도 못 하게 하진 않는가? 저렴하게 공급되는 청년 주택으로 인해 주변 부동산 업계가 힘들어진다면 그 원인은 청년 주택이 아니라 높은 임대료 때문이 아닌가? 머릿속의 실타래들은 엉켜갔지만 어떻게든 지원은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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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인

서울시사회주택플랫폼, 마이홈포털, LH청약센터 등 정보가 올라오는 사이트를 드나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학교와 일터가 가깝고 임대료도 저렴하게 공급되는 청년 주택 지원 일정이 올라왔다. 조건에 맞추기 위해 그간 미뤄왔던 전입신고도 했다. 난생처음 세대주가 되었다. 청년 주택의 경쟁률은 어마어마했다. 우스갯소리로 '명문대학 입학이 더 쉽겠어'라는 말도 들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서는 준비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였다. 분양받을 원룸의 크기는 6평. '평수가 좀 작아..', '서류 준비 너무 번거로워'라고 하니 '아쉬운 게 없어서 그러지?'라는 말을 듣는다. 아쉽다. 아쉬우니 그마저도 열심히 준비했다. 

네덜란드는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비중이 30%를 웃돌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 유럽 국가는 사회주택,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비율도 높고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우리나라와는 온도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비교적 가까운 나라 싱가포르의 경우 공공주택 공급률이 90%가 넘는다. 캐나다는 청년들이 실소득 30%의 적정한 임대료를 내고 주거하는 적정 주거가 있다. 평생 번 돈으로는 집을 살 수 없는 세대이다. 집을 살 수 없다면 매달 나가는 월세만큼은 감당이 되는 정도여야 한다. 집은 하루의 끝자락, 무사히 돌아와 편히 쉬는 공간이다. 청년에게는 꿈을 펼치는 시작의 단계가 되기도 한다.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미래 세대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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