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동산은 가능하다, 부동산에 새로운 상상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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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동산은 가능하다, 부동산에 새로운 상상력을!
[소셜복덕방 - 삶이 깃든 부동산, 사회가 깃든 부동산 ⑪]
  • 2020.01.13 10:30
  • by 정지영 (사회혁신기업 더함 팀장)
복과 덕을 생기게 하는 것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복덕방(福德房)은 말 그대로 복과 덕이 있는 방을 의미한다. 과거 동네에서는 제를 올리기 위해 각자의 형편에 맞게 음식과 돈, 노동력을 제공하고 당산나무나 근처 넒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제사음식을 모두가 나눠 먹었다. 그리고 음식과 정을 나누던 그 공간을 복덕방이라고 일컫곤 했다. 이렇듯 우리의 삶과 사회적인 영역 속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던 복덕방은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업자들의 등장으로 어느새 이름도 부동산중개소로 바뀌었다. 집과 토지를 의미하는 부동산도 더 이상 삶의 터전이 아닌 투기와 축적의 수단이 되었다. 최근 부동산 문제의 대안으로서 사회주택, 시민자산화, 공유공간 등 모델이 소개되고, '사회적 부동산'이라는 새로운 인식틀과 담론이 제안되고 있다. 삶과 사회가 깃든 부동산인 '사회적 부동산'을 사회혁신기업 더함과 함께 라이프인이 소개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상상력, 사회적 부동산 

1968년 프랑스 낭테르 대학에서는 학내 문제로 시위가 일어났다. 이 시위는 미국의 베트남 침공과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을 항의하는 시위로 확대되고, 기성세대와 국가 권력에 저항하는 혁명으로 발전했다. 프랑스 학생들이 시작한 혁명의 물결은 미국, 독일 등 세계 곳곳으로 퍼졌다.

소위 '68혁명'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국가 권력이 개인의 삶에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에 대한 거부의 움직임이자, 냉전시대 이후 국가와 시민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젊은이들은 인간의 가치와 이상보다 물질적인 풍요를 추구하는 기성세대와 이러한 분위기가 만연해진 사회에 저항했다. 자신들을 억누르는 모든 권위와 권력, 체제와 구조 등에 반대하며 시작된 저항운동은 노동운동, 여성 운동, 평화 운동, 환경 운동 등 새로운 사회를 열망하는 힘의 밑거름이 되었다.

▲ '68혁명'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국가 권력이 개인의 삶에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에 대한 거부의 움직임이자, 냉전시대 이후 국가와 시민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페이스북Mai68Records

기존의 체제와 구조를 개혁하고자 하는 68혁명의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그 원천은 "상상력에 권력을"이라는 68혁명의 구호처럼 새로운 시대를 열망하는 '상상력'에 있었다. 단순히 기존 체제와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망 담은 상상력으로 대안을 만들어 낸 것이다.

68혁명이 냉전시대 이후 사회의 새로운 약속을 만들어 내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면, 사회적 부동산은 양극화 심화, 사회적 안전망의 붕괴, 시민 삶의 질 하락 등 우리 시대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개발, 운영 구조에 있어 보다 새로운 상상력이 요구된다.

사회적 부동산의 확산을 위한 상상력, PSPP(Public-Social-Private Partnership)

주택, 사회기반 시설 등 많은 부동산 자산들은 공공의 재원 부족이나 사업모델의 제약 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의 창의력과 자본을 통해 PPP(Public-Private Partnership)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PPP 방식의 개발은 다양한 부동산 자산을 만들어 냈다는 데 성과가 있지만, 자본이익의 극대화 경향에 의한 공공성 감소라는 한계에 직면했다. 이는 가깝게는 과거 뉴스테이 정책에 대한 '시공사와 금융자본이 개발이익을 독점하며, 민간투자사업의 민간 수익을 보존해 주기 위해 무수히 많은 세금이 사용되었다'는 비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PPP 방식의 개발에서 공공성을 향상할 수 있는 제도 개선과 공공의 통제가 진행되고 있지만, 부동산 산업의 플레이어들이 추구하는 이익 극대화를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회적 부동산은 공공, 사회적 경제, 민간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면서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방식인 PSPP(Public-Social-Private Partnership) 방식으로 협력한다. 사회적 부동산을 PSPP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의 목표는 아래와 같다. ① 시민들의 삶과 생활을 재구성하고, ②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이익을 통해 각 주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③ 개발이익이 자본이 아닌 시민과 지역에 귀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PSPP 방식의 개발이 앞선 목표들을 달성할 수 있는 이유는 공공과 민간 사이에서 사회적 경제가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 주체가 '공공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과 '민간이 추구하는 이윤'의 간극을 조율하고, 개발과 운영 과정을 주도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전통적 부동산 개발 및 운영 방식과 사회적 부동산 개발 및 운영 방식 간의 대별점 ⓒ더함

PSPP 방식의 사회적 부동산 사례 ① 명동 타운매니지먼트

사회혁신기업 더함은 서울시 중구 명동1가 1-1 일원(약 47,000㎡)에서 공공(서울시, 중구), 민간(은행연합회, 중국건설은행, 위워크을지로 등), 사회적 경제 및 시민사회 주체들(더함, 어반트랜스포머, 한국YWCA, 서울YWCA 등)과 함께 타운매니지먼트를 진행하고 있다.

명동은 과거 독립운동의 중심지이자 해방 후 민주화운동의 중심지로 기능했고, 현재는 글로벌 관광명소이자, 서울의 전통적 업무중심지역으로서 가장 자본이 집약되고 상업화된 공간이다. 더함은 PSPP 방식의 명동 타운매니지먼트를 통해 명동에 새로운 사회혁신 축을 조성함으로써, 시민들의 교류와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사회혁신 주체들의 협력이 일어날 수 있는 진원지로 만들어 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민간의 공개공지, 공공의 가로(街路) 공간, 사회적 경제와 시민사회의 소셜거점 공간 등 다양한 자원을 공유·활용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더함은 명동성당 앞에 위치한 한국YWCA회관과 커뮤니티하우스 마실 부지를 20년 동안 마스터리스(master lease)함으로써 명동 타운매니지먼트의 핵심이 되는 소셜거점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올 해 10월 한국YWCA회관의 리모델링이 끝나고, "(가칭)Page1"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리테일/오피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도 임팩트펀드, 은행 등 본 프로젝트가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에 공감하는 다양한 금융권과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자본이 가장 집약적인 명동에서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PSPP 방식의 사업구조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 주체가 공공과 민간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협의체를 만들어 내고, 이들이 보유한 자원이 서로 공유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본 프로젝트의 사회적 가치에 공감하는 임팩트펀드와 기존 금융권의 자금조달을 연계함으로써 공공의 일방적 지원 방식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부동산 조성을 진행하고 있다.

▲명동 타운매니지먼트 시범사업 개요. 명동1가 1-1 일원은 독특하게도 금융 영역의 주체들 외에 시민사회 주체들,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어우러져 입지해 있는 지역이다. 명동 TM은 명동 지역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각 주체들의 니즈/이해관계를 확인하고, 협력하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 중에 있다. ⓒ더함
▲소셜디벨로퍼로서 더함은 극도로 상업화된 명동 지역(붉은색)에 시민사회 주체, 사회적 경제 주체들과 함께 사회혁신의 거점(푸른색)을 마련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더함

PSPP 방식의 사회적 부동산 사례 ② 협동조합형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현재 남양주시 별내와 고양시 지축에서는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각각 491세대와 539세대 규모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 공급되고 있다.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은 뉴스테이 사업의 공공성(임대조건, 입주자격 등)을 개선한 사업으로, 사회혁신기업 더함은 사회적 경제 방식의 '협동조합 모델'의 연계를 통해 공공성을 더욱 향상했다.

협동조합형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 일반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보다 공공성을 향상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PSPP 방식의 사업구조이다. 일반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은 영리 건설사와 금융자본이 사업을 시행하는 SPC(부동산투자회사법상의 REITs)에 보통주 지분을 소유함으로써 자신들의 공사도급비와 사업비 대출 금리와 같은 이윤 책정에 관여할 수 있다. 나아가 SPC 청산 시 자본이익을 추가로 획득함으로써 이윤극대화가 가능하다.

협동조합형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은 사회적 경제 주체가 직접 시행함으로써 민간의 이윤극대화 경향을 통제해 총 사업비를 절감하고, 총 사업비 절감의 효과를 저렴한 임대료로 입주자들에게 돌려준다. 나아가 입주 시점에 입주자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이 SPC의 보통주 지분을 모두 획득하도록 함으로써 청산 시 개발이익을 입주자사회적협동조합에게 귀속하도록 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은 협동조합 기본법상 이익잉여금을 조합원들에게 배당할 수 없으며, 정관상 목적사업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입주자들의 장기적인 거주와 지역 공동체 조성에 개발이익이 사용될 수 있다.

PSPP 방식의 구조는 협동조합형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개발 및 운영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일반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과 달리 영리 건설사의 SPC 출자를 최소화하고, 사회적 경제 주체가 대부분의 보통주 지분을 소유함으로써 단순 도급의 형태로 건설사가 사업에 참여한다. 나아가 사업 전반의 이해관계와 거버넌스를 사회적 경제 주체가 조율함으로써 공공(국토교통부, LH공사, HUG 등)의 공공성 향상 니즈와 임차인들의 주거 안정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입주자 협동조합과 거버넌스를 통해 아파트 공동체를 조성하는 것이다.

사회적 부동산의 상상력에 기회를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에서는 부동산 개발을 둘러싼 무수히 많은 욕심, 소외가 발생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핵심 정책 중 도시재생, 생활SOC 사업에서도 사회적 경제 주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언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PSPP 방식을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의 주도성은 기회를 잃고 있다. 올해 7월이 되면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서울시 면적의 절반이 넘는 공원이 없어지는데, 도시공원특례사업은 영리 건설사와 금융자본의 주도로 공공성을 잃어가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의 상상력이 필요하고, 그 상상력이 실현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기회가 필요하다. 2020년, 사회적 부동산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상상력의 하나로 기회를 얻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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