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택 문제, 과연 청년 세대만의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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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주택 문제, 과연 청년 세대만의 일일까?
  • 2021.06.01 17:19
  • by 노윤정 기자
▲ '서울하우징랩 이슈텃밭-청년주택짓는 두 청년의 토로회'가 5월 28일 진행됐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서울하우징랩 이슈텃밭-청년주택 짓는 두 청년의 토로회'가 5월 28일 진행됐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문제는 뜨거운 화두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전국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선다(104.8%). 인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수도권만 보더라도 주택보급률이 99.2%이다. 주택이 보급되면 주거 문제가 안정되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렇게 주택보급률이 높은 상황에서도 아직 우리 사회 주거 문제는 안정되지 않았다. 주거 문제는 삶의 안정성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특히 취업난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주거 취약계층'이 된 청년 세대의 주거 문제가 해결 과제로 떠오른 상황. 그 해결 방법을 두고 매일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5월 28일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 '서울하우징랩 이슈텃밭-청년주택 짓는 두 청년의 토로회'는 바로 이러한 부동산 문제와 청년주택 관련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청년주택 관련 사업을 진행해온 김명훈 함께주택협동조합 조합원(건축 담당 실무자)과 이윤형 사회혁신기업 더함 팀장이 참여하여, 한국 사회 전반의 부동산 문제와 청년주택 사업을 하면서 느낀 어려움 및 고민을 나누고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 "한국 사회, 오래 빌려 쓸 집이 없다."

▲ 김명훈 함께주택협동조합 조합원.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김명훈 함께주택협동조합 조합원. 온라인 화면 갈무리.

함께주택협동조합에서 건축 담당 실무를 맡고 있는 김명훈 조합원은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진행해온 당사자의 관점에서 '청년주택의 필요성과 흐름, 그리고 더 나은 청년주택을 짓기 위한 제언'에 관해 이야기했다.

역세권 청년주택을 둘러싼 논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면적' 문제다. 김 조합원은 "청년주택은 주택법상 최저주거기준(약 4.2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저주거기준이 청년주택 기준이 된 상황"이라며 "청년주택을 짓는 사람들도 그 면적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그렇게 짓는 이유는 쉽게 이야기하면 넓게 지을수록 (월세가) 비싸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을 위해 공공은 우선 용적률을 조정해서 민간 시공사에 혜택을 주고, 그렇게 지어진 주택 중 일부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게 한다. 그런데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워낙 적다 보니(10~20%)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을 제외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공공임대에 비해 임대료가 높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매입임대주택이다. 매입임대주택은 민간 시공사가 건물을 지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공공이 매입하고 운영사를 선정하여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과정이 길다 보니 소요 비용이 증가하고 건축사와 운영사가 분리되어 있어 건축물의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입주 대상자가 거주하기 원하는 주택의 소유자와 공공이 전세 계약을 체결하여 입주 대상자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의 전세임대주택인데, 매물도 많지 않을뿐더러 애초에 입주 대상자가 가진 자산이 부족하면 계약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김 조합원은 이를 종합하여 "우리나라에는 오래 빌려 쓸 집이 없다"고 진단했다.

이런 문제들의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만한 주택이 바로 '사회주택'이다.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의 경우를 보면, 공공이 토지를 매입하고 민간은 건물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형태다. "토지비가 비싼 서울에서 토지비를 공공이 조달하니 가격 절감 효과가 있다. 그리고 공급과 운영이 일치되어 있어 스스로 품질 관리를 하게 되니 책임 있고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30년 장기임대 형식으로 주거 안정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작동할 때는 비싼 토지 가격 때문에 구조적 결함이 생기는 지점이 있다. "전체 임대료의 1~2% 정도만 토지비로 구성되어도 전체 임대료의 80%가 토지임대료로 책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보완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를 위해 김 조합원은 몇 가지 제언을 전했다. 우선 김 조합원은 사업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하며 "전체 사업 기간을 50년 이상으로 상정하고 투자·회수 금융대출 및 상환 등을 계획하면 땅 임대 가격이 내려가게 되고 전반적인 임대료도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김 조합원은 오래 사용할 것을 상정하고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건물의 노후도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는 준공된 지 20년 이상 30년 이하(각 지자체 조례에 따름)인 건물이냐는 점이며, 재개발 주기도 해당 기준에 따라 정한다. 따라서 김 조합원은 건축물 수명을 50년 이상으로 길게 상정하고 지을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민관협력을 강조하며 "실질적으로 투자되는 금액을 볼 때 민간이 10%, 공공이 90%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민간의 자금도 공적인 주택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을 좀 더 상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투자 비용보다 얼마나 가치를 두고 노력하고 있는지에 의미를 두고 사회적인 주택들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왜 싸고 좋은 집이 없을까?

▲ 이윤형 사회혁신기업 더함 팀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이윤형 사회혁신기업 더함 팀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어 이윤형 팀장이 청년주택이 필요한 이유와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온 노력, 현 청년주택의 문제와 해결점에 대해 논의했다.

"청년주택은 필요한가?"

먼저 이 팀장은 청년주택의 필요성과 과연 청년주택 문제가 청년만의 문제인지에 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최근 청년 세대에서 화두가 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는 뜻으로 최근 부동산 투자를 위한 영끌 대출 등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패닉 바잉(Panic Buying·가격 인상이나 공급 부족을 우려한 사재기를 뜻하는 말로, 전세난에 대한 우려와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를 갖고 부동산을 매수한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주식, 비트코인 등을 언급하며 "청년들 중 몇 명이나 신용담보, 주택담보를 받아 '영끌'이 가능한지도 살펴봐야겠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 왜 지금 이런 문제가 조명되고 있을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부동산 문제는 "땀이 아닌 땅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는 것, 즉 노동소득과 자산소득으로 축적할 수 있는 부에 큰 차이가 있다는 데에서 비롯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문제는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고, 청년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그중 '집'이란 "언젠가 꼭 사고 싶고 사야만 하는 것"이다. 이 팀장은 '한국 복지자본주의의 역사'라는 책을 인용하며 이러한 인식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가가 사회안전망을 제공하지 못하고 주거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동산을 소유함으로써 각 생애주기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한국 주택정책의 흐름은 ▲1960년대~1987년: 도시화 진전으로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고 주택이 부족하여 주기적으로 가격 폭등이 일어났지만, 국가 정책은 산업 생산에 집중되어 있어 주택 공급이 민간 건설사에 맡겨진 시기 ▲1988년~2007년: 주택구매력 확대와 대량택지 공급으로 주택공급 부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으며 부족한 국가 복지를 부동산 자산 기반 복지로 해결하고자 한 시기 ▲2008년~현재: 주택의 절대 부족 문제는 해결됐으나 보편적 주거 불안 문제가 발생하고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된 시기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오늘날의 주택문제는 "우리 사회는 소유한 주택 가격이 오르고, 그 차익으로 노후대비, 자녀 양육 등 생애주기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왔다. 그렇기에 주택 가격은 계속 상승해야 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런 구조 안에서 청년들은 이미 높아진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 이것이 자산 기반 복지 체제의 내부적 모순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청년들의 주택 문제는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바라봐야 하고, 청년 주거 문제는 세대를 넘어 시대의 문제로 해석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청년주거 문제는 한국 사회 전반의 주거, 복지 패러다임과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이 팀장은 역세권 청년주택을 중심으로 청년주택의 본질적 문제를 진단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이야기했다. 이 팀장은 역세권 청년주택에 관해 설명하며 토지매입, 준공, 매각 등 각 단계를 살펴봤을 때 "거칠게 말하자면, 토지주가 직접 시행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상가분양모델"이라고 지적했다. 용적률 상향, 인허가 패스트 트랙(Fast-track) 등의 공공 지원을 받는 대신 운영기간 동안 임대수입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사업 초반에 운영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상가분양 분을 최대화하는 방법을 택한다는 것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을 둘러싼 문제들은 한 주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역세권 청년주택의 문제를 새롭게 정의해볼 수 있는데 바로 '공공 지원 정도와 공공성 확보 정도가 일치하고 있는가', '민간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공공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유인책이 있는가'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바로 사업에서의 토지주 배제(토지 확보 문제와 연결), 장기자금 조달이 어려운 산업환경 등에서 비롯한다.

▲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 팀장은 새로운 문제 정의에 따른 해결 방안을 ▲주택공급 논의에서 제외되어 있는 토지주에 대한 관심과 압박 ▲장기자금 조달 방안 마련 ▲LH, 서울시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공공 디벨로퍼(Developer)의 효율성 증대 및 민간 디벨로퍼의 공공성 증대와 사회적 디벨로퍼 육성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 등 크게 4가지로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이 팀장은 "청년주택은 필요하다. 단순히 청년을 위한 주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전환의 시점에 있기에 필요한 제도"라고 말하며 "그동안의 노력이 부동산 문제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새로운 시도로 문제를 돌파해보면 어떨까"라고 제언했다.

■ 집이 '짐'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이어진 토론 시간에는 질의응답을 통해 청년주택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이 팀장은 역세권 청년주택의 가격 형성 문제를 이야기하며 "공공임대주택은 시세의 30~50%, 사회주택은 시세의 80%, 역세권 청년주택은 85~90% 정도다"며 "어느 정도의 가격이 합리적이냐 하는 문제는,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했을 때 각각의 층위에서 살펴봐야 한다. 민간이 조금 더 많이 개입하는 모델은 최대한 공공지원과 공공성의 격차를 줄여서 시세의 80%까지 내리도록 하고, 공공임대주택은 조금 더 층위가 다양해질 수 있게 시세 50~80% 사이의 주거가 마련되도록 자원을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조합원은 개발이익과 주거복지의 중간점을 찾는 문제에 관해 "가늘고 길게, 쪼개기 방식이 섞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처럼 개발이익을 특정 소수가 극단적으로 많이 가져가는 방식과는 공존이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가늘고 길게 쪼개서 고루 이익을 얻는 방식으로 간다면 충분히 개발이익과 복지가 같이 갈 수 있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두 참석자는 부동산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 팀장은 "젊은 세대가 볼 때 '부모 세대는 집으로 돈을 벌었는데, 나는 집을 살지 말라고? 그럼 나는 어떻게 돈을 벌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심지어 안정적인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노동소득은 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을 둘러싼 세대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대 갈등을 피할 다양한 샛길을 만들어야 한다"며 "일단, 굳이 집을 갖지 않아도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완충제 역할을 하는 집들이 생겨야 한다. 대안적인 필드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 팀장은 "노동시장에서 돈을 벌어 축적된 자산이 주택을 구매하는 데 사용되는 건데, 이미 (저상장으로 인해) 노동소득이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을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청년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문제는 전반적인 노동시장 문제와도 함께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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