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금융의 상상③] 기후위기와 제로 에너지 주택 프로젝트 '에너지스프롱 (Energiesp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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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금융의 상상③] 기후위기와 제로 에너지 주택 프로젝트 '에너지스프롱 (Energiesprong)'
  • 2020.08.14 14:00
  • by 정종덕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매니저)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집중하고 있는 6대 (▲도시재생, ▲기술, ▲에너지·환경, ▲문화·예술, ▲인구, ▲양극화) 중점 분야의 최신 해외 사례를 정리해 올 연말 'SVS 인사이트' 시리즈의 하나로 발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상상력을 지닌 많은 조직과 만나기를 희망하며 최신 사례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사회적금융 모델을 라이프인에 소개한다. 

국내 최초의 사회적금융 도매기금인 재단법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사회적경제의 발전과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해 필요한 금융기반과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에너지·환경 분야에서는 연료전지발전소, 지붕형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프로젝트를 발굴해 기후변화 대응 및 녹색경제 견인을 위한 임팩트 투자를 추진 중에 있다. [편집자 주]

 

"계속해서 어른들은 우리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희망을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들의 희망은 필요 없습니다. 나는 당신들이 극도의 공포에 빠지길 원합니다. 나는 당신들이 내가 매일매일 느끼는 이 두려움을 느끼길 원합니다. 나는 당신들이 재난 상황에 있는 것처럼, 마치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하길 원합니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레타 툰베리 2019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 연설 중)

▲ 시위 중인 그레타 툰베리 ⓒ Euronews
▲ 시위 중인 그레타 툰베리 ⓒ Euronews

17세의 스웨덴 기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해 1월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인 세계경제포럼 (World Economy Forum) 50주년 총회에 참석해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위기의 긴급성을 강조하며 각국의 시급한 행동을 요구했다.

한가한 '희망'이 아닌 '집에 당장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하라는 툰베리의 일갈은 같은 해 파리협정의 세부 이행규칙을 완성하기 위해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COP25)가 각국의 견해차로 커다란 소득 없이 끝난 것과 대비되며 큰 울림을 주었다.

툰베리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8년 3주간 등교를 거부하고 파리협정에 따른 스웨덴의 탄소배출 감소의무를 이행을 촉구하며 스웨덴 의회 앞에서 매일 벌인 시위였다. 이후 툰베리의 외침이 국제적인 공감을 얻어갔던 것은, 일견 체감되지 않고 멀게만 느껴질 수 있는 기후변화 이슈를 그 영향 아래 살아가야 할 미래세대 당사자가 직접 정책을 펴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나 행동하지 않는 현 기성세대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그 절박성과 시급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구적인 공동행동이 어려운 것은 당장의 경제성장을 위해 탄소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입장 차이에 따른 어려움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 이슈가 당장의 체감도가 낮다는 데서 기인한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공장의 가동을 줄이고,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는 등의 수많은 노력은 즉시성을 가져야 하지만, 그 효과는 당장 실현되기 어렵고 혜택은 현세대가 아닌 미래세대가 보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상기온, 전염병, 자연재해 등으로 우리는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서서히 체감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사람에게는 현재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당장 내일의 삶과 경제활동에 직접적인 피해가 온다고 인식하기 어렵다는데 기후변화 대응의 어려움이 있다. 또한, 기후변화 노력의 혜택이 개별 당사자에게 직접적인, 당장의 혜택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시차를 두고 불특정 다수에게 돌아가기에 무임승차가 일어나기 쉬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것이 기후변화 대응의 성공을 위해서는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 대한 윤리성, 당위성에 대한 강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즉각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긴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효과 간의 간극을 좁히고, 이슈에 대한 전체적인 체감률을 높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설계와 의제 논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 핵전쟁 가능성과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로 2020년 지구멸망(자정) 100초 전으로 앞당겨진 종말의 날 시계 (The Doomsday Clock) ⓒ The Asahi Shimbun
▲ 핵전쟁 가능성과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로 2020년 지구멸망(자정) 100초 전으로 앞당겨진 종말의 날 시계 (The Doomsday Clock) ⓒ The Asahi Shimbun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당장의 내 생활에 연결되어 즉각적으로 체감될 수 있을까? 네덜란드의 사회주택에서 처음 시작된 에너지스프롱(Energiesprong)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럽연합에 따르면, 건물은 유럽 전체 에너지 소비의 40%, 이산화탄소 배출의 35%를 차지한다. 반면 75% 이상의 건물이 에너지 비효율 건물로 분류되고 있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보수 비율은 연간 0.4~1.2%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시민이 일상을 영유하는 공간인 주거용 건물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노력은 다른 그 어떤 영역보다 실제 생활과 밀착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네덜란드 정부의 펀딩을 통해 처음 시작된 에너지스프롱은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낡은 주택을 전체를 개조(retrofit)해서 건물의 탄소배출을 0 (Net Zero Energy)로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서 환기와 냉각을 위한 설비를 설치하고, 사전 제작한 파사드(facade, 건물의 앞면)를 주택에 부착하여 단열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한편, 태양광 지붕을 설치해 주택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자체적으로도 수급하는 형태이다. 주택 전체를 개조하는 레트로핏 작업은 정교한 사전제작 등의 방식을 통해 1~2주 사이에 끝나 편의성을 높이고 전체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췄다.

큰 비용이 한 번에 발생하는 레트로핏의 낮은 인센티브를 보완하기 위해서 에너지스프롱은 생애 파이낸싱 (whole-life financing model) 기법을 사용한다. 레트로핏을 통해 높아진 에너지 효율로 임차인은 절감된 에너지 사용료 분의 새로운 현금흐름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활용해 주택조합 (housing association)에서 주택개조에 들어가는 비용을 분할하여 상환하는 것이다. 즉 거주민은 더 쾌적해진 거주환경을 누리면서 기존에 내던 에너지 사용요금과 동일한 수준의 비용을 조합에 지불하고, 조합은 절감된 비용만큼을 주택개조 비용으로 충당하게 된다. 여기에 조합이 관리하는 주택들의 수리 및 관리 비용 절감분도 더해진다. 현금흐름의 안정성을 더하기 위해서 에너지스프롱은 40년간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보증한다.

한편 레트로핏의 한 채 당 드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하는데 사전에 제작한 파사드의 부착 등이 용이한 통일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다수의 주택을 조합 (housing association)이 관리하는 사회주택에서 에너지스프롱 프로젝트가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첫 시작을 위해서는 초기 네덜란드 정부의 펀딩이 투입되었지만, 2019년 기준 네덜란드에서 5,000채 이상의 주택이 레트로핏을 통해 탄소배출 제로가 되었고, 매년 1,000채 이상이 에너지스프롱을 통해 변모하고 있어 현재는 전체 비용을 낮춰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규모에 도달했다. 

▲ 에너지스프롱 구조도 ⓒ  Energiesprong UK
▲ 에너지스프롱 구조도 ⓒ Energiesprong UK

이러한 다양한 장치를 통해 에너지스프롱은 ▲(환경) 탄소배출 감소, ▲(거주민) 주거환경의 개선, ▲(주택조합) 관리 및 수리 비용 등의 절감이 서로 상충되지 않고 동시에 추구될 수 있는 구조를 확립했다. 또한, 레트로핏을 통한 사회주택의 에너지 효율의 향상으로 저소득층의 연료 빈곤(fuel poverty) 문제도 해결하는 사회적 임팩트도 만들어 내고 있다. 실제로 아일랜드의 경우 사회주택의 1/3이 적절한 난방을 하지 못하고 있어 에너지스프롱을 통한 연료 빈곤 문제 해결에 기대가 높다. 

에너지스프롱의 선순환 구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자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전역, 북미 등에서도 에너지스프롱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유럽에서도 가장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주택으로 악명이 높은 영국의 경우 노팅엄지역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155채가 에너지스프롱을 통해 변모했다. 한 채당 드는 비용은 약 65,000 파운드가량이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한 채당 드는 비용을 40,000 파운드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일정 수준의 규모를 이루기까지의 갭은 EU의 펀딩과 영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채운다. 정부가 5,000채의 retrofit이 이뤄질 때까지 지원하면 전체적인 비용이 대폭 감소하여 별다른 보조금 없이 모델이 지속 가능하다는 예측이다. 

현재 2019년 기준 영국 전역에서 186채가 완공되었으며, 가장 많은 파일럿 프로젝트가 이뤄진 노팅엄지역에서 레트로핏을 거친 주택의 CO2 배출이 86% 감소했다고 보고되어 영국은 6,550여 채의 추가 주택개조를 계획 중에 있다. 

에너지스프롱은 여러 국가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이에 더해, 레트로핏을 기존 주택에 이어 아파트에까지 확대하여 적용하는 프로젝트, 그리고 기존 주택의 리모델링에서 나아가 신축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네덜란드 2,000여 채의 에너지스프롱 주택 중 40%가 탄소배출 제로 주택으로 신축되었다.

▲ 영국 노팅엄의 주택주택. 주택개조를 거친 주택의 CO2 배출이 86% 감소했다 ⓒ Balkan Green Energy News
▲ 영국 노팅엄의 주택주택. 주택개조를 거친 주택의 CO2 배출이 86% 감소했다 ⓒ Balkan Green Energy News
▲ 영국 노팅엄의 주택개조 과정 ⓒ  Balkan Green Energy News
▲ 영국 노팅엄의 주택개조 과정 ⓒ Balkan Green Energy News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에너지스프롱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근본적으로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과 효과 간의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그리고 그 효과가 불특정 다수에게 돌아가기에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무임승차하게 되는 문제를 생활과 밀착된 인센티브 구조의 설계로 체감률과 직접성을 높였다는 데 있다. 즉 레트로핏을 통해 탄소배출의 큰 부분을 사용하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늘리는 데 있어, 거주민과 주택조합에 추가비용 없이 쾌적한 주거환경 개선을 보장했다는 점이다.
 
서비스의 전체 비용을 낮추기 위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nudge) 초기펀딩, 그리고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매월 총비용을 상환할 수 있도록 설계한 금융구조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무엇보다 사회주택이 이러한 혁신실험이 이뤄지는 가장 적합한 장이 되었다는 데도 큰 시사점이 있다. 이를 통해 연료 빈곤 등의 사회문제까지도 동시에 임팩트를 낼 수 있는 길도 동시에 열리기 때문이다.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서울의 부동산을 위한 공급대책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 공급의 절대적인 수량과 용적률 상향에만 주목할 것이 아닌, 기후변화시대 어떠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지, 새로운 주거공간의 보급을 통해 어떻게 사회적, 환경적 임팩트를 만들어갈지도 차분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전 세계 오토매틱 시계 브랜드 중 단연 최고가의 명품으로 인정받는 파텍필립 (Patek Philippe)의 브랜드 슬로건은 "당신은 파텍 필립을 소유한 것이 아닙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잠시 맡아두고 있을 뿐입니다."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그 가치를 측정할 수조차 없는 지구도 미래세대를 위해 잠시 맡아두고 있는 것일 테다. 에너지스프롱의 새로운 시도,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생애 밀착형 금융구조를 통해 행동하지 않는 기성세대를 질책하는 전 세계의 수많은 툰베리를 위해 우리가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어떤 방향으로 설계해야 하는지 점검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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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덕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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