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⑥] 빙산 위에서 아래로, 무력한 피해자에서 구호주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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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⑥] 빙산 위에서 아래로, 무력한 피해자에서 구호주체로
  • 2020.09.24 12:00
  • by 김정란 기자
07:24

코로나19로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사회·경제적 충격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달라졌다. 보건의 문제를 넘어 소비 급감과 경기침체, 소득감소와 일자리 위기 등 사회·경제 전반의 심각한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분명 세계적 재앙이지만, 우리에겐 뜻밖의 선물이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는 가히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정도로 인식 틀에 강력한 충격을 주었다. 코로나19로 우리 삶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빠르게 대안을 찾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교류하고 연대하며 협력하는 방안을 찾아나갈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게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불편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바꿔보자. 라이프인은 '언택트에서 온택트로', '개발에서 회복으로', '치료에서 치유로', '관심에서 참여로', '경쟁력에서 공존력으로' 등의 주제를 통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사회적 회복과 사회구성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보다 강력한 행동 의지를 가질 때 희망의 시그널을 놓치지 않고, 코로나19의 터널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은 2만 3216명(23일 기준)이다. 올해 통계청 기준 인구가 약 5178만 명 정도니, 전체 인구의 0.05% 정도다. 하지만 체감적인 피해는 훨씬 크다. 인구 대부분이 크고 작은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재난심리연구소 이윤호 소장은 "국가적 재난은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뿐 아니라 간접적 피해를 겪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른바 빙산효과다. 이들은 건강상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더라도, 경제적인 피해를 입기도 하고, 심리적 우울감을 겪는 등 일상생활에 변화를 겪고 있다.

모두가 힘들지만 이른바 재난약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피해는 더 크다. 코로나19 피해자라고 하면 확진자들과 자영업자 등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이 외에도 교육 면에서 피해를 입은 학생, 사회화의 기회를 잃은 발달장애인들, 그리고 신체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면서 최근 재확산의 원인처럼 지목돼 비난을 당한 고령자들까지. 다양하고 넓게 퍼져 있다. 빙산 밑을 들여다보면 고통받고 있는 재난약자들이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재난 구호는 경제적인 문제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보상은 모든 이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까지 이뤄지기 힘들다. 이들이 잃은 의욕을 되찾아줘야 길고 긴 감염병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 빙산 아래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손을 내밀고 좌절감을 극복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피해자였던 이들을 구호주체로 만드는 것이 우리가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함께 이 난국을 헤쳐나갈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 코로나19 위기로 많은 것이 멈춘 지금, 재난약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시에서 내건 마스크 착용 독려 현수막. ⓒ서울시
▲ 코로나19 위기로 많은 것이 멈춘 지금, 재난약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시에서 내건 마스크 착용 독려 현수막. ⓒ서울시

■ 빠른 적응이 답? 답답한 재난약자들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감염병과 함께 살아가는데 적응하는, 즉 '위드코로나(with COVID-19)'에 대한 빠른 적응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거꾸로, 빠른 전환이 필요한 상황에 빠른 전환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은 취약해진다는 말이 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코로나19가 몰고 올 후폭풍 중 하나로 Alienation from Digital, 디지털 소외를 들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대부분 산업이 공급망 재구성, 데이터 보안, 원격업무, 업무자동화 등 디지털 전환 전략을 가속화되고 이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소외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재난 약자라고 표현되는 계층 중 어린이, 여성, 장애인, 빈곤층의 피해는 심각하다. 특히 장애인의 이동권 등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는 경제활동 인구들조차 이동이 제한되다 보니 워낙 이동이 제한된 이들은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장애인 사회화 등 교육을 맡고 있던 복지관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을 위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은 유일한 희망이다. 소셜벤처 토도웍스는 수동휠체어에 잘 맞는 첨단보조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블루레오'는 칫솔을 쥐기조차 힘든 지체장애인들의 구강건강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고, 사회적기업 '두리함께'는 관광약자를 위해서 그들에게 특화된 전문 여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재난약자들의 문제는 위기 상황에서 소셜미션을 가진 사회적경제조직의 존재감을 더욱 드러내기도 한다. 대량으로 판매되는 소비자에게 관심이 클 수밖에 영리 기업에서는 재난 약자들을 위한 기술 개발에 큰 뜻이 없다. 큰돈이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경제조직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몸도, 마음도 약해지는 고령층

일상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재난에 취약한 또 다른 취약계층으로는 고령층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신체적 기능이 떨어져 있어 감염병에서 가장 고위험군이다. 병에 걸리는 데 대한 부담도 큰데 최근 8.15 집회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온상처럼 지목되면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해 심리적으로도 가장 취약한 상황이다.

발달심리학 전문가들이 모여 공감 및 사회정서 교구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마노컴퍼니 이유미 대표는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집스러워지는 부분, 스마트 디바이스에 대응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이 노년층의 특징이다. 이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라는 요구가 많다 보니 고령자들은 심리적으로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빨리 변할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오히려 사회 전체에서 우리가 어려운 것보다 몇십 배 정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노인이 되는 과정이 그런 것들을 인정해야 하는 과정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기다려주는 것 외에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재난구호 전문 비영리재단 에이팟코리아의 정미정 이사장은 "피해자들을 거꾸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하는 구호주체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이 수동적인 입장에서 능동적 참여자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올해 홍수로 피해를 입은 지역을 찾은 에이팟코리아 활동가들. 에이팟 영상 갈무리.
▲ 올해 홍수로 피해를 입은 지역을 찾은 에이팟코리아 활동가들. 에이팟 영상 갈무리.

■ 참여가 좌절을 이긴다

실제로 에이팟코리아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종인 방과 후 교사들에게 교육 영상 제작을 만들도록 해 문제해결에 동참하도록 했고, 수재민들이 이웃의 피해를 조사하는 활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정 이사장은 "전남 구례지역 수해 피해자들이 활동에 나서면서, 신속하게 피해 집계가 이뤄지는 것은 물론 심리적으로 극복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재난 구호에 대한 역사가 깊은 일본의 경우 재난으로 인해 구호소로 들어오는 동시에 역할을 부여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이는 재난으로 인한 좌절감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고령층의 경우에도 역할을 주고 현재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이사장은 "사실 구호 현장에서 연세가 있는 분들의 지혜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고령층의 경험이 도움이 된 사례들에 대해서 공유하는 등의 활동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품는 과정은 결국 커뮤니티가 살아나야 한다는 것으로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피해를 입은, 간접적인 피해자이면서도 어쩌면 직접적인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돈이 없어서, 먹을 것이 없어서보다 외면받고 있어 존재감이 없어져서 견디기 힘들어지는 이들이 있다. 이들이 함께 참여하게 만들 때 '위드코로나'도 가능해진다. 모두가 힘들어하는 이때야말로, 깊고 넓은 규모의 피해자들을 위한 더 많은 관심, 연대의 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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