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②] 언택트에서 온택트로, 갈등을 넘어서게 할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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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②] 언택트에서 온택트로, 갈등을 넘어서게 할 연결
  • 2020.09.09 12:01
  • by 김정란 기자

코로나19로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사회·경제적 충격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달라졌다. 보건의 문제를 넘어 소비 급감과 경기침체, 소득감소와 일자리 위기 등 사회·경제 전반의 심각한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분명 세계적 재앙이지만, 우리에겐 뜻밖의 선물이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는 가히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정도로 인식 틀에 강력한 충격을 주었다. 코로나19로 우리 삶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빠르게 대안을 찾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교류하고 연대하며 협력하는 방안을 찾아나갈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게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불편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바꿔보자. 라이프인은 '언택트에서 온택트로', '개발에서 회복으로', '치료에서 치유로', '관심에서 참여로', '경쟁력에서 공존력으로' 등의 주제를 통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사회적 회복과 사회구성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보다 강력한 행동 의지를 가질 때 희망의 시그널을 놓치지 않고, 코로나19의 터널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사례 1. 직장인 정 모씨는 회식 기피자다. 회사에서 일만 하면 되지, 대체 왜 업무시간을 넘어서까지 원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술 마시고, 의미 없는 이야기를 떠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는 코로나19로 집합 금지명령이 떨어진 것이 오히려 반갑다. "저녁에 술 한 잔?"이라는 말을 이틀 걸러 한 번은 하는 유 부장에게 "요즘 같을 때 회식하면 집에서 걱정 안 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례 2. 요양병원에서 생일을 맞게 된 최 모씨. 코로나19로 인해 자녀들은 엄마의 생일을 직접 만나 축하할 수 없었다. 자녀들은 병원 창문으로도 볼 수 있도록 대형 현수막과 풍선 장식을 제작해 병원 앞을 찾았다. 고깔모자를 쓴 최 씨는 그렇게라도 자식들을 만나 덜 쓸쓸한 생일을 보내게 됐다.

위의 사례들은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 상황 중에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이다. 우리는 왜 어떤 연결은 회피하고, 어떤 연결은 갈구할까? 우리가 언택트와 컨택트, 그리고 온택트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은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겪었을 일이다. 단절을 원했던 우리, 다시 연결을 되찾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 우리는 왜 이럴까?

▲ 정부부처에서도 온택트 행사들을 기획해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
▲ 정부부처에서도 온택트 행사들을 기획해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

■ 사실은 우리가 원했던 언택트

▲ 트렌드코리아2018. ⓒ미래의창
▲ 트렌드코리아2018. ⓒ미래의창

'언택트(Untact)'. 부정의 의미를 가진 접두사 Un과 연결되다라는 뜻의 영어단어 Contact를 더한 합성어다. 연결되지 않는다는 말이겠다. 코로나19 감염병 위기에서 주목받은 말이지만, 개념이 소개된 지는 제법 오래됐다.

지난 2017년 김난도 교수 등이 펴낸 '트렌드코리아 2018'에서 소개된 언택트는 "사람과의 만남을 대신하는 방식(비대면)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이 결합된 형태로, 신속성, 편리성, 익명성, 큐레이션 서비스 등의 이점이 있다"고 했다.

처음 이 단어가 소개될 때만 해도 우리는 이 단어를 이렇게 두려워하게 될지 몰랐다. 어쩌면 그간 한국 사회에서 느껴왔던 '오지랖'으로 대변되던 '선넘기'로 인한 스트레스를 덜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기도 했다.

막상 코로나로 인한 강제 언택트가 시작되자 우리는 잊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우리는 연결감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동물', 인간이라는 것이다. 막상 강제 언택트 상황을 맞이하고 보니, 이 단어는 콩글리시라는 점만 문제가 아니었다.

발달심리학을 전공하고 부모-자녀의 갈등상황을 해결하는 마노카드 등을 만든 소셜벤처 마노컴퍼니의 이유미 대표는 "연결감은 존재감"이라고 했다. 누군가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은 나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 부분이 만족되지 않는 경우 인간은 정신적, 심리적 어려움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 사태가 생물학적 어려움뿐 아니라 심리적 어려움을 동반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 갈등을 부르는 단절, 우리가 연결을 다시 찾은 이유

코로나19 문제가 시작된 이후 층간소음 갈등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환경부 산하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조사에서 층간소음 분쟁 민원은 올해 1월 1,896건에서 2월 2,630건, 5월에는 2,250건으로 확인됐다. 5월의 결과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67건과 비교해보면 1,000건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외에도 수면으로 올라오는 갈등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재확산의 원인이 8.15집회, 교회 대면 예배 등으로 지적되면서 고령층, 종교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이에 대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언택트는 이러한 갈등 상황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이유미 대표는 "연인과의 이별도 SNS로 하는 것이 최악이라고 하지 않냐"며 "말로 표현되는 것은 우리 감정의 5~10% 정도다. 화났다고 표현할 때 우리 얼굴에는 서운함, 슬픔, 불안 등 여러 가지가 나타나고 우리는 그를 종합해서 관계를 지킬 정도로만 화를 낸다"라고 했다. 하지만 직접 대면보다 단절이 많아진 상황에서 주로 댓글 등에서 나오는 공격적인 표현들이 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 대표는 "상대가 그저 대상화되는 관계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우리는 다시 '연결'을 찾았다.

▲ 서울시는 최근 LG헬로비전과 청년 직무 멘토링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서울시
▲ 서울시는 최근 LG헬로비전과 청년 직무 멘토링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서울시

■ 언택트와 컨택트 사이, 온택트

단절 속에서 연결을 찾는다는 의미의 '온택트(Ontact)'가 등장한 것은 그 때문이다. 언택트의 부작용을 경험한 우리는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개념 온택트를 새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다시 이전의 Contact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감염병 문제도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새로운 세대는 이전의 선을 넘는 '오지랖'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니다. 어쩌면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관계에 대해 재설정하고 있다.

한국재난심리연구소 이윤호 소장은 "젊은 친구들과 상담할 때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은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SNS, 게임 등을 통해 온라인 소통에 이미 익숙한 어린 세대는 '온택트'가 새삼스러운 것이 없다.

"코로나19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이라는 KOICA 송진호 상임이사의 말처럼 우리는 빨리 대응책을 찾아야 했고,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지금 현재는 유일한 방법인 듯하다"는 이유미 대표의 말처럼, 최소한의 연결감을 만족시키도록 찾은 방법이 온택트다. 트렌드 변화에 가장 빠른 영리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정부도 온택트와 관련한 이벤트들을 준비해 쏟아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2회 SOVAC. 홈페이지 갈무리
▲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2회 SOVAC.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시는 취업이 더욱 힘들어진 청년들과 기업을 연결하는 직무멘토링을 온라인을 통해 진행하고 있고, 민간주도 사회적경제박람회 SOVAC도 9월 한 달 내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당근마켓은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이웃 간의 이야기를 나누는 서비스를 추가해 연결감을 느끼게 했고, 소셜벤처 하비풀은 혼자 할 수 있는 취미 키트를 어르신들이 제작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연결의 방식을 적용했다. 이유미 대표는 "마노컴퍼니는 모든 강의나 상담은 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언제까지 코로나19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마노카드를 집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미혼모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윤호 소장은 "언택트라고 말하지만 떨어져 살라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을 통제하려다가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대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소소한 성공을 통해 성취감과 연결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이 우리가 단절 속에서 연결을 찾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온택트는 결국 언택트로부터 나왔다. 지나친 컨택트와 극단적인 언택트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온택트를 만들어갈 것인가? 강제로 다가온 선택의 때이지만, 이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느 정도의 연결을 원하는지 선택해야 하는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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