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④] 길어지는 집콕생활, 마냥 답답하기만 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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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④] 길어지는 집콕생활, 마냥 답답하기만 한가요?
홈쿡·홈베이킹·홈트…집에서 즐길 거리 찾는 사람들
소소한 즐거움으로 '심리방역' 하기
  • 2020.09.14 18:56
  • by 노윤정 기자

코로나19로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사회·경제적 충격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달라졌다. 보건의 문제를 넘어 소비 급감과 경기침체, 소득감소와 일자리 위기 등 사회·경제 전반의 심각한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분명 세계적 재앙이지만, 우리에겐 뜻밖의 선물이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는 가히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정도로 인식 틀에 강력한 충격을 주었다. 코로나19로 우리 삶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빠르게 대안을 찾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교류하고 연대하며 협력하는 방안을 찾아나갈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게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불편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바꿔보자. 라이프인은 '언택트에서 온택트로', '개발에서 회복으로', '치료에서 치유로', '관심에서 참여로', '경쟁력에서 공존력으로' 등의 주제를 통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사회적 회복과 사회구성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보다 강력한 행동 의지를 가질 때 희망의 시그널을 놓치지 않고, 코로나19의 터널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픽사베이
ⓒ픽사베이

'홈 루덴스(Home Ludens)족'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홈 루덴스족은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파생된 말로, 영단어 '홈'(Home, 집)과 라틴어 '루덴스'(Ludens, 놀이하는)가 더해져 '집에서 즐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홈테인먼트'라는 말은 익숙할 수도 있겠다. '홈'과 오락을 의미하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합성한 이 말은 집에서 오락거리를 찾는 행위를 이른다. 두 단어 모두 지난 몇 달 사이 뉴스나 최근 동향을 분석한 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표현이다.

홈 루덴스와 홈테인먼트라는 개념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사람들이 집 밖보다는 집안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찾게 된 세태를 반영한다. 지난 6월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코로나19로 인한 생활패턴 변화 및 포스트코로나 시대 전망' 보고서(전국 만 19세~59세 성인 1,000명 대상 설문조사)도 '집'에서의 활동과 관련한 최근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6.1%가 "굳이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충분히 많다"고 답했으며, 응답자 중 74.5%는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 관심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염병 유행으로 인해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줄이는 상황 속에서, 집은 먹고 자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여가와 취미활동을 즐기는 공간으로서도 기능하고 있다. 방역을 위해 선택한 '집콕' 생활은 우리에게 무료함과 답답함, 우울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불가피한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그 안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기 위한 노력도 나타나고 있다.

■ 홈쿡·홈베이킹·홈카페, 단순히 먹기 위한 것만은 아니야

▲ 달고나 커피. ⓒ픽사베이
▲ 달고나 커피. ⓒ픽사베이

사람들이 불특정 다수와 접촉할 수밖에 없는 외식을 피하면서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집에서 밥을 해 먹는 행위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주로 바깥 음식을 사 먹던 사람도 직접 '집밥'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점은 눈에 띈다. 크게 증가한 식자재와 주방용품 판매량, 밀키트나 간편조리식 시장의 성장도 이와 같은 추세를 반영한다(온라인몰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밀키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0% 증가했다).

뿐만 아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끼니 해결을 위해 요리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즐길 거리로서 홈베이킹과 홈카페 영역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달고나 커피'를 떠올려 보자. 달고나 커피는 인스턴트 커피 가루, 설탕, 뜨거운 물을 각각 1:1:1 비율로 넣고 수백 번 휘저어 거품을 만든 다음, 그 거품을 우유에 올려 먹는 음료다. 사람들은 단순노동을 요하는 이 레시피에 왜 그토록 많은 관심을 보였을까? 우선, 바로 그 단순노동 작업이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에 적합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가 되겠다. 또한 달고나 커피를 만드는 행위는 제조 과정과 완성된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SNS에 공유하면서 온택트로 즐기는 하나의 놀이가 되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에 제약을 겪고 있는 이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찾아낸 소소한 재밋거리였던 것이다.

2년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판매량이 급증했던 와플 메이커가 다시 인기를 얻고, 크로플(크루아상 생지를 와플 메이커로 구운 디저트) 등 와플 메이커를 이용한 레시피들이 온라인상에서 활발히 공유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음식을 만드는 행동을 통해 심리적 만족감을 얻고 우울감을 떨치고 있다는 의미다.

■ 홈트, 스스로 지키는 몸 건강

ⓒ펙셀스
ⓒ펙셀스

코로나19 확산 이후 홈트레이닝, 소위 '홈트' 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람들이 헬스장처럼 다수가 모이는 장소를 이용하기 꺼리는 데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면서 실내체육시설이 아예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평소 운동을 즐기던 사람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집에서라도 운동을 하기 위해 홈트레이닝을 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전염병 확산으로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외부 활동량은 줄어들었다. 그러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 면역력 관리 등 건강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특히 많은 심리 전문가들은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가벼운 운동을 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령이나 요가매트, 트레이닝복 등 홈트레이닝 관련 상품의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물론, 관련 온라인 콘텐츠 역시 수요가 늘어난 추세다. 일례로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 홈트레이닝 관련 영상은 꾸준히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PT앱인 '마이다노'의 경우를 살펴보면, 지난 2월 기준 수강생 수 1만1000명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4,300명) 대비 155% 증가했다.

■ "전문가 강의를 내 방에서"…집에서 즐기는 취미생활

▲ 하비풀과 모나미의 컬래버레이션 클래스 '영문 캘리그라피 온라인 클래스' 키트. ⓒ모나미
▲ 하비풀과 모나미의 컬래버레이션 클래스 '영문 캘리그라피 온라인 클래스' 키트. ⓒ모나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친구들과 노래방을 찾고, 여럿이 게임을 하기 위해 PC방으로 가고, 주말에 극장을 찾아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를 보고. 코로나19 이전 우리가 예사처럼 즐기던 취미가 이제는 방역을 위해 조심해야 할 행동이 됐다. 그러자 사람들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로 눈을 돌렸다. 이에 따라 일명 '취미 배달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소셜벤처 '하비풀'은 온라인 취미생활 플랫폼으로, 수채화·디지털드로잉·뜨개질·라탄공예·가죽공예·비누제작·캔들제작·프랑스자수·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취미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가 취미 클래스에 등록하면 재료를 담은 취미키트가 배송되고 전문가의 동영상 강의가 제공된다. 준비물도 집까지 보내주고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할 때까지 강의도 반복해서 볼 수 있으니, 집에서 부담 없이 즐기기에 적절한 시스템이다. 또한 하비풀의 취미 클래스는 강의를 진행하는 예술가와 취미 키트를 제작하는 어르신, 노숙인이 협력하여 운영되는 구조로,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가치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하비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대비 올 상반기 매출이 100% 증가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인 '클래스101' 역시 코로나19 이후 매출 및 클래스 수강률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클래스101 측은 코로나19 여파가 강했던 발생 초기에 "DIY 분야의 수강 신청이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비 290% 상승"하기도 했다며, 외부 활동이 제한된 분위기로 인해 집에서 혼자 혹은 가족들과 함께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여행은커녕 친구들과 만나 맛있는 밥 한 끼 먹기도 망설여지는 시기다. 자유로운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집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보내는 일상이 답답하고 때로는 우울하기도 하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 바꿔보자. 가장 편하고 안전한 공간인 집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닐 수 있다. 또한 그렇게 홀로 즐긴 시간을 온라인 공간을 통해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있다. 부정적인 감정들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주변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하나씩 찾다 보면,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시기가 결국은 지나갈 때까지 조금 더 단단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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