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 명칭 사용규제, 공정위가 선제대응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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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 명칭 사용규제, 공정위가 선제대응했어야
[개인사업자 생협매장 '생협' 명칭 사용 '논란', 그것이 궁금하다(5)]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 인터뷰
  • 2017.05.31 15:28
  • by 공정경
우리생협 00점 간판. 김기태 소장은 '우리생협'이라는 용어대신 '우리자연' 등 '생협' 명칭을 떼고 사용하는 것이 생협법에도 부합하고, 지난 30년 동안 일궈온 생협의 역사에도 부합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방식은 무임승차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 호까지 개인사업자 매장의 생협 명칭 사용 논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생협 측의 입장을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우리생협 측의 입장과 협동조합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우리생협 측과는 관련 사항에 대해 지난 4월 26일과 5월 29일 두 차례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두 번째 인터뷰 때 우리생협 이00 씨의 답변입니다.

공정경 기자(이하 공) : 현재 경기도 광주시와 과태료 소송 중이시죠? 생협 명칭 사용 논란에 있는데 우리생협 입장은 무엇인가요?

우리생협 : 저희는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공 : 그럼 "답변하지 않겠다."라고 기사에 쓸까요?

우리생협 : 이 답변이 기사에 나가는 것도 동의하지 않겠습니다.

첫 번째 인터뷰 때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우리생협 측은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

공 : 우리생협 개인사업자 매장이 생협 명칭을 사용하면 어떤 피해가 우려되나요?

김기태 소장(이하 김) : 그 사항 전에,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하 생협법)상 명확하게 '생협'이라는 명칭은 다른 사람에게 프랜차이즈로 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현재 생협법에는 조합이 아닌 자가 생협 용어를 사용하면 불법이잖아요. 조합이 생협 명칭을 사용하면 상관없지만, 조합이 다른 사업자에게 생협 명칭을 임대나 양도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다만 생협이 브랜드를 만들어서 가맹점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 한 건 아니라 봅니다. 농협 같은 경우 '안심한우', '목우촌'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서 가맹점을 만들었지만, 농협이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게 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면 불법이니까요. 이건 상식인 거 같은데 왜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공 : (웃음)

김 : 생협은 생협 운동하셨던 분들이 30년 동안 정말로 땀 흘려서 만든 거예요. 특히나 눈에 보이지 않는 품질, 친환경에 대한 신뢰도가 구축돼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생협 명칭을 아무나 쓸 수 있게 하고 '생협'이라는 브랜드 관리가 안 되면, 한국의 친환경 농식품 유통을 위해 정말로 고생하셨던 생협 지도자분들과 조합원들의 노력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게 될 겁니다.

더 나아가서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문제죠. 불법 행위까지 하면서 매장을 늘리려고 해도 생협의 신뢰도가 깨지면 영업을 하는 데에도 문제가 되겠죠.

공 : 우리생협은 "친환경 시장을 키우려고 하는데 뭐가 문제냐?" 라고 합니다.

김 : 중요한 점은 친환경 시장을 키우고 안 키우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것은 다양한 측면에서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합니다. 우리생협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봐도 생협법상 특정한 측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면서 기존의 친환경 농산물을 만들어온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친환경 시장을 키운다는 말만으로는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법을 위배하고 편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친환경 농산물 규정을 양심적이고 법적으로 잘 지킬 거라고 제 3자가 믿을 수 있을까요?

민간영리업자나 소형매장이 친환경 농산물을 취급하고 싶어도 소비자가 잘 안 믿잖아요. 대형유통이나 백화점은 유통업체 자체의 브랜드 가치가 있어서 믿어주는 겁니다. 친환경 농산물을 가져다 놓으면 '저거 하나 더 팔려고 브랜드 전체의 신뢰를 깨는 짓은 하지 않겠지.'라고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거죠.

결국, 우리생협은 우리생협 자체의 브랜드가 아니라 기존의 한살림, 두레생협연합회, 행복중심, 아이쿱생협이 30년 동안 만들어놨던 브랜드 가치를 자기들이 사유화하는 겁니다. 우리생협이라는 이름만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잘 취급할 거다.'라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주지는 못하는 상황이니까 생협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이겠죠.

안 그러면 아이쿱생협처럼 매장에 '자연드림'을 쓰면 되는 거예요. 그건 법적으로 인정되는 거니까요. 예를 들어, 우리생협이 만든 '우리자연', 이런 식으로 쓰면 돼요. 이렇게 하면 불법이 아닌데, 굳이 우리생협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는 은연중에 30년 동안 만들어낸 생협의 브랜드 가치에 편승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밖에 없죠.

공 : 경기도와 우리생협 간에 소송이 있었고 현재 경기도 광주시와 우리생협이 또 소송 중입니다. 행정기관은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 : 생협법에 따르면 지도감독부처가 공정위입니다. 이런 행태의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면 행정차원에서 공정위가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하는데, 지자체와 우리생협이 소송까지 가 있는 상태인데도 손 놓고 있는 거잖아요.

공 : 공정위는 지자체와 소송이 걸려있어서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합니다.

김 : 이런 사항은 원래 행정기관이 최선의 활동을 하고, 그런데도 문제 해결이 안 되면 사법으로 가는 겁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기재부의 협동조합 관련 행정 조치에는 이런 게 있어요. 논란이 생기거나 소송으로 가면 그 부분에 대해 같은 일이 다시 발생 시 같은 소송을 못 걸게 사전에 공지합니다. 서울시 협동조합 상담센터 같은 경우에는 다단계 업자가 협동조합을 만들려고 한다면 주의보를 빠르게 발령하고요.

공 : 지난번 공정위 인터뷰 때 공정위 담당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과태료 소송이 명칭 관련 소송이고, 경기도 광주시가 대법원에서 승소하면 우리생협 측이 다시 명칭 소송을 건다 해도 같은 소송이라 행정집행에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요.

그런데 생협 명칭 논란이 2012년부터 시작됐는데 2016년에야 과태료 소송, 즉 명칭 관련 소송을 하고 있다는 게 시기적으로 너무 늦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 : 공정위와 지자체가 충분히 대응을 안 한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생협의 경우 유사의료생협 문제가 작게 발생했을 때 빠르게 조치했으면 지금처럼 유사의료생협이 이렇게 많이 늘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행정기관은 사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해줘야 하는 게 맞는데, 공정위는 다른 주관부처들과 비교했을 때 아무래도 좀 소극적이라는 느낌이 들죠.

공 : 여러 가지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김기태 소장은 법을 위배하고 편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친환경 농산물 규정을 양심적이고 법적으로 잘 지킬 거라고 제 3자가 믿기 어려울 거라고 말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친환경유기농전문매장'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우리생협이 과연 그 이름에 걸맞게 관리하고 잘 하고 있는지 직접 매장으로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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