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쿱스쿨 ⑦] 학생들의 가능성과 더불어 사는 삶을 고민하는 밀알학교 '꿈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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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쿱스쿨 ⑦] 학생들의 가능성과 더불어 사는 삶을 고민하는 밀알학교 '꿈가게'
밀알학교사회적협동조합 정현재·최종일 교사 인터뷰
  • 2021.06.16 11:09
  • by 노윤정 기자

2012년 생겨나기 시작한 학교협동조합이 어느덧 전국에 약 13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주로 매점을 중심으로 진행된 활동들은 이제 방과후학교, 창업, 기본소득, 기후위기 대응 등 다양한 시도로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예전과 조금은 다른 풍경의 새 학년 새 학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의 참여로 나눔의 교육을 실천하고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해 교육경제공동체로서 성장하고 있는 학교협동조합을 라이프인에서 소개한다. [편집자 주]

 

▲ 밀알학교 학생들이 만든 작품이 '꿈가게'에 전시되어 있다. ⓒ라이프인
▲ 밀알학교 학생들이 만든 작품이 '꿈가게'에 전시되어 있다. ⓒ라이프인

파스텔톤 색감이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디자인 액자, 커피콩을 볶아서 그림으로 만든 액자, 화사하게 붉은색 계열 꽃으로 꾸며진 리스(Wreath). "이것도 학생들이 만든 건가요?" 전문가의 솜씨가 아닌가 싶어 몇 번씩 물어볼 정도로 디자인도, 품질도 훌륭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액자뿐 아니라 냄비받침, 키링, 노트, 머그잔 등 다양한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이곳 꿈가게에서는 재능 많은 밀알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다.

밀알학교는 발달장애(자폐범주성, 지적장애)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하는 것을 돕기 위해 남서울은혜교회가 주축이 되어 설립된 특수학교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 세워졌으며 1996년 설립인가를 받아 이듬해 개교했다.

교내 가게인 '꿈가게'를 운영하는 학교협동조합 '밀알학교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된 것은 개교 20주년을 맞은 2017년. 밀알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모여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한 그 해, 다른 지역에서는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에서 학부모들이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무릎 꿇고 호소하는 일이 있었다(해당 학교는 지난해 3월 개교했다). 밀알학교 설립 당시 분위기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20여 년이 흐른 현재, 밀알학교는 지역사회와 융화되고 어우러져 지내고 있는 모습이다. 밀알학교사회적협동조합 역시 학생들이 더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장애학생과 비장애인의 접촉면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밀알학교사회적협동조합의 최종일 교사(왼)와 정현재 교사. ⓒ라이프인
▲ 밀알학교사회적협동조합의 최종일 교사(왼)와 정현재 교사. ⓒ라이프인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지 배울 기회가 없지 않았나? 그래서 차별하고 타자화했던 것은 아닐까? 밀알학교사회적협동조합 이사직을 맡은 정현재 교사, 최종일 교사를 만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고 장애인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교육이란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직업훈련 통해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 밀알학교사회적협동조합 학생 조합원이 판매 실습을 하는 모습. ⓒ밀알학교사회적협동조합
▲ 밀알학교사회적협동조합 학생 조합원이 판매 실습을 하는 모습. ⓒ밀알학교사회적협동조합

밀알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은 2006년부터 운영해오던 매장(꿈가게)을 조금 더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 학교협동조합에 관해 알게 됐다. 이후 교직원과 학부모가 함께 사회적경제 교육 특강, 타교 학교협동조합 탐방, 협동조합 설명회, 컨설팅 등에 참석하며 꿈가게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자는 데 뜻을 모았고, 2017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설립을 준비했다. 학교 측의 지지와 학교협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한 구성원 간의 합의 등으로 설립 과정은 빠르게 진행됐고, 같은 해 12월 밀알학교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꿈가게 개소식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학교협동조합이 운영 주체가 된 꿈가게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현재 조합에는 총 71명(학생 36명·학부모 22명·교직원 6명·지역사회 7명, 2021년 5월 기준)이 참여하고 있는 터. 코로나19로 잠시 문을 닫기 전까지 꿈가게는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만든 물건을 직접 전시하고 판매해볼 수 있도록 하는 직업교육 실습장의 역할을 했다. 정 교사는 "학교 수업과 연계해서 가게를 운영한다. 그래서 2019년 기준으로는 재학생 113명(중학교·고등학교·드림대학 재학생) 중에서 33명이 실습에 참여했다. 꿈가게에서 판매한 물건들을 만든 다른 학생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학생이 꿈가게 실습에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조합원들은 학생들의 물건 판매를 도와주는 직무지도원 역할을 한다.

그렇게 제품을 판매하여 얻은 수익은 학생들의 직업훈련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교구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한다. 또한,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부하기도 한다. 이처럼 수익금 전액은 학생들의 직업훈련 지원과 복지를 위해 사용된다. 따라서 조합은 수익금이 최대한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난 2018년 밀알학교, 밀알학교학부모회와 3자 업무협약식을 맺기도 했다. 이와 관련하여 정 교사는 "세 주체가 업무 협약을 체결하여, 학부모님들은 학생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재료비를 최대한 늘리고자 자원봉사 방식으로 직무지도원 등의 역할을 해주시고, 학교에서는 시설 사용료나 임대료 등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학교 교육과정 운영 시에 조합 사업과 연계하는 한편 업무 담당자를 지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밀알학교사회적협동조합은 직업훈련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경제적 민주시민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때문에 조합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도 '직업훈련의 기회 제공'이다. 정 교사는 "특수학교 직업교육이라고 하면 보통 단순 조립, 포장 훈련이 주가 된다. 우리는 보다 다양한 기회를 학생들에게 만들어주려고 한다. 꿈가게에서는 학생들이 판매 서비스 중심의 직업훈련도 해볼 수 있다. 이렇게 조금 더 다양한 직종을 경험하도록 해주고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 장점이 있는지를 파악한다면, 나중에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찾고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부연했다.

비단 직무 훈련만이 직업훈련인 것은 아니다. 소비자로서 경제 주체가 되어 보는 것 역시 직업훈련일 수 있다. 정 교사는 "학생들 중에서 혼자 장 볼 수 있는 친구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꿈가게가 그런 경제 활동을 실습해보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장애인 학생들이 있는 학교협동조합이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기회를 준다면, 밀알학교사회적협동조합은 학생들의 필요와 능력 수준에 맞는 직업훈련을 통해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기회를 주고 있는 셈이다.

"현재 꿈가게 운영을 못하고 있어서, 대신 교실에 영수증 출력기를 두고 물건을 구매하는 교육을 해봤다. 학생들에게 카드를 준 다음, 그 카드를 다시 나에게 주면 계산하고 과자를 줬다.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네모난 플라스틱 물건(카드)을 건네면 과자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만 익혀도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마트에 갔을 때 우리 학생들이 계산을 잘하지 못하니까 다른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부모가 빨리 계산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합과 꿈가게에서 눈치 보지 않고 많이 연습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최종일)

■ "지역사회·비장애인과의 접촉면 계속 넓혀가야"

▲밀알학교 정문. ⓒ라이프인
▲ 밀알학교 정문. ⓒ라이프인

밀알학교에서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바로 활짝 열려 있는 교문이다. 그만큼 학교가 외부와의 교류에 적극적이고 개방적이다. 학교 안 카페와 음악 홀, 밀알미술관 등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어 동네 주민들도 편히 오갈 수 있다. 학교 안에 위치한 교회를 오가는 교인들에게도 학교 시설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다. 꿈가게도 예배당으로 가는 길 중 한 곳에 있다. 학교가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조합 역시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비장애인과 자주 만나고 접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에) 조합에서 마지막으로 했던 바자회의 경우, 이사회에서 지역주민들도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이야기했었다. 어떤 조합원분은 자비를 들여 본인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 홍보 포스터를 붙이기도 했다. 그렇게 홍보한 뒤 바자회 당일이 되자 모르는 분들도 많이 찾아오시더라. 주민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정현재)

뿐만 아니라 조합이 지역사회 행사에 초대되어 참여하기도 하고 참여한 축제에서 다른 사회적경제기업과 연계해서 전시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이 만날 기회를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부스 운영자로 외부행사에 참여해보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행사에 객이 아니라 주인이 되어 참여해볼 수 있는 경험이 되기도 했다.

물론 아직 조합과 지역사회 간의 교류가 아주 확장되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으나, 조금씩 접촉면을 넓혀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학기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인 스마트스토어 사업 역시, 사업을 다각화하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직무 경험을 주기 위한 방안인 동시에 지역사회의 문을 두드리고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매장을 운영하면 아무래도 이 근방 주민들 위주로 접하게 된다. 그래서 더 많은 분과 만나보기 위해 스마트스토어 사업을 추진했다. 학교협동조합, 특히 특수학교의 학교협동조합에서 이런 사업을 시도하면 어떤 반응이 올까, 우리 아이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다. 물건을 많이 팔고자 하는 사업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이런 재능이 있고 이 아이들이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정현재)

ⓒ밀알학교사회적협동조합
ⓒ밀알학교사회적협동조합

특히 학교협동조합 조합원이자 특수학교에 재직 중인 교육자로서 두 교사는 장애인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과 제언을 전하기도 했다. 정 교사는 "우리 학생들의 '자기 선택'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학생들이 자기 삶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데 있어서 부모님과 사회의 요구에 따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고민이 있다"며 "우리가 조금 더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 조립을 잘하는 친구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서비스 직종을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상태에서 그 학생이 조립을 가장 잘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관리·운영상 편의 때문에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종을 경험하면서 자기 진로와 삶을 설계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된다.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사 역시 학생들이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학생들의 가능성과 능력에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기업에서도 관심 갖기를 바란다며 "중증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도 강점은 있다. 그런 부분들을 모두 함께 발견해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물론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고 학생들이 가진 장애도 다르기 때문에 밀알학교사회적협동조합의 사례가 '정답'이나 '표준'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가능성을 고민하고, 학생들이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고심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접촉면을 늘려 가려 한다는 점에서 다른 특수학교를 비롯한 여타 학교에 선례가 될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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