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쿱스쿨 ⑥] 학교와 협동조합, 마을 사이 담장이 허물어진 시골학교 '금병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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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쿱스쿨 ⑥] 학교와 협동조합, 마을 사이 담장이 허물어진 시골학교 '금병초'
금병초등학교 비단병풍사회적협동조합 최근순 이사장 인터뷰
  • 2021.05.05 16:11
  • by 노윤정 기자

2012년 생겨나기 시작한 학교협동조합이 어느덧 전국에 약 13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주로 매점을 중심으로 진행된 활동들은 이제 방과후학교, 창업, 기본소득, 기후위기 대응 등 다양한 시도로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예전과 조금은 다른 풍경의 새 학년 새 학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의 참여로 나눔의 교육을 실천하고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해 교육경제공동체로서 성장하고 있는 학교협동조합을 라이프인에서 소개한다. [편집자 주]

 

'봄봄', '동백꽃' 등의 소설로 유명한 김유정 작가는 고향인 강원도 춘천 실레마을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이십 리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수필 '오월의 산골짜기'(1936)

여전히 아늑하고 고즈넉한 운치가 있는 실레마을에 들어서서 금병산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산자락에 있는 금병초등학교가 눈에 들어온다. 마을 길을 걸을 때는 한적하더니, 학교 근처로 가자 "와아~"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린다. 마침 중간 놀이시간이 되어, 아이들이 학교 놀이터와 교정 곳곳을 누비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한때 폐교 위기까지 맞았던 이 학교는 마을의 특색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금병초 교직원들은 농촌 학교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학부모들이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이렇게 2~3년 여러 활동을 하는 동안 학교에 조금씩 활력이 되살아났고, 프로그램을 조금 더 쳬계적이고 가치지향적인 방향으로 운영하고자 학부모와 교직원, 학생들이 함께 2016년 학교협동조합 '비단병풍사회적협동조합'(이하 비단병풍)을 설립했다. 이처럼 학교가 다시 활기를 찾게 된 밑바탕에는 폐교를 막고자 한 교사들의 노력과 그러한 활동을 기반으로 설립된 학교협동조합이 있다. 비단병풍은 초등학교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교협동조합 인가를 받은 곳이다. 강원도 내 첫 학교협동조합이기도 하다.

▲ 학교 뒤에 위치한 텃밭. 금병초등학교 학생들이 이곳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다. 밭에 놓여있는 나무 의자들 역시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다. ⓒ라이프인
▲ 학교 뒤에 위치한 텃밭. 금병초등학교 학생들이 이곳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다. 밭에 놓여있는 나무 의자들 역시 학생들이 직접 만들었다. ⓒ라이프인

금병초 학생들은 직접 학교 뒤 논과 밭에서 농사를 짓고, 다양한 놀이 활동을 하고, 목공품을 만들기도 하며, 마을 가꾸기에도 참여한다. 금병초 교사들은 책상에 앉아서 하는 공부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느끼며 서로 교류하고 어우러져 사는 법을 가르친다. 이러한 교육 철학과 학교협동조합의 가치에 공감하는 마을 주민들도 비단병풍에 함께하여,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 자원을 활용한 교육 방식과 다양한 체험 활동은 입소문을 타고 퍼져, 강원도청과 춘천시청이 있는 시내에서 통학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아예 실레마을로 이주해와서 아이를 금병초에 보내는 부모들도 많아졌다.

▲ 목공 활동을 하고 있는 5학년 학생들의 모습. ⓒ비단병풍사회적협동조합
▲ 목공 활동을 하고 있는 5학년 학생들의 모습. ⓒ비단병풍사회적협동조합

최근순 비단병풍 이사장을 만난 곳은 학교 근처 마을 꽃밭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꽃을 심기 위해 최 이사장을 비롯하여 마을 노인회장, 비단병풍 마을 이사가 땅을 고르고 있었다. 꽃밭 정원 가꾸기에 관해 설명하던 최 이사장은 "심어본 꽃 중 코스모스가 정말 잘 자란다. 예쁘기도 예쁘고 자라기도 잘 자라서 고맙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꽃밭 정원 가꾸기 사업에는 4학년 학생들이 참여한다. 금병초는 학교협동조합 활동을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하여, 조합에서 운영하던 활동에 전교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1~2학년 학생들은 일주일에 하루 비단병풍에서 파견한 돌봄 마을강사에게 수업을 받으며 마을 나들이, 전통놀이, 악기 놀이, 책 읽기 등의 활동을 한다. 3학년 학생들은 마을에 흐르는 강인 팔미천에서 '살가지'(살리고 가꾸고 지키자) 활동을 하며 자연 보호와 생태 탐사 활동을 하고, 4학년 학생들은 꽃밭 정원 가꾸기와 마을 빨래터 복원 같은 마을 가꾸기 활동을 함께한다. 5학년 학생들의 경우 목공 활동을 하는데, 학교 한편에 아이들이 앉아 쉴 수 있도록 놓아둔 나무의자 역시 5학년 학생들 작품이다. 6학년 학생들은 '시루이야기'라는 조합신문을 발행하고, 마을신문인 '유정마을이야기' 발행에 참여한다.

▲ 최근순 비단병풍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라이프인
▲ 최근순 비단병풍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라이프인

인터뷰를 하기 전 학교를 먼저 둘러보았다. 마침 금병초에서 2018년부터 운영해온 '한복 입기 주간'이었던 터라 한복을 입고 뛰어노는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최 이사장은 '한복 입기 주간'을 설명하며 "선생님들이 정하여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자치회와 선생님들이 협의해서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말했고 "아이들이 옷에 관한 고민도 많이 하는데, 금병초에는 옷을 대물림하는 문화도 있다"고 부연했다. 학교를 기반으로 형성된 공동체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중간놀이 시간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가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조금 걸어가니 어느새 학교 매점에 다다라 있다. 여타 많은 학교협동조합처럼 비단병풍도 학교 안에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매점 이름은 '꿈먹이'(꿈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 규모는 작지만 아이들을 위해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생협 제품으로 채워 두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공간을 학생들이 직접 운영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학생 조합원들은 꿈먹이 안에서 판매는 물론 검수와 진열에도 참여하고 있다.

▲ 매점 '꿈먹이'에 물품을 진열하고 있는 학생 조합원의 모습. ⓒ비단병풍사회적협동조합.
▲ 매점 '꿈먹이'에 물품을 진열하고 있는 학생 조합원의 모습. ⓒ비단병풍사회적협동조합.

인터뷰를 진행한 곳은 마을회관. 김유정 작가가 야학 '금병의숙'을 열었던 바로 그 자리다. 비단병풍은 금병초, 마을발전위원회와 함께 마을돌봄 교육공동체를 이루어 춘천시가 주관하는 '우리봄내 동동' 지원사업에 신청했고, 공모에서 선정되어 올해 마을회관 공간을 활용하여 돌봄 교육을 진행한다. 해당 사업에 관해 최 이사장은 "강원도 사업인 온마을학교를 5년 동안 했다. 그런데 신생 조직들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서, 올해 우리는 온마을학교 사업을 진행은 하되 공모 신청은 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봄내 동동 사업에 지원했다"고 설명했으며 "우리가 활동하면서 마을과 신뢰를 쌓아왔기에 이렇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내준 것 같다. 이 안에 있는 물건들도 학부모들에게 기증받은 것이다. 학교와 사업을 함께하고 있기에 학교 비품 중 사용하지 않는 것을 우리가 쓸 수도 있고, 지역 작은도서관과도 연대가 잘 되어 있어서 도서관에서 50권씩 책을 대여하여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비치해두고 있다"고 전했다. 마을과 학교, 학교협동조합이 경계 없이 아이들의 교육터이자 놀이터가 되어주고 있는 모습. 금병산, 팔미천, 논과 밭을 포함하여 마을의 모든 곳이 아이들이 배우고 놀고 자라는 터전이다. 말 그대로 '온 마을이 학교'인 곳에서 자라는 금병초 학생들의 표정이 유독 행복해 보였다.

"지금 중학교 3학년이 된 친구들을 시내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 어디 가느냐고 물었더니 답답해서 금병산에 간다고 하더라. 중학생들이 답답하니까 산에 가자고 생각하다니, 웃기기도 하고 기특했다. 정말 '우리 애들답다'고 생각했다."

▲ 금병초등학교 학생들이 가꾸는 학교 뒤 논. ⓒ라이프인
▲ 금병초등학교 학생들이 가꾸는 학교 뒤 논. ⓒ라이프인

이하 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학교협동조합에 참여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나는 춘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고 아내는 춘천 출신이 아니다. 아내는 금병초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를 금병초에 보내고 싶다고 하더라. 집에서 편도 40분 거리다. 바로 집 앞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무슨 소리인가 했다. 하지만 아내가 아이를 덜 스트레스 받는 환경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결국 금병초에 보냈다. 그런데 아이 만족도가 정말 높더라. 아이가 유치원에 잘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했는데, 금병초에 입학한 첫날 하교하는 아이 표정이 정말 밝았다. 그래서 학교에 고맙기는 했지만 그래도 학교 일에 학부모가 나서지 말자는 생각 때문에 학교를 찾아가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하는 모내기 때문에 가게 됐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까 내가 걱정했던 것과는 아주 달랐다. 아이들이 논에 들어갔다 나오면 씻겨야 하지 않나. 그런데 내 아이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 당신 아이 할 것 없이 서로 잘 챙겨주더라. 그래서 그런 활동에 몇 번 더 참여하게 됐고, 조합에 가입하면 아이가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해서 가입했다. 처음에는 그냥 조합비만 냈다. 그런데 협동조합은 조합비로만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조금씩 활동도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이사장까지 맡게 됐다.(웃음) 특별한 이유나 계기로 학교협동조합에 가입한 것은 아니다. 아이가 행복해하는 일을 해오고 있을 뿐이다.

학교협동조합 활동이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된 점이 인상적이다.

3년쯤 전이었다. 학교 활동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비조합원 부모님이 아이가 졸업할 때쯤 '비단병풍에서 하는 의미 있는 활동들에 비조합원 참여도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또, 선생님들은 학교협동조합 활동이 좋긴 하지만 학교는 연간 교육과정이 정해져 있어서 갑자기 조합 활동이 그 안에 들어오면 정해진 수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조합으로서도 함께하는 선생님들이 순환보직 때문에 계속 바뀌어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교육과정 함께 만들기(기존 교직원과 전입 교원이 학교 운영철학을 공유하고 학교와 지역 사정에 맞춰 학사일정 및 수업 계획을 논의하는 과정. -편집자 주-) 기간에 조합과 마을을 소개하고, 조합 활동 중 선생님들이 학년에 맞는 활동을 교과 과정에 포함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활동이 어려워진 조합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조합 활동이 학교 수업 안에 들어가 있어서 코로나19 이후에도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존 조합 활동이 학교 교육과정에 들어가다 보니까 학교와 학생, 선생님이 활동의 중심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활동을 더 해볼 수 있겠다 싶어서 마을돌봄 교육공동체 활동을 시작했다. 학교에 1~2학년 학생이 약 60명 정도 된다. 그런데 학교에서 돌봄이 가능한 인원은 20명 정도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돌봄을 해보고자 교육공동체 활동을 시작했고, 학교와 분업하여 조금 더 많은 아이가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농부의 식탁'에 참석한 금병초등학교 학생들. 금병초등학교 학생들은 직접 농사 지은 작물을 지역 시장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비단병풍사회적협동조합
▲ '농부의 시장'에 참석한 비단병풍 조합원 학생들. 이처럼 금병초등학교 학생들은 직접 농사 지은 작물을 지역 시장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비단병풍사회적협동조합

아이들에게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나?

아이들에게 어려운 말로 공부하듯이 가르치려고 하진 않는다. 더불어 함께 사는 것, 함께할 때 즐거운 것. 그것이 사회적경제라고 이야기한다. 또, 농사를 짓다 보면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어디에서 오고 어떤 사람들의 노고를 통해 왔는지가 보인다. 이렇게 참여자들을 생각하게 되고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함께 어우러지게 된다. 이렇게 사람들이 연결되는 것이 사회적경제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합에서 학생 조합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

거창한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지금 조합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것들을 지켜 갔으면 한다. 지금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돈독하게 어울리면서 자유로운 동시에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라고 있다. 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경쟁 체제에 들어가고 결과지상주의에 익숙해지면서 우리가 가르치려고 했던 가치와 다르게 가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이 지금 배우는 것들을 꾸준히 지켜 가길 바란다. 특히 아이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유지되면서 좋았던 기억을 함께 지켜 가고 이어 갈 수 있기를 바라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비단병풍에서 활동하면서 무엇을 얻고 나갈까?

일단, 아이들이 다들 말을 잘한다.(웃음) 우리는 결과를 잘 만들기보다 과정에서 아이들이 민주성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 그래서 발언권을 계속 주다 보니 자기표현이 분명해지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리고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공동질서를 생각한다. 두 가치가 서로 충돌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이들 안에서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합에서 활동했던 아이들이 졸업하고 난 뒤에 어떻게 성장하고 있을지, 늘 궁금하다. 그래서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학부모님들과 만나 아이들의 근황을 듣기도 한다. 아이들이 대부분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 같은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자존감이 높다 보니 스스로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도 있고 스스로 행동을 계획할 줄도 안다.

비단병풍에서 강조하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

식상할 수도 있지만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너이고, 각자가 모두 소중한 사람이다'고 말한다. 모두가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조금 더 포용력 있게 자라는 것 같다. 올해 외국인 부모님을 둔 아이들이 대여섯 명 입학했다. 그리고 이 학교에는 아픈 친구들도 들어온다. 여기에서는 아프든 피부색이 다르든 전혀 상관없다. 그리고 처음 금병초에 왔을 때 제일 충격적이었던 점은 아이들이 나를 보더니 대뜸 '사랑합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아이들이 왜 그럴까 싶었는데 금병초 인사법이었다. 아이들이 웃으면서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를 하고 지나가면, 그때 기분은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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