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쿱스쿨 ⑤] 학생·학부모·교사·주민이 함께 친환경 매점 운영 9년차 '영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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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쿱스쿨 ⑤] 학생·학부모·교사·주민이 함께 친환경 매점 운영 9년차 '영림중'
영림중사회적협동조합 정경화 이사장, 최연숙 사무국장, 신동민 학생이사 인터뷰
  • 2021.04.14 10:31
  • by 노윤정 기자

2012년 생겨나기 시작한 학교협동조합이 어느덧 전국에 약 13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주로 매점을 중심으로 진행된 활동들은 이제 방과후학교, 창업, 기본소득, 기후위기 대응 등 다양한 시도로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예전과 조금은 다른 풍경의 새 학년 새 학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의 참여로 나눔의 교육을 실천하고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해 교육경제공동체로서 성장하고 있는 학교협동조합을 라이프인에서 소개한다. [편집자 주]

 

교문을 들어서자 운동장을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린다. 지난해 이맘때를 떠올리면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전염병 예방을 위해 전 국가적 방역지침이 내려지면서, 학교 수업은 온라인 방식으로 대체되고 교정에서는 학생들의 소리가 사라졌었다. 그래서인지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소리가 새삼 반갑다.

하지만 영림중학교의 매점 '여물점'에는 아직 학생들의 발걸음이 제한되어 있다. 학교 매점 운영 상황은 학교별로 상이한데, 영림중의 경우 학생들이 매점을 찾아 이용하는 데에는 제한을 두고 있으며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가능하다. 직접 방문해 본 매점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이 무척 아쉬웠다.

▲ 영림중학교의 학교 매점인 '여물점'. 늘 아이들로 시끌벅적한 곳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생들의 직접 구매는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라이프인
▲ 영림중학교의 학교 매점인 '여물점'. 늘 아이들로 시끌벅적한 곳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생들의 직접 구매는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라이프인

'여유 있고 물 좋은 매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여물점은 지난 2012년 문을 열었다. 여물점을 운영하는 영림중사회적협동조합은 학생, 교직원, 학부모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학교협동조합으로, 2013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교협동조합 인가를 받은 곳이다.

아이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여물점의 출발이었다. 판매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학교 매점에는 제조회사나 원재료 정보를 알기 어려운 제품들이 적지 않다. 수익을 내야 하는 판매자 입장에서는 이윤이 많이 남는 제품을 들여오게 되다 보니 판매하는 제품의 질은 부차적인 고려대상이다. 이와 같은 매점 운영 방식에 문제의식을 느낀 영림중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친환경 매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요구에서 출발한 여물점은 사업 시작 당시부터 지금까지 친환경 제품 비중을 8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고, 생협을 포함하여 다양한 사회적경제조직과 상호 거래하며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먹거리를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제품만 판매하는 것을 넘어 조합원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건강한 먹거리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여물점에서는 공정무역 제품, 각종 문구 및 도서를 판매하며 수익금은 학생들의 복지향상과 지역사회 기여에 사용하고 있다.

처음으로 교육부 인가를 받은 학교협동조합이자 8년째 학교협동조합의 모범사례로 언급되고 있는 영림중사회적협동조합. 정경화 이사장(이하 정경화), 최연숙 사무국장(이하 최연숙), 신동민 학생이사(영림중 3학년, 이하 신동민)를 만나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꾸려나가는 여물점과 영림중사회적협동조합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왼쪽부터) 영림중사회적협동조합의 최연숙 사무국장, 신동민 학생이사, 정경화 이사장. ⓒ라이프인
▲ (왼쪽부터) 영림중사회적협동조합의 최연숙 사무국장, 신동민 학생이사, 정경화 이사장. ⓒ라이프인

학생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학교 매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지금도 매점 사업이 주 사업인가.

최연숙: 수익 사업은 매점 사업이 주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교육 사업도 중요시한다. 매점 사업을 하는 이유 중 하나도 아이들이 친환경 제품을 접하고 친환경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조합 활동을 바탕으로 민주시민, 친환경, 공정무역, 협동조합 등을 교육하고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교육 사업이 주 사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 사업은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지나?

최연숙: 기본적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학년별로 수업에 들어가서 사회적경제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학생들이 재미있게 즐기면서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협동게임을 함께하면서 사회적경제 수업을 진행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수업을 진행하진 못했지만 영상을 제작해서 아이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냥 단순히 이론 수업을 하기보다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그리고 공정무역 제품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게 해주면서 사회적경제와 공정무역에 대해 알리고 있다. 일반 시중 제품과 친환경 제품 성분을 비교해보기도 하고, 가격표를 통해 공정무역 바나나 하나를 천 원을 구매했을 때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 중간 도매상에게 돌아가는 몫이 얼마인지 보여주는 식이다.
학생들뿐 아니라 연초에 4회가량 학부모, 지역주민 대상 교육도 진행했었다. 그렇게 하면 우리 조합이나 여물점에 대해 모르던 학부모들이 '그냥 간식거리를 판매하기만 하는 매점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하면서 인식 개선도 하고 조합원 유치도 했다.

학생으로서 어떤 기대를 하고 학교협동조합에 가입했는지 궁금하다.

신동민: 특별한 기대를 하고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엄마의 권유로 들어왔다. (웃음) 그렇게 가입하고 나서 활동을 하다 보니 '괜찮은 일을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 들어올 때는 협동조합에 대해서 아예 몰랐다. 조합원으로 활동하면서 협동조합이 어떤 곳인지 배웠다. 지금 이렇게 배운 것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정경화: 영림중을 졸업한 분의 자녀가 영림중을 다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졸업생으로서 모교에 학교협동조합, 친환경 매점이 있다는 데 관심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조합과 여물점이 소개되는 측면이 있다.

ⓒ영림중사회적협동조합
ⓒ영림중사회적협동조합

비조합원 학생들도 학교 매점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을 아는지?

신동민: 물론 관심이 없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신입생이 입학할 때 홍보하거나 조합에서 다양한 캠페인을 하면서 학교협동조합에 대해 소개한다. 학기 초에 조합이나 매점 운영 방법을 피켓에 써서 정문에 들고 나가 홍보하기도 하고 각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홍보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2~3학년쯤 되면 '우리 학교에 학교협동조합이 있구나, 학교협동조합에서 매점을 운영하는구나' 하는 정도는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전염병 유행 상황이라 아직도 학생들의 매점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현재 매점 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정경화: 선생님들이나 지역주민들에게 주로 판매하고 있다. 그분들도 여기 매점 안에서 드시지는 못하고 가져가서 드신다. 학생들에게 판매할 수 없어서 운영 상황이 어렵다 보니, 그걸 아시는 선생님들이 간식거리들을 계속 주문해 주신다.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찾고 있다. 그나마 지금 매점에서 하는 것은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도록 공정무역 방식으로 만든 공을 빌려주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그것조차 못했다.

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영림중사회적협동조합은 꾸준히 다른 학교협동조합들이 본보기로 삼는 학교협동조합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그 비결이 있다면?

정경화: '사람'이다. 아이들을 위해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했던 초기 조합원들은 지금도 조합에 무슨 일이 있다고 하면 바로 달려온다. 그리고 전대 이사장님도 조합 운영에 대해 계속 신경 써준다. 지역주민들도 우리가 어떤 일을 하자고 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니까 이렇게 운영될 수 있는 것 같다. 앞에서 말했듯이, 선생님들도 매점에서 학생 대상 판매가 안 된다는 것을 아니까 간식이나 필요한 물품 같은 것들을 매점을 통해서 사주려고 하신다. 이렇게 지역주민들도 선생님들도 이 매점이, 학교협동조합이 없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적극적으로 함께해주고, 행동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교육을 꾸준히 진행했기에 사람들이 조합 활동의 가치를 알아주고 지지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림중사회적협동조합
ⓒ영림중사회적협동조합

학생들이 조합 활동을 통해 어떤 것을 배웠으면 하는지.

최연숙: 아이들이 조합에 들어와서 무엇을 했으면 좋겠다, 그런 것은 특별히 없다. 어떤 거창한 활동을 하고 거창한 가치를 배우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부모님에 의해서 가입했든 자의로 가입했든, 그냥 '내가 속한 곳이 학교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이구나', '우리 학교 매점은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매점이구나' 이 정도만 알고 나갔으면 좋겠다. 매점에서는 생협 제품을 사용하니까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생협이 어떤 조직인지도 알게 되는데, 그런 식으로 조금씩이라도 알고 나갔으면 한다.

신동민: 조합에서 종종 캠페인 활동을 한다. 그때 조합원들이 모여 함께 간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이 제품이 어떤 제품인지, 친환경 제품은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배운다. 친환경, 공정무역, 협동조합, 이런 것들에 관해 공부하듯이 외우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냥 조합 활동을 하고 매점에서 친환경, 공정무역 제품들을 접하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학생 관점에서 봤을 때, 여물점은 영림중 학생들에게 어떤 공간인가?

신동민: 정말 아쉽게 매점을 1학년 때밖에 이용해보지 못했다. 그래도 1학년 때를 생각해보면, 점심시간이면 친구들이랑 여기에 와서 이야기도 하고 간식도 사 먹고 장난치며 놀았다. 나와 친구들에게는 쉬고 놀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이었다.

학교협동조합이 갖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학교협동조합이 교육의 혁신이 될 수 있을까?

정경화: 아직 교육 혁신까지는... (웃음) 그래도 아이들이 협동조합, 공정무역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도 혁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점심시간에 갖고 놀기 위해 공을 빌려 갈 때도 이 공이 공정무역 방식으로 만든 공이라는 것과 공정무역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면, 내가 볼 때는 그것도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학교협동조합 운영에 아직 미흡한 부분들이 많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사회적경제, 공정무역, 친환경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펼칠 때 이러한 가치들이 그 생각 안에 녹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확 바꾸지는 못했지만, 이런 변화를 조금씩 만들어냈다. 그것도 혁신이지 않을까. 이렇게 하다 보면 10년 후에는 조금 더 많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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