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쿱스쿨⑨] 학교협동조합이 바꾸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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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쿱스쿨⑨] 학교협동조합이 바꾸는 세상
  • 2021.08.06 17:36
  • by 연정민 이사(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2012년 생겨나기 시작한 학교협동조합이 어느덧 전국에 약 13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주로 매점을 중심으로 진행된 활동들은 이제 방과후학교, 창업, 기본소득, 기후위기 대응 등 다양한 시도로 확장되고 있다. 라이프인은 이에 주목하여 지난 3월부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학교협동조합들을 소개해왔다. 라이프인에서 만나본 학교협동조합들은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이 참여하여 나눔의 교육을 실천하고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해 교육경제공동체로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현암고등학교 사회적협동조합 '두레바우'의 초대 이사장이었으며 현재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정민 이사의 글로 학교협동조합의 가치와 역할을 되새기며 '쿱스쿨' 연재를 마친다. [편집자 주]

 

▲ 쓰레기 제로 마을실험실 퍼실리테이팅 교육 활동. ⓒ두레바우
▲ 쓰레기 제로 마을실험실 퍼실리테이팅 교육 활동. ⓒ두레바우

최근에 읽은 책에서 인간의 행복에 대한 인상적인 해석을 만난 적이 있다. 인간이 경험하는 행복과 성취감 등의 긍정적인 감정은 무언가를 얻는 데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원하는 것을 얻으면 그 목표를 성취하는 순간에는 분명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 효과와 지속성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인간이 경험하는 긍정적인 감정의 근원은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타인이 맺는 관계로부터 온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지난 5년간 학교협동조합이라고 하는 생소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경험한 모든 과정이 내 인생의 행복을 경험하는 과정이었으며, 소중한 삶의 조각들임을 깨닫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나와 내가 속한 사회의 관계를 설정하는 일이 바로 학교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가치이자 유의미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글로벌한 규모의 혁신적인 변화와 산업구조의 전면적인 개편으로 흡사 문명의 전환기와 같은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교육계에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 방법이 적용되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전 세계가 공히 경험하게 된 전염병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은 지금껏 우리가 가지고 있던 모든 생각과 생활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근미래에 다가올 것이라 예상했던 사회현상이 시간을 단축하여 일찍 찾아오게 된 것이다. 새로운 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것은 물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주체들도 필요해졌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학교협동조합은 교육적 가치를 가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제에 의미 있는 대안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이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를 개인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 학교협동조합이 가지는 가치와 역할을 말하고자 한다.

 

▲ 대학생협에서 활동 중인 조합원 선배가 들려주는 협동조합 이야기 나누기. ⓒ두레바우
▲ 대학생협에서 활동 중인 조합원 선배가 들려주는 협동조합 이야기 나누기. ⓒ두레바우

첫째, 개인의 역량과 역할 그리고 문제해결력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미디어와 온라인 산업의 발달, 재택근무와 비대면 활동이 급속하게 확산되며 개개인의 강점과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지배적이던 이윤 창출과 경쟁의 논리가 점점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존의 경쟁과 결과 중심의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고, 개인의 역량과 역할에 집중하여 '나'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 학교협동조합은 이 부분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에 대한 바른 이해와 강점 찾기는 교육의 필수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언제 어떠한 형태로 다가오게 될지 모를 인류 모두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인식, 그리고 해결 방안의 적극적인 탐색과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었다. 학교협동조합은 학과 수업 이외에 공동의 목표를 위한 일을 실행하고 학교 내외의 문제를 발견하여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공동체로써, 구성원들의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

학교협동조합은 구성원들이 공동의 의사결정에 1인 1의결권을 행사하는 일원으로 평등하게 참여하여 민주적인 시민의식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자 기회이다. 또한 스스로 잘하고 좋아하는 분과를 선택하여 경제 활동과 연관된 실제적인 세상을 미리 경험해보도록 함으로써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견하고 집중하는 자기 탐구의 열린 체험터가 된다.

또한, 그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해결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은 물론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며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청소년기에 학교협동조합을 경험하고 성인으로 자란 아이들이 주도적이고 독립적으로 자기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면 교육적 효과에 대하여 재차 강조해도 결코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둘째, 느슨한 연대를 통한 공동체의 필요성이 강화되고 있다. 역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개인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존중되며 강화되어가는 상황에서 함께 증대되는 것은 바로 개인과 개인을 느슨하게 연결하는 공동체의 필요성이다. 개인 간의 연대와 협업을 통한 공동체의 역할은 기후위기와 전염병 발발로 인류의 생존까지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나와 이웃이 함께 해결하자는 의지의 반영이기도 하다. 학교협동조합은 바로 이러한 느슨한 연대를 통해 사회적 과제를 해결해가고자 한다.

학교협동조합의 가장 큰 강점은 '나'의 발견을 통한 자기 이해를 돕는 것이자,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하여 '너'를 이해하는 일이다. 나의 기분을 표현하고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는 일이 청소년 사회적경제 교과서의 첫 단원에 등장하는 것은 바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중요한 자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학교협동조합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의사결정과 실천 방안들은 나와 너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하여 보여주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으로 공동체를 위한 최선의 결정에 도달하는 일에 방점이 찍혀 있다.

또한 이렇게 연대로 형성된 공동체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속한 사회의 문제해결 주체가 된다. 학교가게, 방과후학교, 창업교육, 로컬푸드 판매 등의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전국의 학교협동조합은 공동의 목표를 이웃과 함께 추구하며, 사회에 공헌하는 선순환 구조를 직접 구축해 나가고 있다. 기존에 학교 매점 운영이 주요 사업이었던 학교협동조합의 사업 영역이 글로벌 기후위기와 지역문제 해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확장된 점에서도 이러한 학교협동조합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 사회를 넘어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된 기후위기에 관하여 이야기하자면, 오늘날 우리는 환경문제를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협동조합의 운영이 안정화된 학교에서는 사회적경제기업,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는 창업 교육과 아울러, 환경보호 이슈와 관련한 다각적인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의 윤리적 소비와 공정무역, 바른 먹거리 운동에 환경이라는 커다란 의제가 더해져서 자원 재활용,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탄소배출 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기업의 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요소들)를 주제로 한 교육과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이처럼 학교협동조합은 글로벌 환경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움직이고 있다.

▲ 용인시 사회적경제 한마당 학생 자원봉사 활동. ⓒ두레바우
▲ 용인시 사회적경제 한마당 학생 자원봉사 활동. ⓒ두레바우

학교협동조합을 경험한 이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남을 위한 일이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일이었고, 그로부터 성장하며 얻은 삶의 철학과 나눔의 가치는 내 인생을 더욱 의미 있고 재미있게 만드는 최고의 기회였다고. 학교협동조합이라는 공동체 경험은 나만이 아니라 내 친구까지 생각하고, 내 아이만이 아니라 내 아이의 친구까지 생각하며, 내 학교뿐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더 나아가 내가 살고 있는 지구의 건강과 행복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체득하는 기회가 된다.

현재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의 새로운 교육 방법과 인류가 공동으로 힘을 모아야 할 사회문제 해결 방식이 요구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학교협동조합을 경험한 사람들은 학교협동조합이 두 가지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 모델임을 잘 알고 있기에 그 필요성에 대하여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영위하며 운영되고 있는 학교협동조합의 사례들은 청소년들이 세상에 대한 바른 인식과 문제해결을 위한 도전과 실험 능력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성장하도록 돕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학교협동조합은 민주적 시민의식과 공동체성을 가진 시민을 길러내는 장(場)이자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당사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의견을 조율하며 의사결정에 도달하는 여정은 시간이 걸린다. 때로는 힘도 든다. 하지만 그 여정이 삶의 소중한 의미와 가치로 충만하며,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길을 만들어가는 여정임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협동조합은 구성원들이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함께'라는 가치 속에서 더 나은 사회가 되도록 길을 일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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